주인공 자리까지 꿰찬 나영석 PD의 파격적인 실험

2019-10-14 13:56:13



유튜브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나영석 사단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단 5주간 방송되는 5분짜리 예능 <아이슬란드 간 세끼>가 마지막 회를 남겨두고 있다. 사상 최초로 정규 편성된 5분짜리 예능이지만 나영석 사단의 실험과 도전이 응축되어 있다. 남들이 안 해본 것을 해본다는 <신서유기>의 정신을 이어받은 이 외전은 지난해 <신서유기6>의 한 에피소드가 <강식당2>의 에필로그와 붙으면서 탄생했다.

<신서유기6>에서 아이슬란드 오로라 보기 상품권을 획득한 이수근과 은지원은 스케줄 등등의 이유로 상품 수령을 거부했다. 그렇게 지나가는 에피소드인 듯 했지만 <강식당2> 마지막 회에서 다시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삼시세끼> 뒤에 매주 5분씩 붙여서 내보내자”는 강호동의 웃자고 한 말이 현실이 됐다. 제작진은 상품권 덕에 편도 20시간이 걸리는 왕복 비행시간까지 포함해 3박 4일 일정으로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 다녀온 이수근과 은지원의 여정을 5분씩 쪼개어 담았다. 급작스레 끌려가는 <꽃보다 청춘>처럼 비행기에서 프로그램명과 편성시간을 통보해주고, 주어진 용돈을 환전부터 시작하는 나영석 사단의 반가운 분위기도 있지만 비행기 타고 가는 데만 총 다섯 번의 방송 회차 중 3회분을 할애할 정도로 편성부터 시작해 기존의 문법을 다 깨부수었다.



흔히들 나영석 사단의 예능을 비판할 때 자기복제에 대해 언급한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타율과 화제성을 자랑하면서도, 예능 시장에서 가장 전위적인 실험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집단이기도 하다. 광고시간과 비슷한 5분짜리 방송을 하면서 이들은 단순히 말도 안 되는 일정을 밀어붙인 장난스런 재미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가벼움을 기회 삼아 유튜브로 본격 판을 넓혔다.

물론 방송시장에서 유튜브와 개인방송에 관심을 가진 지 꽤 됐고, <놀면 뭐하니?>나 <쇼미더머니>처럼 본 방송의 보완재로 인터넷방송을 활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본편이 TV방송이 끝나고 1분 뒤 유튜브 ‘채널 나나나’에 올라온다. 채널을 활용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TV 정규프로그램을 인터넷 콘텐츠의 예고편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게다가 본방과 동시에 나영석 PD를 앞세운 채널 ‘나나나’의 실시간 라이브방송까지 가세한다.



시청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방송국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무료 콘텐츠인 유튜브의 예고편으로 삼고, 본편은 유튜브채널에 올린다는 전략은 스타 크리에이터들을 방송 출연자로 모신 <랜선라이프>, TV본방에 앞서 네이버TV에 독점 선 공개하고 편집만 다듬어 방송한 <신서유기1>, 지상파 방송사에서 1인 방송의 문법을 차용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마리텔>, ‘유튜브 온리’ 영상을 통해 방송과 인터넷 플랫폼 간의 연동을 모색하는 실험을 하는 <놀면 뭐하니?> 등등을 모두 뛰어넘는 훨씬 직접적인 접근이고 파격적인 시도다.

실제로 일반 예능 방송에서는 할 수 없는 기내식 먹방, 아시아나 기내 비품 언박싱, 노골적인 PPL 등 유튜브 문법을 따르는 콘텐츠와 빠른 스토리 전개, 맥락을 끊는 자막 등 디지털 콘텐츠의 문법을 그대로 활용했다. 그 결과 기본적으로 조회 수가 100만은 훌쩍 넘고, 구독자 수도 현재 80만 명에 육박하는 대형채널로 거듭났다.



따라서 <아이슬란드로 간 세끼>는 <삼시세끼>와 <신서유기>를 잇는 틈새 메우기의 성격보다도 인터넷 콘텐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나영석 PD가 사실상의 주인공이다. 나나나 채널은 지난달 20일, 1회 방송 시간 즈음 미숙한 조작으로 영상이 뒤집어진 채 시작했는지도 모르고 ‘망했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던 50초짜리 영상부터 본격 시작한다. 최고의 예능 PD로 손꼽히는 나영석 PD가 채팅창의 구독자들과 소통하면서 미숙한 모습을 보이고 낯설어 하는 등 유튜브 시장에 적응해나가는 성장기가 하나의 포인트다.

라방(라이브 방송)은 다소 어리숙하게 시작했을지라도 베테랑 예능인과 제작진이 만든 영상의 스케일과 재미요소는 일반적인 스트리머가 접근할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톤은 순수 유튜브 컨텐츠라고 해도 될 만큼 이질감이 없었다. 게다가 지난 11일 밤에는 방송 시간에 맞춰 채널 나나나(나영석PD), 이수근 채널(이수근), G Zone(은지원) 등 3개 유튜브 채널의 합동 방송을 진행했는데, 3개 채널 모두 방송과 채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만큼 많은 사람이 몰려와 이들의 방송에 참여했다.



재밌는 것은 여기서 또 한 번 비튼다. 일반적인 합방과 달리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찍지만 각자의 채널에는 그 채널 주인의 얼굴만 나오고, 오디오가 중복되는 ‘합방’의 새 장을 열었다. 같이 앉아 있지만 서로 다른 방송을 하고,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대화를 하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다. 초보 유튜버라는 위치에서 실험과 실험을 거듭하면서 이수근과 은지원의 전매특허 투닥거림은 물론, ‘강호동 히말라야 보내기’와 같은 신규 기획이 싹을 틔웠다.

첫 라이브방송에서 나영석 PD는 구독자수가 100만 명이 넘으면 이수근과 은지원의 달나라 여행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으로 내걸었다. 5분짜리 예능으로도 케이블 시청률 전체 2위를 기록하는 나영석 사단의 채널이라면 100만 구독자 모으기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유튜브 생태계를 너무 몰라도 한참 몰라서 내놓은 막연한 숫자였든지, 어떠한 재밌는 복안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공약이다. 과연 전혀 모르고 꺼내든 막연한 숫자였을까? 가장 성공적이고 가장 실험적인 실험을 이어가는 이들인 만큼 그 다음 발걸음이 궁금해진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유튜브]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목록으로

집중분석

더보기

더보기

많이본칼럼

더보기
[첫화면] [PC버전]
ente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