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는 왜 채식을 강권하지 않을까

2012-05-12 13:01:19



- 그 어떤 명품보다 돋보였던 이효리의 에코백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과거에는 사는 대로 행동했었다면 지금은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됐다” 얼마 전 SBS <힐링캠프>에서의 발언으로 화제가 된 시대의 아이콘 이효리. 그녀가 돋보이는 건 자신처럼 살기를 남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버려진 개를 입양하고 가지고 있던 모피를 모두 팔아 기부하는 등 동물보호와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그리고 SNS 메시지로 봉사활동 소식을 수시로 전하고는 있지만 밍크를 입는 사람을 향해 눈을 흘기지도, 가죽 제품 구입을 극구 만류하지도 않는 모양이다.

값나가는 외제 자동차와 모피와 명품을 선호하고 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들. 그들보다 그 모든 걸 삶에서 배제하려고 노력하는 자신의 행보가 우월하다고, 옳은 길이라고 내세우지도, 자랑하지도 않는 것이다. 어쩌면 한때 ‘한우홍보대사’였던 그녀가 식용동물 사육에 거부감을 느껴 채식주의로 돌아섰듯이 스스로도, 또 남들도 상황에 따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기야 조석으로 변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는데 길고 먼 미래를 어찌 장담할 수 있겠나.

하지만 그 대신 넘쳐나는 돈과 명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측은했던 과거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걷는 이들을 위해 온스타일 <이효리의 소셜클럽 GOLDEN 12>를 통해 요즘 생활하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가까운 이들과 채식 파티를 열어 요리법을 소개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알려주는가 하면, ‘씨티 팜’(상추나 허브를 길러 먹는 것)을 배우고,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저탄소배출 여행을 체험해 보며, 더 나아가 적게 쓰면서도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지 자연주의 음악가 윤영배 씨가 기거하는 제주도 집을 찾아가 경험해 본 것이다.

이처럼 단 위에 올라 내려다보며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라 보고 들은 후 정말 좋다 싶으면 함께 같은 길을 가자고 권하는 자세가 마음에 든다. 시와 음악이 있어 좋았던 제주도의 밤, 그녀가 기타를 치며 들려준 장필순의 ‘스파이더 맨’은 버스커버스커 장범준의 잔잔한 기타 연주가 더해져 이효리 표 어떤 노래보다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런가하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질을 해온 생선과 바위틈을 누비며 주워 온 소라를 구워내고, 돌담 아래에서 자란 부추로 전을 지지고 텃밭에서 뽑은 채소로 저녁을 지어 일행에게 먹이는 모습이 어찌나 편안해보이던지.









지금껏 레드 카펫 위나 명품 행사장, VIP 시사회에서 덕담을 주고받는 스타들이 부러웠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으나 모닥불 앞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탈하면서도 정겨운 자리, 거기에 껴 앉고 싶은 마음이 보는 내내 샘솟지 뭔가.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늘 도발적이고 까칠하게 느껴지던 그녀에게서 자연스러운 친근함이 흘러나오다니.

특히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건 공항패션, 그중 에코백이지 싶다. 앞으로 가죽가방을 되도록 들지 않을 예정이라고 선언한 바 있지만 환경 친화제품 에코백을 정말 들고 다닐 줄이야. 인증 샷을 남기기 위해 머리에서 발끝까지 협찬 받은 명품으로 도배하고 의기양양 공항에 나타나는 수많은 스타들이 오버랩 될밖에. 물론 이처럼 180도 달라진 그녀의 삶을 삐딱하니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한 마디로 말해 표절 사건으로 추락한 이미지 쇄신을 위한 전략이 아닐까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의 그릇대로 저울질하고 판단하는 법, 그런 눈길에 굳이 신경을 쓸 이유도, 필요도 없지 않을까?

이효리가 들려주는 얘기에 귀 기울이는 사이 이 나이 오십 넘은, 고정관념으로 가득한 아줌마의 마음에도 변화의 바람이 인다. 한동안 악어 백이며 타조 백으로 돌아가던 눈길이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자동차 시동을 걸려다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일이 차츰 잦아지고 있다.

이래서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이 중요한 모양이다. 연예인이 공인이냐 아니냐를 두고 자주 갑론을박이 일지만 스타가 보통 사람보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 쉬운 건 확실하지 않은가. 어쨌든 이번 주말엔 에코백을 찾아 들고 거리로 나서련다. 이러다 아예 에코백 만들기에 꽂히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freechal.com
그림 정덕주


[사진=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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