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도 G4 렉스턴이 별로라고 말하지 않는가

2017-07-21 07:55:51



프레임 보디의 장점은 없고 단점만 있는, 쌍용 G4 렉스턴

[이진우의 불편한 진실] 쌍용차 렉스턴은 지난 2001년 이 땅에 고급 SUV 시장의 포문을 열었던 모델이다. 16년이 지났음에도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 1퍼센트’라는 홍보문구를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모델임은 분명하다.



2013년 서울모터쇼에서 쌍용은 LIV-1 콘셉트카를 선보이면서 “이 차가 쌍용의 신형 렉스턴이 될 것”이라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굵고 간결한 디자인의 대담한 터치는 기대감을 갖기 충분했다. 아울러 렉스턴은 어려운 형편의 쌍용이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에 가장 적절한 모델이기도 했다. 하지만 쌍용은 기대만 부풀려 놓았을 뿐 출시 소식은 전하지 않았고 소비자들 신형 렉스턴을 뇌리에서 지웠다.



신형 렉스턴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 후로부터 3년이 지난 2016년 파리 오토살롱이었다. 쌍용은 선보인 LIV-2 콘셉트는 양산형에 훨씬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넓은 차체와 높은 후드의 큰 덩어리가 주는 존재감이 상당했다. 지금 바로 양산해도 될 것 같은 디자인에 소비자들은 또 기대했다. 하지만 쌍용은 어찌 된 영문인지 이 차의 양산 일정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후 1년이 지난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월드 프리미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쌍용차 부스 맨 앞에서 보무도 당당하게 등장했다. 이미 세상에 다 알려진 차가 ‘Y400’으로 개명하면서 월드 프리미어가 된 건 쌍용차와 서울모터쇼 조직위의 꼼수가 아니었을지. 그런데 서울모터쇼도 렉스턴의 공식출시는 아니었다. 두 달이 지난 5월에서야 ‘위대한 4가지 혁명’이란 뜻을 이름에 새긴 G4 렉스턴이 출시됐다.

떡 벌어진 어깨와 높은 차체가 주는 당당함이 그럴듯하다. 발판을 밟지 않고는 타고 내리기 쉽지 않을 정도로 차체가 높다. 시트포지션도 높아 웬만한 차의 정수리가 다 보일 정도다. 하긴 예전 SUV들은 이렇게 차체가 높았다. 강철 프레임 섀시를 뼈대로 사용하고 그 위에 보디를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오프로드 특화 모델이 아니고는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은 거의 쓰지 않는다. 오프로드 전문 브랜드 랜드로버도 레인지로버와 신형 디스커버리에 모노코크 섀시를 사용한다.



G4 렉스턴은 프레임 보디를 고수했다. 강철 프레임 보디는 모노코크보다 비틀림 강성이 높아 오프로딩이나 고속주행 시 안정감이 높고 트레일러 등을 견인할 때 차체에 무리가 덜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겁고 차체 무게 중심이 높아 조종성에서 불리하다. 쌍용차는 프레임 섀시의 단점을 상쇄시키고 장점을 최대한 끌어냈어야 했다. 그래야 G4 렉스턴 존재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

결론부터 말하면 쌍용차는 프레임 섀시의 장점을 최대로 끌어내지 못했고 단점도 숨기지 못했다. 우선 차체가 너무 헐렁하고 덜렁거린다. 프레임 보디 자동차는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하면 노면 진동이 서스펜션을 타고 오르면서 섀시에 충격을 주게 된다. 그래서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길게 하고 부드러운 세팅을 한다. G4 렉스턴도 마찬가지. 그래서 차체 롤이 너무 심하다. 무게 중심까지 높아 앞뒤 좌우로 많이 흔들린다. 그런데 문제는 차체 진동도 심하다는 것. 노면의 미세한 조각이나 틈을 여과 없이 탑승자에게 전달한다. 아마도 차체 롤이나 피칭을 잡기 위해 부싱을 단단히 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진동도 못 잡으면서 출렁이기까지 하니 쉽게 피로해지는 승차감이다. 무게 중심 이동도 크고 느리니 정확하게 달릴 수도 없고 뒤가 따라오는 속도도 느려 빨리 달릴 수도 없다.



얼마 전, 같은 프레임 섀시를 사용하는 10년 된 기아 모하비와 G4 렉스턴을 같이 시승했다. 모하비도 지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진동과 출렁임이 상당했다. 약간의 충격에도 섀시와 보디가 제대로 결속되지 않은 것처럼 제각각 흔들렸다. 문제는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G4 렉스턴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차를 타는데 마치 10년 이상 된 SUV를 타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지난 10여 년간 모노코크 보디 SUV의 승차감에 길들어 이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쌍용차는 무거운 프레임 보디를 사용한 이유를 보여주지 못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쌍용차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다. 과거 SUV 명가로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받았지만, 중국으로 팔리고 평택공장에 불길이 오르며 경찰이 진입하는 걸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다. 그래서일까.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기아와 쉐보레에 엄격한 잣대를 대면서 쌍용차에겐 유독 관대하다. 브랜드에게 환심과 관대는 좋다. 하지만 좋지 않은 걸 좋다고 왜곡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쌍용차가 인도 마힌드라로 넘어가면서 안정을 찾고, 티볼리의 성공을 다행으로 여기며 마음 한편으로 쌍용차를 응원한다. 하지만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까지 애면글면하며 변호할 이유가 있을까? G4 렉스턴에 대해 이런 말을 하는 나도 불편하다. 어서 상품성과 제품력이 개선돼 다음엔 기꺼운 마음으로 G4 렉스턴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진우(모터 트렌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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