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여구 없이 소박한 연출가 김광보의 환상

2014-04-06 09:12:28



[인터뷰] ‘엠, 버터플라이’ 연출가 김광보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재해석한 연극 <엠, 버터플라이>(M. Butterfly)는 미국을 대표하는 아시아계 작가 데이비드 헨리황(David Henry Hwang)의 대표작이다. 2012년 4월, <연극열전4> 두 번째 작품으로 국내 초연 무대를 선보이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자신이 견고하게 지어놓은 새장 안에서 처절한 욕망이 빚어낸 사랑의 결말을 맞이하는 ‘르네 갈리마르’와 남자이지만 여자로서 르네 앞에 선 ‘송 릴링이 주인공. 두 사람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남성과 여성, 서양과 동양이 갖고 있는 편견을 비판하며 동시에 인간의 욕망까지 폭넓게 다룬 작품.

평생 환상을 놓지 못한 르네와 ‘미사여구 없이 소박하게’ 닮아있는 김광보 연출가를 만났다.

■ “연극<엠, 버터플라이>를 보는 관객도 환상을 본다”

-초연 땐 ‘송이 르네를 사랑한 건가?’ 약간은 애매한 느낌이 있었는데, 재연은 송이 르네를 사랑한 게 맞다는 느낌이 든다. 연출의 디렉션이 달라진 게 있나?
“재연을 하면서 특별히 다르게 의도한 건 없어요. 초연 그대로 가져갔거든요. 세종M씨어터 극장보다 아트원 극장이 크기가 작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연기 동선이 초연에 비해 섬세해졌다고 볼 수 있죠. 객석과도 밀착되는 점도 있고, 그 섬세한 감정 때문에 송과 르네의 관계가 좀 더 사랑으로 부각 돼 보여진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연출로선 사랑을 특별하게 강조하진 않았어요.”

-송 역시 르네를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게 맞나
“궁극적으로 사랑이 맞죠. 다만 사랑의 방법이 다른 거죠. 르네가 송을 사랑하는 방법, 송이 르네를 사랑하는 방법이 다르듯이요. 르네가 송을 사랑하는 건 환상인 버터플라이를 사랑하는거죠. 환상의 버터플라이가 투영 돼 있는 그런 사랑이요. 송의 사랑은 나중에 송이 변신하고 난 뒤 대사를 통해, ‘송이 르네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걸 관객들이 느끼게 돼요. 송은 형태에 치장 돼 있는 게 아닌 본질적인 부분을,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꿰뚫어보게 하는, 거기서 만날 수 있는 사랑을 하죠. 그런데 송의 사랑 방법을 르네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요. (르네 입장에선)눈에 보이는 것 자체가 버터플라이여야 하는데, 송은 버터플라이가 아니라 한 남자니까요. 결국 르네는 남자인 송이 잠시 변신했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어요.”

-<엠 버터플라이>에 차용 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은 좋아했었나?
“좋아하지 않았는데, 2년 전에 나비부인을 처음 봤죠. 제가 그 오페라를 봤던 건 <엠 버터플라이> 대본을 읽고 난 뒤였어요. 오페라 <나비부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오페라 속에서 버터플라이가 어떤 심정일까 생각하고 본 거죠. 버터플라이 심정으로 작품을 보니 슬펐어요. 가슴 아프게 봤죠. 그 이면엔 여러 가지 배경이 있어요. <엠 버터플라이> 안에 동양과 서양의 대비가 있기도 하지만 ‘버터플라이’라고 하는 내면성도 무시할 수 없죠. 정치적 관점이라고 할까요. 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죠. 오히려 화가 나기도 하죠. 그건 연극 <엠버터플라이>에서도 계속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버터플라이(초초상)의 심정이 된다는 건 연극 속에서 갈리마르의 심정이 된다는 것 과 똑같아요. 작품 속 주인공의 관점에서 보게 되니까요. 중요한 건 르네의 의식의 흐름이거든요. 갈리마르 역 두 배우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1993년 오페라 버터플라이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M. Butterfly’가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 론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있어요. 갈리마르에게서 동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죠. ‘그걸 보고 울 수 있을 때, 너무 슬퍼질 때, 갈리마르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란 말을 했죠.”

