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된 ‘무도’, 신상 예능보다 신선한 까닭

2011-07-03 13:17:47



-‘무도가요제’ 심사위원이 없어 더 신선했다

[서병기의 트렌드] MBC ‘무한도전’의 가요제는 갈수록 멋있어진다. ‘강변북로가요제’, ‘올림픽대로 뚜엣가요제’에 이은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깨알 같은 재미를 주면서도 음악으로 놀면서 발산하는 음악예능의 한 모델을 제시했다. 음악인과 예능인이 짝을 이룬 7개 팀들의 노래가 하나씩 끝날 때마다 ‘음악은 놀이’ ‘음악은 젊음’ ‘음악은 에너지’라는 자막이 올라왔다.

정재형과 정형돈의 ‘파리돼지앵’은 예능적 재미를 책임졌다. 정형돈은 박명수를 위협할 정도의 물오른 예능감으로 충만해있고, 정재형은 김태원 김범수에 이어 캐릭터가 있는 음악인 출신 예능인이 되어간다.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는 노홍철과 싸이의 ‘철싸’팀이 ‘겨땀댄스’를 추며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만 하는 게 아니라, 유재석이 이적과 클로징 무대에서 잘 되지 않았던 무명 예능인 시절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의 회상으로 풀어내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바다와 길의 조합도 좋았다. 바다는 무대에서만은 청아한 여신이었다.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는 길과 바다의 ‘어머니’라는 공유할 수 있는 사연을 담고 있어 더욱 각별했다.

무도 가요제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해보자는 창작 열의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창의성은 거창하지 않아 좋다. “우리는 이런 걸 던집니다” 하고 제작진이 알리는 게 아니다. 그 정신은 해석될 뿐이다.
 
예능이 제공하는 재미와 놀이에 가장 충실한 버라이어티가 ‘무한도전’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이 제작진은 남들이 다들 하고 있는 방식은 추종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요즘 음악예능의 가장 큰 특징은 오디션 형태의 서바이벌 방식이다. 참가자가 노래를 부르고 나면 심사위원석으로 카메라가 돌아간다. 심사위원은 독설 또는 ‘인간적인 멘트’로 인상을 남긴다. 이게 음악예능의 기본 틀이다.
 
무도 가요제는 아예 심사위원을 없앴다. 물론 이를 참가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하하는 쥐와 새가 살짝 와서 심사를 하느냐고 했다.
 
서바이벌 형태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아져 참가자나 시청자 모두에게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있는 시점에 심사위원 없이, 결과적으로 7팀 모두에게 대상을 준 것은 신선한 시도로 보여졌다. 각자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뮤지션들을 불러놓고 같이 놀면서도 이들을 예우해줄 수 있는 무대였다는 점이 칭찬받아야 될 점이다.

김태호 PD는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녹화 후기를 통해 “‘음악은 즐거워야 한다’라는 명제에서 시작한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무한도전의 7년 중 이렇게 기쁜 날이 있었나 싶습니다. (아이돌인) G.드래곤과 (인디가수인) 10cm가 한 무대에 설 수 있던 음악축제. 경쟁이 아닌 서로에 대한 Respect(존경)!”라고 소감을 올렸다.

경쟁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나 TV가 보여주는 서바이벌류 프로그램은 그로 인해 무리수도 나타나고 있다. KBS 휴먼서바이벌 ‘도전자’의 첫번째 탈락자는 “너무 무섭다. 나랑은 안맞다”면서 “열심히 한 사람들까지 밟아가며 올라간다고 해서 얻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쟁이 적당한 긴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가치지만 조직내 갈등과 배신, 모략 등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까지도 드러낼 정도로 과도하다면 본래의 참뜻은 묻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무도가요제’가 ‘경쟁보다는 서로 리스펙트하는 축제’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만하다. 그런 사실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보면서 느끼도록 만들었다. “축제를 즐겼던 모두가 대상”이라는 자막은 그런 정신의 한 표현이다.
 
이번 무도가요제에는 미담도 들린다. 장기하가 김태호 PD로부터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참가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한 것이다. 거절 사유는 음반이 나온 시기와 무도 가요제를 여는 시기가 겹쳐서였다.
 
“이번 음반이 많은 사람들에게 듣기 좋은 음악이 되길 바라고 어느 정도 자신도 있는데, 무한도전 때문에 성공했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것. 신보를 내는 시기와 무도가요제가 겹치면 더 좋은 것 아닌가. 신보를 홍보할 수 있으니. 게다가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높은 ‘무한도전’이 아닌가.
 
김태호 PD는 이런 장기하에게 섭섭함을 느끼기는커녕 “다음 가요제때는 꼭 같이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김태호 PD는 ‘장기하와 얼굴들’ 콘서트에 화환을 보내고, 화환에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MBC 무한도전 & 장기하와 얼굴들, 우린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써 친분을 보여주었고 자신의 트위터에도 “장기하와 얼굴들, 대박 축하드려요”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무한도전 가요제에는 패배자가 없다. 모두가 우승자였다. 그런데도 시시하지 않고 즐거웠고 재미가 있었다. 무도가요제를 정례화할 것을 밝힌 김태호 PD가 2년 후에는 또 어떤 음악예능을 내놓을까를 기다리고 싶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 = MBC, 장기하 싸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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