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7’, 시청률만 높다고 평생 가는 건 아니다

2020-01-06 11:46:22



‘신서유기7’ 강호동 희망처럼 평생 가려면 세계관 재정립이 우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성공한 예능을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그 프로그램만의 세계관 구축이다. <나 혼자 산다>의 중심축을 이루는 무지개 회원들, <불타는 청춘>의 출연진 팜시스템, 십 년째 게임을 하는 <런닝맨>, 현실과 가상이 중첩된 유산슬 신드롬의 <놀면 뭐하니>, 가족 예능의 영역에 속하는 <살림남>과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등 성격과 양식은 달라도 이른바 자리 잡고 사랑받는 예능들은 모두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관, 즉 유니버스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에피소드가 진행됨에 따라 성장과 변화와 갈등과 반등이 굽이치는 연속극에 가깝다.

지난 3일 시즌7을 마무리한 <신서유기> 시리즈는 이런 고유한 세계관 창조와 유지에 도가 튼 나영석 사단의 핵심 프로그램이자 <강식당>부터 <라끼남>까지 다양한 스핀오프를 만들며 유니버스를 확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능이다. 강호동과 이수근, 은지원 등 <1박2일> 원년멤버를 주축으로 웃음만을 사냥하는 가장 원초적인 리얼 버라이어티에 유튜브식 편집방식을 결합했다. 그 결과 관찰예능의 시대에 리얼버라이어티를 고수하며 무려 일곱 번째 시즌까지 성공적으로 방송했다.



그런데 예능도 야구의 세이버 매트릭스처럼 겉으로 보이는 수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스포츠처럼 수치화하긴 어렵겠지만 반드시 시청률과 정비례하지 않는 시청자 반응이 바로 그 영역이다. 과거 매주 재미 논쟁에 휩싸였던 <무한도전>의 위기론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시청률 기록은 언제나 꾸준히 잘나왔지만 훗날 제작진이 에너지레벨이 떨어졌다고 인정한 시점부터 실제로 <무도>에 열광했던 적극적인 예능 시청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극심해졌다. 3개월 만에 돌아온 <신서유기> 시즌7도 시청률 상으로는 가장 성공한 시즌이지만, 다음 주가 기다려지지 않는 첫 시즌이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치닫는 논리와 맥락, 망가짐을 불사하는 분장쇼, 멤버들 간의 투닥거림은 <신서유기> 시리즈의 재미를 구성하는 요소다. 그 위에서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퀴즈를 함께 혹은 대결하며 푸는 과정에 캐릭터간의 관계가 생기고, 친밀도가 형성되며, 기상천외한 오답과 기발한 접근이 헤비메탈처럼 내달리는 웃음을 만든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이수근의 재능으로 만드는 웃음을 제외하고는 벌써 몇 시즌 째 이어지는 똑같은 게임과 웃음으로 이어지는 일정한 패턴과 예상 가능한 오답이 반복되면서 <신서유기>의 특장점인 의외성과 좌충우돌의 긴장감을 크게 느낄 수 없었다.

이번 시즌 몇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메인PD가 교체되었고, 처음으로 국내에서 촬영했다. 그리고 마침 공교롭게도 <1박2일>이 쉬는 타이밍에 레트로를 표방하며 <1박2일>화를 추구했다. 촬영방식 또한 달라졌다. 해외 로케를 나가 한 시즌 분량을 통으로 찍어와 편집으로 나눈 기존 시즌과 달리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1박2일씩 촬영을 진행했다. OB와 YB로 팀을 나눠 목적지를 찾아가는 레이스와 퀴즈 대결을 펼치고, 차량선택, 무전기미션, 야외취침, 족구, 입수 등등 많은 볼거리들을 클래식 <1박2일>에서 따왔다.



사람에 따라 반가울 수도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시기다. 시즌7은 시즌이 거듭되고 <강식당>까지 거치며 멤버들의 친밀도가 무르익을 때 방송됐다. 다시 말해 캐릭터 관계망의 성장이 둔화된 이후 시점이다. 멤버들이 너무 친해지고 서로를 너무 잘 알게 되다보니 현실 투닥거림이 대거 사라졌다. 게다가 에너지를 만들어야 할 YB 멤버들이 착하고 순수한 캐릭터 위주로 포진되면서 의외성 또한 대폭 감소했다.

근간이 되는 강호동의 오버스런 캐릭터와 이수근과 은지원의 앙숙 관계는 너무나 익숙하다. 막내라인인 피오와 송민호는 현실친구의 친분이 두터운데다 선배들에게 깍듯하다. 오랜만에 돌아온 규현 또한 기존 멤버들 사이를 치받는 범퍼카 역할을 잘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렇다보니 캐릭터플레이의 패턴이 고착화되면서 시너지나 참신함이 느껴지지 않고, 각자의 역할은 불분명해 어수선했다. 설상가상 캐릭터쇼의 에너지레벨이 떨어진 상황에서 과거라는 비교 대상이 있는 레트로로 접근하다보니 체감 낙폭이 훨씬 깊었다. 게다가 총 30가지 분장을 하는 등 이번 시장 가장 힘을 준 분장쇼는 상황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었다. 매 촬영마다 달라지는 콘셉트와 분장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역할극에 갇히면서 안 그래도 고착화된 멤버간의 관계를 흔들 리얼한 재미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쇠망한 것은 성장 에너지를 기반으로 캐릭터쇼의 지속가능성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리한 <신서유기>는 시즌제를 적극 활용해 힘을 보전하고 유예해왔다. 그런데 다시 찾아온 텀이 너무 빨라서일까, 아니면 하나의 목표를 두고, 힘을 합쳐 동화 같은 스토리를 쓴 <강식당2> 다음이라 그런 걸까, 혹은 시간의 무게가 임계점을 넘어서일까. 캐릭터쇼의 한계와 마주했다.



지난 3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 강호동은 멤버들에게 “평생 가자”고 했고, 송민호는“<신서유기>로 힐링을 받는다”며 프로그램과 멤버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 진심은 충분히 와 닿았다. 하지만 과거로 회귀한 시즌7은 리얼함, 예측불가능성과 기상천외한 전개를 웃음 포인트로 삼고 있는 리얼버라이어티라는 관점에서도 <신서유기> 시리즈의 확장된 유니버스 차원에서도 그 어느 쪽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캐릭터쇼가 가장 경계해야 할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나아가 조합에 대한 의문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신서유기>의 출발선이자 존재 가치가 트렌드와 거리를 두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유니버스에 있는 만큼 대폭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신서유기>만의 예측불허의 색다름과 쉼표 없는 웃음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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