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안성기가 없었다면..

2012-01-24 12:54:39



- 안성기, 시대가 원하고 역사가 기억할 명배우!

[엔터미디어=배국남의 쾌도난마] ‘시대는 스타를 원하지만 역사는 배우를 기억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안성기는 시대가 원하는 배우이자 역사가 기억할 명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설 연휴에 맞춰 동시에 개봉된 ‘부러진 화살’과 ‘페이스메이커’의 안성기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두 영화를 본 관객들은 “대단한 안성기”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대중매체에선 “역시 안성기”라는 극찬을 쏟아 내더군요.

‘부러진 화살’과 ‘페이스 메이커’의 안성기를 보면서 떠오른 시 하나가 있습니다. 김구선생이 애송했다는 서산대사의 시 ‘답설(踏雪)’입니다. ‘눈 내린 길을 걸을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욱이 훗날 다른 사람에게 이정표가 되리니.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이 시가 떠오른 이유는 안성기가 배우로서의 걸어온 행보와 그리고 설연휴에 맞춰 개봉된 두 영화 속의 안성기의 모습이 분명 후배 연기자들의 희망의 이정표 그것도 한국 영화에 큰 족적을 남기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성기가 영화계에서 내딛는 발걸음 하나 하나가 한국 영화의 지평, 그리고 캐릭터와 주연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것이어서 영화라는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수많은 동료와 후배 연기자들에게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5세 때인 1957년 영화 ‘황혼열차’ 아역배우로 연기에 입문해 아역 연기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다 휴지기를 가진 뒤 다시 1977년 ‘병사와 아가씨들’로 영화계에 복귀하고 1980년 ‘바람 불어 좋은날’로 관객들에게 성인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강렬하게 각인시킨 이후부터 2012년 ‘부러진 화살’에 이르기까지 거의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1~5편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것은 배우로서 초인적인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성 그리고 빼어난 연기력의 진화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또한 안성기가 배우의 화려한 경력과 성공을 좋아하고 스크린 밖에서 살아나는 배우가 아닌 영화와 연기를 사랑하는 그리고 스크린 속에서 진정으로 살아나는 배우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왜 자신의 영화 출연료를 제작사에 제시하지 않고 주는 대로 받느냐는 후배 연기자 박중훈의 물음에 “돈은 중요하다. 진짜 돈을 모아야겠다는 욕심이 없는 것 같다. 지금 행복하다. 영화로 인정받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안성기의 답변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사실 나도 승패란 관점으로 보면 패한 영화도 많다. 그러나 마치 일상처럼 연기를 계속 해 나가는 것은 배우에게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는 대답은 30여년 동안 꾸준하게 스크린 속에서 영화배우로서 의미 있는 존재감을 드러낸 이유를 알게 해줍니다.



물론 안성기가 지난 30여년 동안 쉼없이 출연한 영화가 80여편에 달한다는 사실도 가치 있는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성기가 출연한 80여편의 영화가 대부분 한국 영화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는 1970~1980년대, 한국영화의 부활기인 1990년대 그리고 영화의 도약기인 2000년대에 영화사적 의미를 담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에서부터 장르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의 질적인 도약과 진화의 기폭제가 됐다는 사실입니다.

요즘 관객과 만나고 있는 ‘부러진 화살’ 역시 안성기로 인해 한국 영화의 지평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40대에만 접어들어도 주연의 자리에서 밀려나는 한국 영화계 현실에서 60대인 안성기는 그가 아니면 안 될 뛰어난 연기력과 캐릭터 창출력으로 극중 김경호 교수역을 소화해 관객들의 심장에 남을 진정성을 선사했습니다. ‘부러진 화살’의 안성기로 인해 한국 영화의 주연의 나이가 확장되고 캐릭터 역시 다양해진 것입니다.

지난 17일 방송된 KBS ‘승승장구’에 출연한 안성기가 이런 말을 했지요.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는 선배님들이나 동료가 별로 없기에 늘 거의 후배들하고만 일을 했습니다. 내게는 어떤 사명감이 있습니다. ‘쭉 버티자’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버틸지 몰라도 혼신의 힘을 다해 버틸 생각입니다. 배우가 그렇게 남아 있다 보면 연출자들도 나이가 들어서도 다들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정년이 연장되면 더 다양한 영화들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후배 박중훈에게도 같은 맥락을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진짜 활동을 많이 하면서 나이 들어가고 싶다. 영화배우의 정년을 늘리고 싶다. 이러면 후배들이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해서다”라고요.

시대는 스타를 원하고 역사는 배우를 기억한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안성기는 시대가 원하고 역사가 기억할 명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지요?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영화 ‘부러진 화살’, ‘페이스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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