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사자 인 더 하우스의 여운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까닭

2019-12-11 17:16:03



‘슈가맨3’ 통해 돌아온 태사자가 남긴 것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아~예 ‘퇴사자’ 인 더 하우스라는 유머 안에는 여러 감정들이 담겨 있다. 퇴사의 슬픔, 그러면서도 후련함, 잠시나마 집에서 느껴지는 여유, 하지만 앞날의 걱정. 태사자의 데뷔곡 <도>의 인상적인 이 구절은 2019년에 전혀 다른 맥락으로 우리의 가슴에 박힌다. 우리는 대부분 퇴사가 두려운 동시에 퇴사를 동경하는 쳇바퀴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1997년 가을에 데뷔해 2천 년대 초반 화면에서 사라진 태사자가 <슈가맨3>를 통해 다시 나타났을 때 낯설지 않고 반가웠다. 특히 ‘퇴사자’ 인 더 하우스의 멜로디는 언제나 우리 귓가에 맴돌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베일이 걷히고 등장한 네 명의 태사자는 녹슬지 않은 춤과 노래 실력으로 1990년대 후반으로 시청자들을 데려갔다.

사실 추억 속의 태사자는 젝스키스나 H.O.T처럼 어마어마한 팬덤을 몰고 다닌 팀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응답하라 1997>에서 묘사된 것처럼 초라한 인기를 끌었던 보이그룹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은 잘생긴 보이그룹으로 유명했는데, 공장에서 찍어낸 남자인형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김형준이 당시 유행하던 일본 아이돌그룹 같은 스타일의 깜찍한 미남이었다면, 이동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날카롭고 섹시한 남성미를 은연중에 풍겼다. 두 사람과는 달리 메인보컬 김영민은 막내임에도 가장 젠틀한 분위기의 미남이었다. 이 때문인지 태사자는 당시 보이그룹 중에 가장 점잖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반대로 또 박준석은 잘 나가는 모델 스타일의 ‘까리’한 매력을 갖추었다. 거기에 멤버들의 보컬 실력이나 춤 실력 또한 꽤 준수한 편이어서 오직 외모로만 승부를 보는 그룹도 아니었다.

이처럼 각자 칼라가 다른 미남들이 모인 그룹이라 남녀 모두에게, 10대만이 아니라 20대들에게도 두루두루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특히 1990년대에 10대와 20대를 보낸 남자들이라면 태사자의 <도>나 <타임>은 노래방에서 한번쯤 불러봤을 터였다. 다만 기획력 있는 소속사가 아니었기에 팬덤 관리나 음반 기획력 부분에는 미진한 부분들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추억버프만으로 <슈가맨3>의 태사자 무대가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건 아니다. 우선 태사자의 멤버들은 1990년대 후반의 아이돌스타에서 지금은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생활의 모습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특히 김형준은 방황 끝에 현재 쿠팡 플렉스로 택배업을 하는 현재의 삶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무대 위 빛나는 아이돌이 아닌 자유로운 생활인의 삶을 사랑하는 그의 모습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슈가맨3>에서 태사자가 과거와 현재의 삶을 통해 시청자와 함께 시간여행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도합 40kg에 육박하는 체중감량까지 불사하며 무대 위의 그들을 기억하는 팬들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했다. 그리고 이들이 보여준 라이브와 댄스 무대는 놀라웠다. 지금의 아이돌들과는 다른 원숙하면서도 힘 있는 무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히트곡 <타임>의 가사처럼 <아직도 보여주고 싶은 게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도>가 태사자와 함께 추억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면 <타임>의 무대는 감미로운 명곡은 언제나 명곡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곡이었다. 또한 발라드에 맞춰서도 춤을 추던 1990년대 쇼프로그램 무대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기도 했다.



반면 <회심가>와 <애심>의 무대는 1997년 가을에 데뷔한 보이그룹이 2019년 겨울에도 여전히 파워풀한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증명과도 같았다. 특히 이들이 후반부에 댄스팀과 함께 보여준 절도 있는 군무는 <슈가맨>의 역대급 무대로 손꼽아도 손색없어 보였다.

하지만 태사자의 무대가 여운이 남는 것은 그들이 무대에서 보여준 멋진 모습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과 함께 10대와 20대를 보낸 이들이라면 이제 안다. 불혹의 나이에 이른 보이그룹이 그 완벽한 무대 하나를 보여주기 위해 뒤에서 얼마나 애썼는지를. 그 노력의 순간이 열정적인 무대와 함께 고스란히 전해졌기에, 태사자 인 더 하우스의 여운은 앞으로도 오래갈 것 같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목록으로

집중분석

더보기

더보기

많이본칼럼

더보기
[첫화면] [PC버전]
ente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