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기획자 관점에서 본 현대차 코나의 성공가능성은

2017-06-07 08:07:19



컴팩트 SUV 시장을 기준으로 살펴본 자동차 상품 기획
그 멀고도 험난한 길에 대해서(1)

[이동희의 자동차 잡학(雜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팔아야할 물건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계산이 복잡해진다. 목표로 하는 고객과 시장에 따라 달라질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많이 팔거나 혹은 충분한 수익을 내고자하는 것은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는 묘한 상품이다. 국내 법규상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개별소비세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생활필수품에 가까운 상품이기도 하다. 특히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서 판매하는 시장과 고객층이 달라 상품 기획을 포함한 마케팅이 다양하고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

때문에 자동차 상품 기획에는 ‘좋은 물건이 잘 팔린다’는 당연한 명제를 적용하기가 정말 힘들다. 잘 만들어진 물건이라도 경쟁 모델이 너무 강력하거나, 언론 홍보 및 고객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잘못 잡거나, 초기 물량 조절에 실패해 시장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거나, 영업 조직이 뒷받침을 못해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경우가 생긴다.

심지어 경제 상황이 나빠지거나 세금 지원 같은 정책적인 변화에 의해 판매량이 좌우되기도 한다. 실패할 가능성과 요인들이 너무 많아서, 되레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간 차들이 더 신기해 보일 정도다. 그렇다면 수입차를 제외하고 국산차 중에, 제품으로써는 좋은데 판매가 시원찮은 차들은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자동차 상품기획은 시장 예측에서부터 시작한다. 완성차가 나올 3~5년 후를 예상해 1. 지금 판매되고 있는 모델의 신형을 내놓거나, 2. 아예 국내에 없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만들거나, 3. 경쟁 모델이 이미 존재하는 세그먼트에 새 차를 내놓는 것에 따라 기획이 달라진다. 1번이 가장 많은데 기존에 팔리던 차를 시장 변화에 맞춰 업그레이드하는 개념이다. 이미 시장이 형성된 세단들이나 중형급 SUV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간이 흘러 세대가 바뀌면서 차가 조금씩 커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래쪽으로 좀 더 작고 싼 차가 들어가며 세그먼트가 나뉘기도 한다. 과거 폭스바겐은 골프가 가장 작은 차였지만 차가 커지면서 폴로가 나오고 다시 루포(현행 UP!)가 나와 예전 시장과 수요를 커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한 1990년대에 소형-준중형-중형-대형으로 세단 시장이 구별되어 있었기에 경우가 조금 다르다.

2번은 간단하게 쉐보레 트랙스를 생각하면 된다. 당시까지 없었던 컴팩트 SUV 시장을 열었다. 3번은 쌍용 티볼리와 르노삼성 QM3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2번과 3번은 해당 시장의 고객 분석도 중요하지만,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벤치마크 모델을 연구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 비슷하거나 약간 더 좋은 옵션을 넣으면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앞세운다.



상품 기획 입장에서는 이런 사양들을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가격(기대 가격)으로 바꾸어 경쟁 모델과 비교한다. 기준이 되는 가격을 바탕으로 옵션에 따라 일정한 금액을 더하거나 빼는 식이다. 예를 들어 후방 주차 보조 센서가 있다면 10만원을 더하고, 없다면 10만원을 빼 실질적인 가치 가격을 계산해 비교하는 식이다. 여기에는 차체 크기나 엔진 출력, 연비처럼 ‘숫자’로 표현되는 것도 포함된다. 차체 길이가 10mm 길어질수록 10만원, 1마력당 10만원처럼 모두 가치 가격으로 환산해 계산한다. 이 기준은 각 회사마다 다른데,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기준 차이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경쟁 모델과 최종 소비자 가격에서 얼마나 차이를 둘 것인지를 맞춰보는 것이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차보다 표면 가격(가격표)에서는 몇 % 정도, 실질 가치 가격에서는 몇 % 정도를 높게 혹은 낮게 가져갈 것인지를 결정해 최종 가격이 정해진다. 자동차를 금액으로 따지는 것이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상품 기획은 숫자로 시작해서 숫자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팩트 SUV 시장에서 쌍용 티볼리는 가장 후발 주자로 참여했지만, 앞선 두 대와 시장의 요구를 잘 분석해 1등으로 올라간 성공 케이스다. 동급에서 구경조차 어려웠던 첨단 사양과 4WD, 적당히 예쁜 외관 등을 내세워 사람들을 끌어 들였다. 런칭 초기에는 없던 디젤 엔진과 롱보디 등을 차례로 투입하며 선택의 폭을 넓힌 것도 주효했다. 컴팩트 SUV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QM3와 티볼리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티볼리 안에서 어떤 것을 고를지 고민하게 만든 것이다. 덕분에 티볼리는 2016년 56,935대가 팔리며 QM3(15,301대)와 트랙스(13,990대)를 합친 것은 물론 하이브리드인 기아 니로(18,710)를 모두 합친 48,001대보다 더 많이 팔렸다.



이렇게 지배자가 분명한 곳에 새로 나올 현대차 코나는 어떨까? 상품 기획자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위협적이 될 전망이다. 자세한 제원과 사양이 공개되어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겠지만, 후발 주자로써 앞 선 모델들의 성공과 실패 과정을 지켜보고 시장을 분석할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또 티볼리처럼 현대차가 가진 다양한 최신 기술을 적용할 수 있고, 많이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 정책까지 더해진다면 더 쉽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현대차는 국내에 가장 넓고 많은 판매망과 1만 명이 넘는 영업 인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 상품 기획에서 종종 무시하는 부분이지만 이는 직접적인 판매량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가격과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더라도, 판매망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거나 데뷔 후 마케팅이 망하면 성공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물론 코나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판매까지 고려해 만들어야 하기에 좀 더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 컴팩트 SUV는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세그먼트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동안 여기에 팔 차가 없는데다 줄어드는 준중형차 판매를 보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던 현대차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컴팩트 SUV의 삼각 편대를 이루는 차들이 트랙스를 제외하면 모두 데뷔한 지 2년이 넘어 시장에서 힘이 빠진 상태다.

물론 국내에서 어떨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모습으로 볼 때 얇은 주간주행등이 달린 전면부 디자인이나, 고전적(?) SUV처럼 보이는 플라스틱 휠 하우스 등은 호불호가 나뉠 수 있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가장 큰 걸림돌은 현대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해결책이 무엇이든 하루 빨리 방법을 찾아 움직일 때다. 소비자가 ‘좋은 상품’이라고 무조건 구매하던 시기는 지났다. 게다가 분명한 대안이 있다면 선택에서 외면당하는 건 불을 보듯 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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