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8, 이게 바로 BMW가 그리는 미래 자동차의 단초다

2017-06-16 10:56:42



미워할 수 없는 과시욕의 소유자, BMW i8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BMW i8을 처음 본 건 몇 년 전이었다. 보통 신차는 모터쇼에서 처음 본다. BMW i8은 달랐다. 영화에서 달리는 모습을 처음 봤다. 차량 제원 설명 대신 톰 크루즈가 문을 열었다. 무려 걸윙도어였다. 들고 나는 선과 면이 남달랐다. 그걸 타고 톰 크루즈는 카체이싱을 펼쳤다. BMW i8이 등장할 땐 어김없이 화면을 장악했다. 화면 속 i8은 어떤 차보다 돋보였다.

i8을 제대로 알게 된 건 그 이후였다. i8은 BMW의 i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슈퍼카 같은 외관에 작은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BMW는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를 새로운 형태로 보여주고 싶어 했다. 전기차라는 새로운 자동차를 멋진 이동수단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i3가 그랬고, i8은 더 그랬다. 해서 첫인상을 강렬하게 남길 필요가 있었다. i8이 외모부터 파워트레인 조합, 차량 형식 등이 독특한 이유다.



한때 i8을 슈퍼카로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외관과 파워트레인의 괴리감이랄까. 슈퍼카의 합당한 정의가 뭔지 모르겠지만, 고전적 기준으로 바라보기엔 혼란스러웠다. 사실 그건 BMW에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i8을 타는 사람에게도 딱히 중요하지 않다. i8이 폭발적인 출력으로 공기를 찢는 차는 분명 아니다. 대신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그 시스템을 각인시킬 강렬한 외피를 음미하는 차다. 어떤 면에선 양산된 콘셉트카랄까.

영화에서 본 이후 서울모터쇼에서 실물을 확인했다. 영화 소품을 전시한 듯 보는 재미가 있었다. 과격한 자세와 온몸을 휘감은 굴곡들이 압도했다. 발랄한 차체 색과 군데군데 덧댄 장식도 익숙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요소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이 단어뿐이었다. 미래적. 현실에서 보지만 미래가 자꾸 떠오르는 형상이었다. 지나가면 한동안 바라보게 하는 그런 차들처럼.



도어를 하늘로 열자 속살을 드러냈다. 일상과 비일상을 나눈 경계처럼 문턱이 높고 시트는 낮았다. 보통 차를 타는 방식으로 타면 민망한 상황을 연출한다. 이런 차에 맞는 적합한 탑승 자세를 요구했다. 쉽게 자신을 허락하지 않는 도도함이 은근히 매력적이었다. 시동을 켜면 다시 미래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온몸을 관통할 배기음 대신 도도롱, 하는 전자음이라니. 그러고 나서 펼쳐지는 디지털 시대의 징표 같은 그래픽 계기반이 감흥을 이어갔다.

기대와 반전이 교차하는 차. 이것이 BMW가 그리는 미래 자동차의 단초일 수 있다. 외관에서 느낀 인상은 차가 달리면 또 달라진다. 무지막지한 출력을 바닥에 뿌릴 듯한 생김새 아닌가. 하지만 i8은 힘보다는 경쾌한 거동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탄소섬유로 만든 차체는 경량화의 본을 제시한다. 가벼운 차체에 작은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치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구나, 생각하게 한다. 날카로운 핸들링과 날렵한 몸으로 절대적인 출력을 잊게 한달까.



간혹 자동차를 볼 때 제원이 눈에 들어오지 않기도 한다. 그 차의 존재 자체가 남달라 흥미를 끄는 경우다. i8은 타기 전부터 내릴 때까지 신세계를 선사한다. 얇게 저민 등화류부터 걸윙도어까지, 탄소섬유 차체부터 실내 파란 불빛까지. 부분마다 새롭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곳 하나 덤덤하게 만든 곳이 없다(BMW 다른 차종이 연상되는 센터터널을 빼면). 하나부터 열까지 과시한달까. 물론 기분 좋은 과시다. 때로 드러내는 게 매력일 때가 있다.

i8은 과시할 임무를 맡은 모델이기도 하다. BMW i브랜드를 알려야 하니까.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를 대하는 방식은 보통 친숙함을 앞세운다. 기존 모델에 엔진 대신 전기모터로 대체한다. 그 방법은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BMW는 그 반대를 택했다(물론 기존 차종에 전기모터를 달리도 하지만). 보다 강렬하게 미래를 맞이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새 자동차를 새 콘셉트로 빚었다. i브랜드의 의미다.



i8은 그 선두에서 과시하듯 자신을 뽐낸다. 새로운 형식으로 이목을 주목시킨다. i8에 기대와 반전이 교차하는 이유다. 양산된 콘셉트카라는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니다. 도로에서 콘셉트를 과시하듯 달려야 하기에. i8은 그 과시가 미덕이다. 걸윙도어를 열고 타고, 스위치를 눌러 전기모터를 돌리며, 경량 플랫폼으로 민첩한 움직임을 느낄 때마다 과시를 즐기게 한다. 다른 차를 탄다는 뿌듯함. i8의 과시욕을 미워할 수 있을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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