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귀’, 어떤 극찬도 아깝지 않은 동급최강 박보영

2015-08-22 13:05:49



‘오나귀’, 이들이 있어 박보영 원맨쇼가 더 빛났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일찍이 점찍어 두었던 연기자의 성장을 확인하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의 박보영의 연기는 흐뭇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면서 마치 내 자식의 성공이라도 되는 양 자꾸만 미소를 짓게 된다. 하도 대견해서.

본래 박보영이 맡은 나봉선은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수줍고 내성적인 인물. 거기에 기구한 사연을 지닌 채 떠도는 귀신 신순애(김슬기)가 빙의 되고나면 발랄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신하는데 봉선이가 애써 감추어둔 욕망, 이를테면 사모하는 셰프 강선우(조정석)를 잃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드러날 때면 또 다른 느낌의 봉선이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순애가 자신이 자칫 잘못했다가는 악귀가 될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고 낙심했을 때, 그 순간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절망한 얼굴의 순애가 보이기도 하고. 정말이지 박보영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동급최강’이란 말이 떠오른다. 달리 어찌 표현할 수 있으리오.

필자가 처음 박보영의 연기와 마주한 건 2007년 SBS <왕과 나>에서다. 그보다 일 년 전쯤 EBS 청소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에 출연해 풋풋한 연기를 선보였다는데 아쉽게도 인터넷에 떠도는 짧은 영상 외엔 접해보지 못했고 대신 <왕과 나>에서 폐비 윤씨 역할의 구혜선의 아역으로 등장했을 때, 첫 등장만으로 몰입도가 상당했던 기억이 있다.

반달형 눈웃음이 곱디고운, 단아하면서도 강단 있는 여염집 규수 역할을 어찌나 잘 소화해내던지. 지금이야 아역들이 확실한 영역을 차지하며 성인역의 입지를 위협하게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아역의 역할은 그저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장치, 즉 주인공의 과거 분량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런데 박보영과 그의 상대역인 성종의 어린 시절을 맡은 유승호와의 어울림은 차원이 사뭇 달랐다. 그 둘만으로도 충분히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되더라는 얘기다.



그렇게 미래가 기대되는 연기자 목록 맨 위에 이름을 올렸던 박보영은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히 성장한 끝에 이젠 토를 달기 어려운 존재감을 갖게 됐다. 그러나 박보영의 원맨쇼에 머물렀다면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 지금처럼 쫄깃쫄깃하니 찰진 재미를 줄 수 있었을까?

박보영과 몸을 주거니 받거니 합을 맞춘 귀신 역할의 김슬기의 연기는 두 말하면 잔소리이겠고 박보영의 상대역 조정석도 이번 작품으로 다시금 도약에 성공했다. “‘은시경’이 진짜 ‘납득이’였어?” 라고 놀라게 만들었던 MBC <더 킹 투하츠>에서의 변신을 기억하는가. 능글맞았던 납득이가 그처럼 냉철한 역할에 잘 어울릴 줄이야.

그리고 이번엔 속 정 깊은 남자 강선우 셰프로 돌아와 시청자의 가슴에 방점을 찍었는데 여기에 변신으로 치자면 임주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악귀가 씌운 슬픈 사연의 최재성 경장. 그가 극 중에 언뜻언뜻 내비쳤던 서늘하고 오싹한 눈빛이 MBC <탐나는도다>의 올곧은 선비 ‘박규’와 SBS <못난이 주의보>의 순수청년 ‘공준수’의 것과 출처가 같다니. 특히 15회에서 최 경장이 삶을 포기하는 순간 지은 처연한 눈빛은 가히 올해 최고의 눈빛으로 꼽는다 해도 무리가 아니지 싶다.



그리고 기억해둘 사람들, 우선 무당 서빙고 역할의 이정은. 아기자기한 코믹 연기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낸 그가 없었더라면 아마 훨씬 재미가 덜 했으리라. 특히나 순애에게 몸을 빌려주었을 때 지었던 몸짓과 표정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터져 나온다. 또한 서빙고와 늘 옥신각신하며 색다른 캐릭터를 만든 선우 어머니 역할의 신은경도 잊을 수 없다. 이제껏 본 적이 없는 생경한 스타일의 어머니여서 초반엔 어색했으나 이내 그의 등장을 기다리게 됐으니까. 아버지는 진짜 아버지 같았고 싹퉁바가지 동생도 진짜 동생 같았고, 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셰프들도 모두 정겨웠다.

이렇듯 이른바 ‘구멍’이 없는 드라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연기는 물론 연출부터 대본, 영상, 미술, CG까지,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다. 귀신 얘기인데 하나도 무섭지 않았던, 귀신을 이해하고 싶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아쉽게 드라마와는 이별하지만 이제 모든 출연진의 또 한 차례의 성장을 이후 다른 작품을 통해 확인하련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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