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40 때 아닌 가격 논란, 진실은 이렇습니다

2018-06-30 08:38:46



볼보 XC40, 진짜 저렴한 것인가 아니면 비싼 편인가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최근 볼보 XC40이 출시됐습니다. 차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평가가 나쁘지 않습니다. 안전 장비에 대해서는 기본형부터 풀 옵션이었던 볼보였고, 90 시리즈 이후의 이른바 ‘신세대 볼보’들은 능동 안전 및 반자율주행 장비들까지 모두 기본 장비로 채택하는 등 ‘안전’과 ‘미래’라는 테마는 절대 양보하지 않는 볼보입니다. 게다가 볼보의 개성이 살아있는 디자인도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격에 대해서는 평가가 극에서 극으로 나뉘더군요. 일단 가격 경쟁력 면에서 볼보 브랜드에 이 옵션이라면 경쟁력이 상당히 뛰어난 가격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이 가격이라면 더 저렴하고 큰 폭스바겐 티구안을 구입하는 게 훨씬 낫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가격 자체에 대해서도 볼보 코리아의 프레젠테이션이 보여준 것처럼 같은 사양을 기준으로 적게는 영국보다 1,235만원에서 많게는 독일보다 2,134만원 저렴하다는 정보가 있는가 하면, 미국의 3만3천에서 3만5천 달러 수준의 기본 가격보다는 훨씬 높은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SNS를 통해 퍼지기도 했습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일단 가격 자체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옵션을 더하고 빼서 계산하면 나오는 가격이므로 직접 비교하기가 수월합니다. 유럽 브랜드의 유럽산 자동차가 우리나라에서 더 저렴하다는 것은 이제는 거의 기정사실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물론 세제에 차이가 있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유럽에는 우리나라에서는 10%인 부가가치세가 20% 전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서유럽에는 없는 개별소비사와 교육세 등이 있기 때문에 결국 세금에 의한 가격 인하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운송료 및 차량 보관 및 검차 등에서 수입차는 유럽 현지에서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듭니다.



그렇다면 결국은 유럽 제작사들이 낮은 가격으로 우리나라에 공급한다는 말이 됩니다. 기본 차량보다 수익성이 높은 옵션들이 많이 달려있는 한국형 모델들이라서 실속은 괜찮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EU FTA 이후에도 여전히 완벽하게 통합되지 않은 인증 규정으로 국내 사양의 추가 개발에 큰 비용이 들어가므로 실상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유럽 브랜드들이 유럽에서의 수익성보다 우리나라 수출 모델의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 유럽 브랜드들이 수익성을 낮추면서까지 유럽보다 낮은 가격으로 차량을 공급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결국은 시장에 있습니다. 첫째, 프리미엄 브랜드들에게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미국 등에 이어서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큰 시장입니다. 큰 시장이라면 시장에서 원하는 사양과 가격대를 최대한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시장이 원하는 가격대와 사양은 어디로부터 정해지는 것일까요? 그것은 국산차 시장입니다.



최상류층 고객들만 상대하던 초기의 수입차 시장은 그렇지 않았지만, 수입차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국산차들과 경쟁하고 국산차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들을 유입해야 하는 수입차 시장으로서는 첫째, 국내 승용차 시장의 거의 9할을 차지하고 있고 둘째, 가성비가 매우 뛰어난 국산차가 조성한 생태계에 적응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즉, 강력한 국내 브랜드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가격이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은 정확하게 미국이나 일본이 수입차 가격이 저렴한 이유와 일치합니다.

그리고 ‘미국보다 비싸다?’ 맞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자동차 가격이 가장 저렴한 시장입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고 세금도 거의 없거나 저렴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할 수 있는 이유와 구조가 모두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이 올리신 가격만큼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볼보 자동차 코리아가 예로 사용했던 XC40 T4 R-디자인 모델의 미국 내 가격은 3만5,700 달러입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최대한 비슷하게 옵션을 추가하면 4만2,000 달러 수준까지 가격이 올라갑니다. 이것을 오늘 매매기준율로 환산하면 약 4,700만 원이 됩니다. XC40 T4 R-디자인의 국내 판매 가격인 4,880만원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일본의 동일 모델 동일 트림의 가격은 489만 엔입니다. 이것을 역시 오늘의 환율로 환산하면 약 4,970만원으로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비쌉니다. 우리나라 모델보다 기본 옵션이 살짝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같은 가격인 셈입니다.