-최근 연출한 연극 <스테디레인><은밀한 기쁨>보다 <엠버터플라이>는 디렉션이 보다 구체적이었나?
“디렉션을 배우에게 주는 것, 연출의 방향은 작품에 따라, 또 배우에 따라 달라요. 상대적인거죠. 큰 아웃라인만 제시해도 잘 찾아가는 배우들이 있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길 바라는 배우들이 있어요. 늘상 이렇다. 저렇다라고 말하기 보다는 작품이나 배우에 따라 바뀐다고 봐야겠죠. 또 <엠버터플라이>는 한번 했던 거고, 저에게는 이미 플랜이 완성 돼 있어요. 초연 <엠버터플라이>때와 디렉션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초연 땐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다 했다는 점이요. 물론 연출이 미리 말 하게 되면 배우들이 연출이 생각하는 방향으로만 가게 되서 나중에 말하는 편입니다. 연출은 스스로 찾아가는 길을 제시해야 하니까요. 배우가 찾아가는 걸 보고 제시를 하고 그렇게 연습을 하는 편입니다.”

-관객들이 이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는 뭐라고 봤나?
“글쎄요. 말하기가 미묘한데, 환상을 보는 거 아닐까요. 연극을 보는 관객도 환상을 보는 거죠. 좋게 말하면 그런 이야기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어우러져 여성 관객들이 좋아한다고 봐요. 처음에 이 작품 연출을 의뢰 받았을 때 동성애에 대해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송과 르네가 만나서 진행돼 가는 과정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 생각했거든요. 다르게 이야기하면 퀴어코드가 있는 작품이냐 아니냐에 대한 문제라 볼 수 있는데, 처음 연출 의뢰 받을 때부터 생각을 못했던 부분입니다. 그러나 작품 속에 퀴어 코드가 있는 건 맞아요. 부인 할 수 없는 게 르네가 송이 남자인 걸 알면서도 그 사랑을 진행하거든요.”



■ 거두절미한 연출, 미사여구 없이 소박한 인간

-르네의 환상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환상을 갖고 살아가는 인간인가?
“꿈꾸는 이상을 환상이라고 본다면, 당연히 있죠. 그게 없으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요? 예전에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꿨다면, 지금은 아주 현실적인 이상을 꿈꿔요. 그런 나이에 접어든거죠. 허황된 환상을 꿈꾸기 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인 이상을 갖고 살아간다는 말인데...이상이 현실적인 게 말이 되나? 아무튼 현실적인 이상이라고 합시다. 현실은 나에게 주어진 거지만, 현실보다 나은 현실을 꿈꾸는 것도 이상이니까요. 전 그걸 꿈꾸면서 살아간다고 봐요. 이상이나 꿈이 사라졌을 때 인간이 살아가는 게 무미 건조하지 않을까요?”

-이상이나 꿈이 사라진 적은 없었나?
“허다하죠. 현실에서 이상을 이룬다고 하는 건 종착점에 간 건데, 그리고 이상이라고 하는 건 주어진 현실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거라 생각해요. 이뤘을 때 사라지는 것, 사라지고 나선 또 다른 목표점이 설정되는 것. 제가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소박해지고 있어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전 굉장히 소박한 사람입니다. 정말 외로운 일이죠. 페이스북에 개인적인 이야기는 안하는데, 그저께 ‘또 한 짐 가득 안고 들어간다.’란 말을 올렸어요. <줄리어스 시저> 대본이 늦게 나 와서 부담이 됐어요. 전 글을 쓰는 연출자가 아니라 픽스가 안 되면 굉장히 불안해지죠. 어제부터 연습을 들어가야 하는데 대본이 안 나오니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거든요.”

-자신감이 없는 성격인가?
“자신감이 별로 없어요. 내가 페이스 북에서 자신 없다고 말하니, ‘좋아요’가 140개가 달렸어요.(웃음) 댓글 달리는 거 보면, 제가 그런 소리를 하는 걸 안 믿는 게 보여요. 제가 쉰 소리 하면 ‘또 잘 할거면서 이러신다’, ‘결국은 해 내실 거면서’란 댓글이 달리거든요. 해 낸다는 게 뭔지도 모르겠지만요 저의 이런 마음을 아무도 안 믿어요. 제가 이렇게 작품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기댈 수 있는 언덕이란 게 없어요. 그 모든 중압감이나 스트레스를 스스로가 견디어야 하죠. 그런 위치에 와 있다고 말하기도 뭐하고 그런 상황에 처해 있는거죠.”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매번 중압감을 느끼나?
“연출가의 예민함이라고 생각해요. 연출가인 내가 예술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넓은 의미로 예술가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때 예민함 없이 어떻게 이 작업을 할 수 있겠어요? 최소한 보는 눈도 뛰어나야 하도 (본인의 미적 감각이 반영 된)옷도 잘 입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출자가 그런 미적 감각 없이 어떻게 연극을 만들어요? 연출자가 대충 입고 다니면 안 돼요.”

