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씨 이런 준비로는 진짜 ‘투명인간’ 됩니다

2015-01-08 10:00:29



‘투명인간’, 멍석 잘 깔았는데 당최 놀지를 못하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지친 업무로 웃음을 잃은 직장인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KBS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투명인간>의 취지는 공영방송에 걸맞게 건전하기 그지없다. 회사를 방문해 직원들과 일종의 ‘웃음 참기 vs 웃기기 대결’을 벌이는 구도도 나쁘지 않다. 과거 <웃음충전소>에서 했던 ‘타짱’이 떠오른다는 얘기가 있지만 본래 이런 형식의 코미디는 늘 있어왔다. 중요한 건 그걸 왜 하는가 하는 명분이고 그것이 어디서 벌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작년 <미생> 신드롬이 말해준 것처럼 직장인들은 새로운 ‘사회적 약자’로 부각되었다. 그러니 모두가 공감하는 ‘미생들’의 삶에 작은 위안과 웃음을 주고, 그네들과 소통하는 자리는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기획에는 대중들도 선뜻 마음을 내줄 용의가 되어 있다. <투명인간>의 명분과 취지가 기본적인 지지기반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멍석은 잘 깔았다. 이제 그 잘 깔아놓은 멍석 위에서 잘 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 앞에서도 웃기기가 쉽지 않은데 이건 아예 대놓고 웃지 않으려 작정한 이들 앞에서 웃겨야 한다. 게다가 이건 무대와 객석으로 나뉘어진 그런 ‘준비된 공간’이 아니다. 늘 진지한 분위기에서 어떤 면에서는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직장이라는 공간이다.

이런 부담감은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감을 표출하는 모습을 통해 그 자체로 웃음의 코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부담은 무대 위에서의 웃음을 망치기도 한다. 정태호는 두 차례의 도전에서 이렇다 할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웃음 잃은 직원을 웃기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했고, 하하는 말로 웃겨보려다 안되니 결국 책상 위에 올라가 민망한 춤을 추는 몸 개그를 시도했지만 그마저 효과가 없었다. 게스트로 출연한 하지원만이 두 차례 도전해 반응을 얻어내는데 성공했지만, 그것은 웃음의 코드라기보다는 ‘절세미녀(?)’의 힘이었다.



이런 상황은 이 프로그램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강호동 역시 마찬가지. 그는 들어서며 “이거 NG인가요?” 하고 ‘발연기’를 해서 상대방의 긴장을 놓게 하려는 꼼수를 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는 결국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엉뚱한 방식으로 상대방의 반응을 끌어냈다. 역시 큰 웃음을 만들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웃음이 빵빵 터진 건 본 게임이 아니라 중간에 쉬어가는 ‘간식타임’에서 벌인 직원들 간에 또 직원과 MC들 간에 벌어진 게임이었다. 상무까지 출연해 전형적인 직급구조를 갖춘 직원들은 게임을 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살짝 살짝 속내를 내보였다. 강호동을 비롯한 하하 같은 MC들은 그 포인트들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 웃음으로 만들었다. 직급 서열을 무화시키는 게임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광경(?)들을 포착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본 게임은 밋밋하기 그지없었다. 그것은 웃기러 간 MC들이 그다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범수가 뜬금없는 ‘부탁댄스’를 춘 것과, 정태호가 드래곤볼의 초사이언을 흉내 낸 것을 빼놓고는 그다지 참신한 웃음을 찾기가 어려웠다.



<투명인간>은 투명인간 취급받던 직장인들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괜찮은 정서를 바탕으로 깔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웃기는 것이 직업일 수밖에 없는 예능인들의 ‘웃기지 않으면 투명인간 취급받는’ 상황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 양가적인 의미를 내포한 <투명인간>은 그러나 제대로 된 한 방의 웃음이 아쉬운 상황을 만들었다. 멍석은 잘 깔았는데 결과적으로 잘 놀지를 못한 것.

기왕에 웃음을 잃은 직장인들을 웃기겠다고 나섰다면 그만한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나 관찰 카메라는 준비된 웃음으로는 웃음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투명인간> 같은 멍석에서는 ‘준비되지 못한 웃음’은 웃음을 만들 수 없다. 이것은 콩트 코미디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준비로는 천하의 강호동도 <투명인간>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좋은 멍석을 빛낼 수 있는 ‘준비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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