두 번째 가성비에 대한 의견, 특히 폭스바겐 티구안보다 비싸다는 의견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폭스바겐이 니어 럭셔리 혹은 매스티지(mass-prestage) 브랜드로서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고 볼보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 등에 비하여 아직은 브랜드 이미지가 약하다는 점은 있지만 엄연히 두 브랜드의 포지셔닝은 다릅니다.

폭스바겐은 매해 6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메인스트림 브랜드이며 볼보는 프리미엄 브랜드입니다. 볼보의 연 판매량이 50만대 수준으로 적기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 보다는 볼보는 초창기부터 놓지 않는 안전이라는 테마를 21세기의 자율 주행과 능동 안전으로 확장하는 테마의 선점 능력, 가혹한 환경 덕분(?)에 실내 거주 공간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디자인 스토리의 그럴 듯한 개연성, 그리고 20세기 왜건부터 21세기 SUV까지 쭉 이어오는 라이프스타일 차량 전문 브랜드라는 이미지 등 탄탄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바로 이 스토리의 차이가 프리미엄과 메인스트림 브랜드의 차이입니다. 폭스바겐도 브랜드의 포지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디자인 DNA에 신경을 쓰고 품질을 끌어올리는 등 감성적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니어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을 받으려면 이미 훌륭한 기술적인 면에 더하여 브랜드에 더 많은 스토리와 이미지를 심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요컨대, 고객은 이렇게 구분될 겁니다. 첫째, 가성비가 가장 중요한 고객들은 현대 싼타페나 기아 쏘렌토의 풀옵션을 선택할 겁니다. 더 크고 옵션도 더 많고 유지비도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수입차라는 프리미엄 정도면 충분하고 가성비를 여전히 중시하는 고객은 폭스바겐 티구안을 선택할 겁니다.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컴팩트 SUV를 찾는 고객은 XC40을 선택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BMW X1와 아우디 Q3는 휴업 상태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GLA는 컴팩트 크로스오버 SUV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해치백의 지상고만 살짝 높인 형태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볼보의 V40 크로스컨트리보다 아주 약간 크고 현대 코나에 길이만 30cm 가량 길 뿐 높이는 오히려 45mm 낮습니다. 즉, XC40만이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으로 유일한 프리미엄 컴팩트 크로스오버 SUV인 셈입니다.

그리고 볼보는 지금까지 안전 등의 괜찮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독일 프리미엄 3사에 비해서는 우수한 가성비를 무기로 활용하는 틈새 전략, 즉 니어 럭셔리 전략을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다릅니다. 이전보다 강력해진 디자인과 앞서가는 미래형 기술, 그리고 더욱 탄탄해진 스토리로 보다 정통 프리미엄 브랜드의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프리미엄 브랜드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프리미엄 컴팩트 크로스오버 SUV 시장에 이미 이쪽 장르에 강점이 있는 볼보라면 더 이상 가성비만을 무기로 삼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C40의 가성비는 훌륭합니다. 티구안과 직접 비교해 봐도 옵션에서는 막상막하이고 4륜 구동을 채택한 모델끼리의 비교는 의외로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티구안의 최상급인 2.0 TDI 프레스티지 4모션과 XC40의 최상급인 T4 AWD 인스크립션은 각각 4750만원과 5080만원입니다. 즉, 볼보가 330만원 비쌉니다. 예전 같았으면 디젤인 티구안에게 더 큰 가격적 메리트를 주었을 겁니다만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디젤 게이트 이후의 현실입니다. 또한 XC40은 5년 10만km의 긴 보증 기간도 제공합니다. 즉, 브랜드의 포지션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경쟁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티구안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제시하는지도 모릅니다. 공급이 부족한 볼보는 현재로서는 가격을 흐트러뜨리는 판촉정책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판매량으로 승부를 보려는 폭스바겐과 느리더라도 탄탄하게 성장하려는 볼보. 어쩌면 이 자세의 차이가 메인스트림과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이가 아닌가 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목록으로

집중분석

더보기

더보기

많이본칼럼

더보기
[첫화면] [PC버전]
ente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