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늬, 어찌 저리도 소박할 수 있을꼬

2014-01-31 07:40:12



카메라 안팎에서 확인한 이하늬의 진가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뭘 봐야 하지?” 언제부턴가 매주 금요일 밤이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말 그대로 즐거운 비명인 셈인데 어째 이 고민은 앞으로도 쭉 계속되지 싶다. 그나마 한동안 채널을 고정케 했던 tvN <응답하라 1994>며 <꽃보다 누나>가 종영을 하는 바람에 한결 부담이 줄었으나 여전히 SBS <정글의 법칙>이며 JTBC <마녀사냥>, MBC <사남 일녀> 같은 서로 다른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필자와 같은 이유로 ‘뭘 볼까?’ 매번 갈등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나는 닮고 싶은, 나와 상반된 매력의 여성 출연자들을 보는 재미에 방송을 손꼽아 기다린다. 여성들의 취약지대라 할 수 있는 예능 무대에 어떻게 이리 동시다발적으로 새로운 보석들이 등장했는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지 뭔가.

타고난 긍정의 힘으로 역경 안에서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가는 <정글의 법칙>의 예지원, 지금껏 방송에서 본적이 없는 파격의 솔직함을 선보인 <마녀사냥>의 곽정은, 여린 성정을 냉랭한 표정으로 애써 감추는 한혜진, 그리고 소탈하면서도 따뜻한 <사남 일녀>의 이하늬까지, 금요일 밤에 만날 수 있는 각양각색 매력의 여성들이다.

그중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건 아무래도 후발 주자인 이하늬인데 <사남 일녀>가 방송된다는 보도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사실 별 기대가 되지 않았다.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포맷 자체가 이미 식상한데다가 가족 예능, 관찰 예능의 인기에 또 한 차례 편승하는 느낌이랄까? ‘이젠 심지어 가짜 가족이야?’ 뭐 이런 식의 시들한 반응이었던 것. 거기에 검증되지 않은 연예인이 태반이다 보니 기대감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나 이하늬의 경우 미스 유니버스 대회 출전 당시의 화려한 드레스 워킹과 이 프로그램이 도무지 어울려야 말이지.

그러나 그러한 우려들은 놀랍게도 첫 회가 시작하자마자 바로 사라져버렸다. 사전 인터뷰에서 ‘한 시간 안에 편견을 깨드리겠다’고 하더니 첫 만남에 어색했던 출연자들을 하나로 만드는 친화력을 발휘해준 이하늬. 미스코리아 진, 무려 2007년 미스 유니버스 4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여성이 어찌 저리 소박하고 해맑을 수 있을꼬. 감탄사가 절로 나왔으니까.



생전 처음 뵙는 강원도 인제 솟탱이골 어르신께 자연스레 ‘아빠’라고 부르며 먼저 다가가는가 하면, 강추위를 예상치 못하고 온 셋째 서장훈에게 넌지시 목도리를 양보하는 세심함, 그러면서도 짐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은 극구 사양하는, 다정하면서도 예의 바른 그녀가 있어 조부모님들과 함께 사는 초등학생 산하의 등장이 불안하지가 않았다. 어떠한 배려로 어린아이를 살뜰히 대할지 충분히 짐작이 됐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산하와 손을 잡고 메주거리를 밟아 다지며 전래동화를 부르는 모습은 미녀대회 때 못지않게 예뻤고 수시로 드러난 허당기조차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솔직히 첫 회만 놓고 보자면 오디오의 반 이상이 그녀의 몫이지 싶은데 마음은 굴뚝같다한들 서슴지 않고 낯선 누군가에게 손을 내민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나. 그 서먹한 가운데 조잘조잘 말을 걸고 리액션을 해주고, 이 사람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저 사람이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늘 살피던 그녀. 그녀의 고정 확정 소식에 옳거니 무릎을 쳤었다.

하지만 이처럼 글을 쓰기까지는 한참의 망설임이 있었다. 까닭인즉 예능에 있어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을 때와 꺼졌을 때가 천양지차인 연예인들이 꽤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이다. 혹여 내 판단이 틀린 건 아닐까? 내가 놓친 표정이 있는 건 아닐까? 몇 번을 되짚어 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의 진가를 확인할 기회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왔다.

며칠 전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초대된 뮤지컬 공연장에서 마주쳤는데 문화계 인사들에게 눈도장 찍느라 바쁜 몇몇 연예인들과는 달리 모자를 눌러 쓴 수수한 차림새로 자신의 어머니 손을 꼭 잡은 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리를 뜨는 게 아닌가. 남의 눈길도 의식하지 않고, 그렇다고 서두르지도 않는, 그냥 자연스런 모녀지간의 외출이었다. 어찌나 친근했던지 아는 사람인양 착각이 돼 인사를 건낼뻔 했지 뭔가. 솟탱이골 아빠에게 큰 절을 올리며 짓던, 엄마와 목욕탕에 함께 다녀오면서 짓던 밝고 건강한 미소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이러니 어찌 그녀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가 되지 않겠는가.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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