-김 연출은 미적 감각이 뛰어난가?
“미적 감각이 뛰어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보고 심플하다, 댄디하다고 해요. 자화자찬일 수도 있는데, 무대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배우들 포지션을 어떻게 시키고, 장면 장면이 어떻게 들어오고, 이런 모든 것들이 사실 다 미적 감각이라는 거죠. 조명디자이너 무대 디자이너 등 분업화 돼 있는 맞지만 연출이 전체 방향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그런 미적 감각이 있어야 하다고 생각해요. 연극 동내에서 저보고 미니멀리스트라고 하는데, 저의 삶의 태도와 맞물려 있겠죠. 무대 지저분한 거 너무 싫어해요. 과한 것도 너무 싫고요. ‘거두절미하고’ 이걸 좋아해요. ‘미사 여구 없이’라는 연극도 있었는데 그 쪽에 가까워요. 본질로 바로 가는 것. 그게 제 연극이라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지금 작업하고 있는 <줄리어스 시저>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배우는 좋은 연출을 만나야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

-연출가의 중압감이란 질문에 추가적으로 한 가지 더 물어본다면, ‘연극이 재미없으면 연출 탓’이라는 말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인가?
“1차적으로 연출 탓이 맞다고 생각해요. 연출이 모든 걸 컨트롤 해야 하는 선장이라고 생각해요. 대한민국 뮤지컬을 보면, 연출의 영역이 애매모호한 감이 있긴 해요. 배우의 기량에 의존하는 부분이 클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연극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연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거든요. 연출이 한 순간 다른 생각을 먹게 되면 작품이 망가져버리니까요. 공연 관련 동호회나 카페에, ‘연출이 하는 일이 뭐야? 연출은 어느 정도까지 하는거야? 김광보씨 무대나 김광보씨 조명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짓는 게 가능한거야?’ 란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어요. 거기에 적혀진 몇몇 대답들도 읽어봤는데 답이 다 일리가 있어요. 그게 가능하거든요. 무대나 조명 디자이너가 다 다른 사람이 했다 하더라도 연출의 특성에 따라 빈번하게 사용되는 무대나 조명의 경우가 있어요. 또 연출의 성향에 따라 같이 작업하는 배우들이 있어요. 내가 연출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봐요. 그래서 배우는 좋은 연출을 만나야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요. 우리 이런 이야기도 하지 않나요. ‘저 좋은 배우들을 모아 놓고 공연이 왜 그래?’ 결국 100퍼센트 연출 탓인거죠. 그런데 저 이렇게 말 하면 다른 연출들에게 몰매 맞겠네요.(웃음)“

-연출이 문제란 말을 들으면 거기에 대해 받아들이는 편인가y
“직접적으로 들으면, 제 책임이라고 말하고 통감해요. 지금까지 제가 작업했던 목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공연 리스트가 허다하게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공연들을 나의 자양분으로 삼아 나가죠. 그런 부분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이번에 실패했다면 다음엔 어떻게 할 건지 점검을 하죠.”

-작품 의뢰가 많이 들어올 것 같다. 대체적으로 의뢰가 들어오면 거절하지 않는 편인가?
“의뢰가 들어오는 대로 작품을 하진 않아요. 시기적절하게 작품이 잘 들어오고 잘 선택한 거죠. 운도 좋고, 배우들 캐스팅 역시 좋았어요. 그게 제가 아무 작품이나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과 똑같지 않을까요. <은밀한 기쁨>은 최근에 한 작품 중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흥행만 놓고 보면, 최고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작품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손으로 꼽는 작품입니다. 그 안에 숨어있는 은유를 간파 하지 못해서 작품에 대한 평이 갈리기도 했지만, 100프로 숨겨져 있는 의도를 파악해내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어요. 모 신문사에서 나온 리뷰가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 그렇게 봤다면 추상미 씨가 연기를 잘 한 게 맞아요. 그 작품을 되게 사랑해서 끝났을 때 마음이 애틋했어요. 이사벨이란 캐릭터를 사랑한 것 같아요.”

-작품 목록에서 지우고 싶은 작품이 있었나
“최선을 다 한 것 같은데 최선을 다한 의도와 상관없이 그렇게 보여지지 않을 때 ‘그 다음에 뭘 해야 하지?’ 란 질문에 봉착하게 돼요. 그렇게 저에게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주는 몇몇 작품들이 있어요. 변화의 기점에서 만든 작품도 있었고, 제가 알면서도 일부러 역으로 간 작품도 있구요. (그동안 몇 편의 작업을 했나?) 몇편이요? 글쎄요. 무진장 많이 했는데. 20년 이상을 연출일을 해 왔고, 일년에 3편만 잡아도 70~80편은 되지 싶네요. 100편은 안되고요. 100편 연출이 얼마 안 남은 것 같기도 하네요.”

