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값 인상 외엔 뾰족한 수 없는 현대차 위기 딜레마

2017-07-28 07:58:47

어쩌면 현대차그룹은 위기설의 정점에 있을지 모른다

[이진우의 불편한 진실] 지난해 10월, 현대∙기아차 그룹의 내수시장 점유율이 60퍼센트 이하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각종 언론이 앞 다퉈 ‘현대차 위기설’을 내놓았다. 늘 80퍼센트 내외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가 20퍼센트 가까이 빠졌으니 위기설이 일만도 했다. 특히나 미국 시장에서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과 보상을 해줘야 했고, 내부 직원의 고발로 리콜 은폐 의혹도 터졌으며 중국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의 시점과 맞물려 현대차 위기설은 그럴듯해 보였다. 현대차도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올해 1월 신형 그랜저를 조기투입하면서 판매량 올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6월, 현대∙기아차 그룹 내수시장 점유율은 다시 77.8퍼센트가 됐다. 내수판매 1~10위 중 쌍용 티볼리를 제외하곤 모두 현대, 기아차다. 1~6월 누적 점유율도 77퍼센트나 된다. 현대차는 쏘나타 뉴라이즈, 코나, 기아 모닝, 스팅어 등 신차를 대거 투입하면서 신차효과를 등에 업고 예전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완벽하게 회복한 것이다.

그러면 현대∙기아차 그룹은 위기설에서 조기 졸업한 것일까? 국내 점유율은 예전 수치를 회복했지만 판매량은 그렇지 않다. 올해 1~6월 현대·기아차 국내 판매량은 60만62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2만7874대)에 비해 2만7249대가 덜 팔렸다.



해외 시장까지 더하면 현대∙기아차 그룹 판매량 하락은 더욱 크다. 올해 1~6월 현대·기아차 국내외 판매량은 351만856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85만1954대) 대비 8.7퍼센트나 줄었다. 33만3388대가 덜 팔린 것이다. 중국시장에선 사드 여파로 판매량이 반 토막이 났고 미국에서도 판매량이 8.6퍼센트나 떨어진 것이 가장 컸다.

판매량이 떨어졌으니 실적이 저조한 건 당연하다. 지난 26일 현대차가 발표한 2분기 실적을 보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위기설이 허투루 나온 것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영업이익 1조3445억 원, 당기순이익 9136억 원을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7퍼센트, 48.2퍼센트 각각 줄어든 수치다. 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매출도 24조3080억 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5퍼센트 감소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저조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7.1퍼센트에 미치지 못하는 5.5퍼센트. 100원어치를 팔아 5.5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는 뜻이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매출액 26조4223억 원, 영업이익 7868억 원, 당기순이익 1조1550억 원 등의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액은 2.5퍼센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4.0, 34.8퍼센트나 감소한 수치다.



여러 지표가 지금 현대·기아차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할 마땅한 방도가 없다는 것. 올해 초 새차를 대거 쏟아내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에 애걸복걸했지만 지난해 판매량에 미치지 못했다. 하반기엔 이미 출시한 기아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이 있지만 그다지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다. 기아차는 올해 스팅어 예상 판매를 9000대로 잡았다. 현대 코나(2만6000대)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출시 초기부터 섀시 잡음이 많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차의 아킬레스건이 또 터지고 말았다. 노조가 또 파업을 예고한 것. 6년 연속이고 노조 창립 29년 동안 25번 파업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임금 15만4883원 인상과 순이익 30퍼센트 성과급 지급을 요구한다. 여기에 덧붙어 듣도 보도 못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 보장’을 해달라고 한다. 자동차 산업의 발전으로 생산이 모듈화로 필요 노동자가 줄어드는 게 우려되니 고용안정과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다.

예전만큼 차가 안 팔리고 세계 시장도 좋지 못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가 결렬되면 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될 것이고 내수와 수출 시장이 막힌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노조 파업으로 5조 원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해도 문제다. 노동임금이 올라가면 판매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경제적, 심리적 저항이 높아지고 판매량에 영향을 주게 된다.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사측은 노동임금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차에선 ‘아니 될 말씀’이다. 노조가 워낙 강해 생각도 못 한다. 그래서 현대차는 매년 협상을 벌여 울며 겨자 먹기로 임금을 조금씩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현대, 기아의 찻값이 꾸준히 오른 것과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국내, 해외시장 모두 녹록치 않은 상황에 고질적인 노조 파업 문제까지 겹쳤다. 어쩌면 지금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위기설의 정점에 있을지 모른다. 현대차는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꾸준히 신흥시장 개척과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대차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마땅한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어렵다. 쉬운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현대차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원자재가격 상승을 이유로 조금씩 찻값을 올리는 방식이 있다. 현대차는 과연 어떤 액션을 취할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진우(모터 트렌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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