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드라마 불패 지성의 흡입력, 과연 예능에서도 통할까

2020-01-03 16:18:47



‘런’ 통해 본 달리기 예능의 성공 가능성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예능 몇 편이 찾아온다. tvN <런>은 새해 들어 처음 마주하는 신규 예능인 만큼 몇 가지 참신한 포인트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온다. 우선 달리기라는 흔치 않은 주제를 내세웠고, 지성이 출연하는 첫 예능이다. 배우 지성을 중심으로 강기영, 황희, 이태선 등이 러닝 크루가 되어 국내외 다양한 장소에서 달리는 즐거움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러너(Runner)가 된 네 사람은 피렌체 국제 마라톤 풀코스 출전을 목표로 이탈리아로 떠나는 여정을 통해 이국적인 배경 속에서 자존감, 건강, 힐링 같은 달리기의 매력 전달과 함께 친밀함을 쌓아올린다.

밀라노를 거쳐 피렌체로 들어가는 피렌체 국제 마라톤 도전이 끝인지, 이를 시작으로 국내외 달리기 여행을 계속해서 떠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드라마가 초반부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해외로케를 다녀오듯 꽤나 볼거리에 힘을 줬다. 오로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 힘든 순간을 극복하고 한계를 넘어섰을 때의 환희, 같은 것을 보고 즐기고 느끼는 함께하는 달리기의 희열에 대해 설파하는데 있어 이탈리아의 풍경은 로망을 자극할 만했다. 아침 시간만 되어도 관광객들로 광장이 꽉 차는 탓에 볼 수 없었던 밀라노의 고요하고 웅장한 모습을 텅 빈 새벽 시내를 달리며 담는다. 새벽 러닝이 아니면 볼 수 없을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지성을 비롯한 배우들이 함께 달리는 모습은 달리기에 대한 열망을 지피기 충분하다.



‘러닝’이라 칭해지는 달리기는 최근 2030세대의 트렌드 중 하나다. 더 이상 ‘조깅’이란 단어를 잘 쓰지 않는 것처럼 행위의 본질은 같지만 시대별로 포착되고 발견되는 매력은 달라진다. 달리기는 건강과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중시되는 오늘날, 큰돈이 들거나 장소나 장비 등의 물리적 구애 없이 할 수 있는 즉각적 만족을 주는 자기계발의 행위이면서, 실내에서 주로 혼자 하는 헬스와 달리 탁 트인 야외에서 고지를 향해 달리며 함께 땀을 흘리는 전우애를 느끼고 의지할 수 있는 스포츠다. 기존의 동호회 문화도 일부 여전히 있지만 ‘크루’ 문화는 패션과 삶의 지향을 드러내는 라이프스타일의 역동적 전시이자 앱을 통한 점조직화된 만남이란 군중 속의 고독, 적정한 거리감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의 관계 맺는 방식이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새롭고 젊은 문화로 다가온다.

트렌디한 문화를 포착해 TV안에 들고 오는 또 한 번의 시도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달리기라는 신선한 소재와 강기영을 제외하고 예능과는 거리가 먼 지성과 황희, 이태선 등의 출연자들로 어떤 예능을 만들지 궁금했다. 특히 문화 트렌드를 콘텐츠로 담을 때 겪게 되는 마이너함을 어떻게 다룰지 기대와 함께 염려도 있었다. 달리면서 대단한 대화를 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달리는 장면만을 계속 보여주는 슬로라이프 콘텐츠는 너무 전위적이다.



<런>은 달리기를 내세우지만 기본적으로 여행예능의 틀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달리기를 위한 준비과정이나 크루 문화 소개 등은 굉장히 짧게 스케치를 하고 바로 이탈리아로 떠나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재작년 GOD 멤버들이 스페인의 순례자의 길로 떠난 트래킹 예능 <같이 걸을까>와 비슷한 형식이다.

그래서 <런>은 달리기를 내세우긴 하지만 이국적인 풍경과 같은 볼거리와 함께 같은 목표를 갖고 새로운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친밀해지는 과정을 담는다. 리더인 지성은 새벽 러닝 애호가이자 다소 진지하고 바른 생활 사나이면서 늘 선두에 서서 후배들을 이끌고 달리기, 스트레칭 등을 전파하는 스승이다. 강기영의 표현처럼 예쁘고 고운 단어를 골라쓰는 특징이 있다. 유일한 예능 경험자인 강기영은 관계망 속에서 드라마와 웃음을 만들어내는 분위기 메이커이자 웃음 펀처 역할을 한다. 달리기를 해본적은 없지만 하키 선수 출신인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크루에 합류했으며 숙소 생활이나 힘들 때 투정을 도맡는다.



출연자중 가장 열정적인 스포츠맨에 가까운 황희는 인터뷰가 빛나는 출연자다. 함께 달릴 때 느끼는 무언 속의 연결고리와 함께하는 즐거움, 달리기의 매력을 말로써 전달하는 데 탁월하다. 막내인 이태선은 모든 면에서 막내의 면모를 톡톡히 드러내며 선배들의 애정 어린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는 캐릭터다. 이 4명의 배우들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함께 달리며 고난과 쾌감을 공유하고 의지하며 성장해간다.

지금까지 캠핑 예능이나 서핑 예능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트렌드와 대중 콘텐츠 제작은 다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문화적으로 트렌디한 것은 맞지만 대중 콘텐츠로 풀어나가기에 로망을 자극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부족했다.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설명해서 알리려다보니 겉핥기식 대리체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체험보다는 경험이 필요하고, 소개보다는 삶이 느껴져야 한다. 보여주기보다 출연자들이 얼마나 그 문화를 즐기고 사랑하는지 진정성을 마련하는 길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런>의 스타트는 나빠 보이지 않지만, 지성을 제외하고 러닝 문화에 문외한들이란 점이 아쉽다. 러너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아닌 셈이다. 이는 선택의 영역인데, 여행예능 속에 하위 장르로 들어간 달리기가 얼마나 많은 일반 시청자들을 매혹시킬 수 있을까. 새해 첫 예능이 내딛은 첫발부터 새로운 도전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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