-30년 인생을 연극과 함께 살아왔다. 스스로 연출가라는 직업이 잘 맞는다고 보나?
“사실 연출가라는 직업과 저란 사람의 특성이 잘 안 맞아 힘들어요. 브레이트 식으로 말하자면, 제 본질과 상관없이 ‘연출자’라고 하는 캐릭터라고 지워져 있어요. 그 중압감에 몹시 시달리죠. 제가 굉장히 비관적이고 염세적인 인간이라 혼자 있으면 걱정이 한 가득입니다. 제가 제 골을 파는 거죠. 대인관계를 맺는데 있어 썩 좋지 않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연출 작업을 함으로써 바뀐 부분도 분명 있는데, 딱 맞아 떨어지게 이 일이 적역이다고는 말 할 순 없어요. 그런데 제가 10년은 배우와 스태프로, 20년은 연출 작업을 하며 30년간 연극을 했는데 이거 말고는 할 게 없잖아요. 하하.”



■ 연극 여행중에 만난 배우들 이승주 이석준 김다현 전성우

-<네 심장을 쏴라>,<전쟁터를 훔친 여인들>,<엠버터플라이>까지 이승주 배우랑 함께 하고 있다. 승주 배우에 대한 믿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에 이승주 배우가 함께하게 된 건 연극열전의 허지혜 대표가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을 보고 먼저 이야기 했던 게 있었어요. 그래서 저 역시 괜찮다고 추천을 한 거죠. 처음에 김영민 배우가 한다고 했을 때, 더블을 누구를 하느냐? 했을 때 승주가 어떠냐?는 말이 나오게 된 거죠. 결국 영민 배우는 하지 못하게 됐지만요.”

-여러 작품을 해오면서 이승주 배우의 어떤 점을 좋게 봤나
“승주는 승부사 기질이 있어요. 원래 태권도를 했던 친구입니다. 운동을 한다는 건 승부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승부근성이 뛰어난 친구라, 욕심이 많고 욕심을 가진만큼 전력 투구를 해요. 전체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열려 있는 배우구요. 연출이 이야기하는 걸 자기적으로 소화시키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해요. 이승주 군을 더 잘하게 만들려면 승부근성을 자극해서 약을 올리면 돼요.(웃음)”

-배우들이 다 승부사 기질이 있지 않나
“배우들이 다 그런 게 있죠. 그 중에서도 승주는 좀 더 많다고 봐야겠죠.”

-초연과 재연 다 본 관객에게서 김영민 르네랑 이승주 르네가 닮았다는 말이 들린다. 연출이 보기엔 어떤가
“연기가 닮은 게 아니라 르네에 대한 해석이 같기 때문에 관객이 비슷하다고 느꼈을 겁니다. 이석준 배우는 석준 식으로 보여주고 이승주 배우는 승주 식으로 보여주는 건데 승주 르네가 영민이가 해석한 르네와 해석 방향이 같은 거죠.”

-배우 김다현 전성우 릴링에 대해서도 한마디 한다면?
“다현이는 이번에 다시 하면서 물이 올랐어요. 요염해. 참 어쩜 저렇게 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특히 ‘북경 오페라에선 왜 남자가 여자 역을 하는지 아세요.’ 그 장면은 전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성우는 이렇게 보고 있으면 새침떼기 송 같아요. 아주 새침떼고 있는 송을 보고 있으면 귀여워요. (연극열전 조수곤 차장이 한마디 했다. ‘다현 선배의 요염함은 여자도 못 따라가요’)성우가 그게 스트레스가 돼. (성우 배우의 귀여움은 다현 배우가 못 따라가지 않나). 그건 그렇죠. 성우가 나이가 29세 인데, 그 나이에 그 정도 하면 정말 똑똑한거죠. 그 나이에 그 만큼 하는 배우 없거든요.”

김광보 연출은 “항상 끝을 알 수 없는 먼 연극 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을 하면서 ‘아 내가 왜 연극을 하고 있지?’ 란 질문을 던져요. 그러다 보면 ‘연극이라는 여행을 하고 있구나’란 답이 나와요. 여행의 끝은 어딘지 알 수 없는 먼 여행이요. 중간 중간 만나는 작품은 여행 중에 만나는 작품이죠. 온갖 것들을 만나고 다니는 떠돌이 인간입니다. 연극을 하며 여행을 하고 있으니, 정착하고 안착하지 못한 인간이죠. 삶 자체가 불안해서 스스로가 정착을 거부하는 거죠. 일을 하면 힘들고, 막상 일을 안 하면 근질근질한 모순에 가득찬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다시 생각하면 또 이게 연극 여행의 묘미이지 싶어요.”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허영옥, 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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