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유아인, 이 정도로 괜찮은 배우였나

2016-02-16 13:13:59



‘육룡이 나르샤’, 새삼 확인된 변화무쌍한 유아인 연기력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가장 변화가 많은 인물을 꼽으라면 누가 될까. 단연 이방원(유아인)이다. 아버지 이성계(천호진)가 이인겸(최종원) 앞에 무릎을 꿇는 장면을 본 후, 대의에는 그것을 실행할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은 이방원은 그렇게 절망적인 성장기를 거친 후 정도전(김명민)의 동굴에서 가슴 떨리는 희망을 찾아낸다. 신조선을 세우려는 그 웅지. 이 시기 이방원의 모습은 비로소 꿈을 찾아낸 자의 설렘으로 가득 했다.

생각을 깊이 하기 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그는 아버지 이성계가 머뭇거리는 일을 저질러버리는 과감한 성격을 보여준다. 어딘지 불안한 청년기의 그는 그러나 홍인방(전노민)에게 붙잡혀 고신을 당할 때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결코 꺾어지지 않겠다고 버텨냄으로써 또 한 차례의 성장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정도전을 스승으로 모시며 뜻을 함께 할 때 그는 탁월한 전략가이자 행동가가 된다.

그러던 그가 홀로 서게 되는 것은 정몽주(김의성)를 선죽교에서 살해하면서다. 이 사건으로 육룡은 비로소 조선 건국에 박차를 가하게 되지만 이방원은 아버지 이성계에게도 또 정도전에게도 버림받는 존재가 된다. 사실상 그의 결행에 의해 비롯된 조선 건국에서 그의 자리가 없다는 점은 그가 분노하게 되는 이유다.

육룡 중 가장 뛰어난 인물이었던 그가 고립되게 되자 그는 이제 스승이었던 정도전과 대립하게 되고 심지어 아버지 이성계와도 대결하는 인물이 된다. 그 명석했던 인물이 이른바 ‘킬방원’으로까지 변모하는 이 일련의 과정이 이토록 드라마틱할 수가 없다. 본래 이방원이라는 역사적 인물이 가진 삶 자체가 그렇다고 해도 그 공은 유아인이라는 배우에게 있을 것이다. 이 변화무쌍한 삶을 제대로 연기로 소화해내지 못했다면 이방원이라는 인물에 이토록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사실 정몽주를 때려죽이고 나아가 아버지를 거스르며 정도전은 물론이고 형제들까지 모두 죽인 후 비로소 권좌에 오르는 인물이 이방원이다. 결코 시청자들에게 그 공감대를 주기가 쉽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 하지만 드라마의 대본이 그만큼 촘촘히 잘 설계되어 있는 면도 있지만 이를 소화해내는 유아인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변화해가는 이방원에 대한 공감을 넘어서 심지어 어떤 심리적인 지지까지 하게 만드는 면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이미 영화 <베테랑>이나 <사도> 같은 작품을 통해 한층 성장한 유아인의 연기를 발견했지만 그가 이토록 호흡이 긴 <육룡이 나르샤> 같은 사극에서도 그 드라마의 힘을 계속 추동시킬 만큼 괜찮은 연기자라는 걸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된다. 그저 동안의 미소년처럼 보이던 그가 어느 순간 분노의 칼을 뽑아 들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잔혹해지는 얼굴로 돌변하고 그러면서 또 눈물을 쏟아낼 때면 그 안에 숨겨진 가녀린 속내에 마음 한 구석이 측은해진다.

고집스럽게 이타적인 영웅 이성계나 오로지 백성을 위한 조선 건국의 목표에만 매진하는 정도전과 비교해보면 이방원은 1인 다역의 역할이나 마찬가지다. 그 쉽지 않은 연기를 이렇게 잘 소화해내는 유아인에게서 연기자로서의 또 한 번의 성장 또한 읽어내게 된다. 참 괜찮은 배우의 기분 좋은 성장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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