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부’ 김무열만 멋지게 만들어 놓으면 뭣하나

2015-08-05 13:07:28



‘아름다운 나의 신부’, 김무열 매력 빼곤 남는 게 없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내려온다. 머리에는 안전모를 쓰고 등에는 백팩을 멨다. 그가 입은 회색 양복은 도드라지지 않지만 몸과 하나가 된 듯 자연스럽다. 물론 양복은 이 남자의 뱃살을 감춰주는 것이 아니라 셔츠를 벗으면 드러나는 위협적인 ‘짐승근육’을 단정하게 덮어두는 베일이다. 남자의 직업은 은행원이고 그의 이름은 김도형(김무열)이다. 안전모를 벗은 김도형의 머리모양은 염색기 하나 없는 모범생 타입의 검은머리다. 이 남자 사회에 불만이 없을 것 같다. 이 남자 쉽게 흐트러지지 않을 것 같다.

OCN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이 단정한 남자를 마구 흔들어놓는 이야기다. 그가 눈물을 쏟고, 주먹을 날리고,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동댕이쳐지는 기분을 느끼는 이유는 단 하나 사랑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약혼녀 윤주영(고성희)이 어느 날 증발하면서부터 그의 평탄한 삶 자체가 증발한다. 김도형은 그 후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사라진 윤주영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그 사이 그가 접하는 건 모범적인 세계에서는 상상조차 힘들었던 어두운 밑바닥 세계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연간 12조에 달하는 사채시장을 배경으로 한다. 여기에 주인공 김도형의 한 여자에 대한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겹쳐진다. JTBC의 <사랑하는 은동아>와 OCN의 <나쁜 녀석들>의 기묘한 동거생활이라고나 할까?

순간순간의 재미는 있지만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아쉬움도 그만큼 크다. 김도형과 윤주영 사이의 고교시절부터 이어진 첫사랑 이야기는 심금을 울리는 면이 있었지만 이후 드라마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탄력은 물론 부피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김도형은 늘 사채시장의 해결사들인 그림자 무리에게 당하고 약혼녀 윤주영은 또다시 사라지거나 납치당한다. 이 과정만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사이 빈 공간을 액션과 특유의 하드보일드한 분위기로 채우려고 하나 짜릿하기보다는 공갈빵 같은 면이 더 크게 다가온다.



다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도형의 캐릭터, 그리고 그 김도형을 연기하는 배우 김무열의 연기는 만족스럽다. 사실 한 여자를 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죽도록 사랑하는 남자라는 설정 자체는 케케묵었다. 첫사랑 여자가 화류계 여자가 되어도 사채업자의 애인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도 모든 걸 덮어두는 남자 또한 흔치는 않을 것 같다. 심지어 김도형은 그 여자가 자신의 과거를 숨기길 바란다는 걸 알고 뒤에서 그녀 모르게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낡고 작위적인 설정들이 <아름다운 나의 신부>에서는 은근히 설득력을 갖는다. 그건 우선 김도형이 보여주는 사랑의 방식을 이 드라마가 남성적인 언어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주인공은 사실 너무 말이 많다. 사랑하고, 좋아하고, 토라졌다가 미주알고주알.

하지만 <아름다운 나의 신부>의 김도형은 사랑한다는 감정을 최소한의 말로만 표현한다. 대신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언어는 그의 눈빛, 미소, 한숨, 움직임 같은 것들로 대체된다. 그러니까 사랑에 빠져 봤던 남자나 남자를 사랑에 빠뜨려 본 여자들만이 읽을 수 있는 남자인간의 얼굴에 드러나는 사랑의 코드인 셈이다. 이 코드를 배우 김무열은 힘을 빼고 과하지 않게 연기해 오히려 현실감이 뚜렷해진다. 그래서 김도형의 대사는 몇 마디 없지만 이 남자가 지금 사랑에 빠져 있다는 사실에 보는 이들은 설득 당한다. 심지어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찾아야 합니다.” 같은 류의 닭살이 오돌오돌 돋는 날것의 대사들도 참고 들어 줄 수 있다.



<아름다운 나의 신부> 김도형 혹은 배우 김무열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매력은 액션물에서 흔히 보기 힘든 단정한 남자라는 분위기에 있다. 그간 수많은 액션물에서 입만 열면 욕이 나오거나 반대로 말은 없지만 허세에 찌든 사내들을 겪어왔다. 반면 단정한 은행원 김도형은 입이 걸지 않다. 말은 없는 편이지만 폼 잡는 허세 대신 그의 어깨는 힘을 쓰지 않을 때 축 처져 있다. 물론 그 상황에서도 단정함을 잃지 않는다. 심지어 양복을 벗고 탄탄한 근육을 드러내고 상대를 향해 펀치를 날릴 때도 그 단정함은 흩어지지 않는다. 거친 액션과 단정함이 보여주는 대비효과는 이 드라마의 소비적이고 과하게 잔인한 장면들보다 훨씬 더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그런 김도형이란 멋진 인물을 만들어놓고 <아름다운 나의 신부>는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한다. 그런 면에서 김도형이 자신의 집에 경찰이 쳐놓은 폴리스라인 안에 쓸쓸히 앉아 있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작품 내에 배어 있는 김도형 특유의 아련한 분위기를 잘 잡아낸 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드라마의 답답하고 평면적인 플롯 안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김도형이란 캐릭터를 상징하는 뚜렷한 장면으로 읽히기도 한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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