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의 여지 없는 ‘골목식당’, 지금 필요한 건 해명이 아니다

2019-01-09 15:11:23



‘골목식당’, 커진 영향력만큼 투명해야할 가게 선정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조용할 날이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논란이 쏟아져 나온다. 이번 청파동 편에서는 고로케집과 피자집이 도마에 올랐다. 처음에는 방송에서 보인 이 두 집 사장들의 ‘무개념’에 대한 대중들의 질타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피자집은 시식단이 왔을 때 하대하고 막 대하는 모습으로 대중들의 공분을 샀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내놓고, 어떻게 먹냐고 묻자 남기라는 얘기까지 하는 이 피자집 사장 때문에 시청자들은 뒷목을 잡았다.

고로케집도 상식 이하임은 다르지 않았다. 일단 가게부터 열고 어떤 음식을 할 것인가를 결정했다는 사실도 이해하기 어렵고, 꽈배기 만드는 속도가 경쟁력이라는 백종원의 조언에 열심히 했다지만 조보아와 경쟁해도 비슷한 속도는 그가 노력한 게 맞는가를 의심하게 했다. 하지만 피자집 사장도, 고로케집 사장도 이상했던 건 이렇게 엉망진창이면서도 별로 절실함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백종원 같은 베테랑이 조언을 하는데도 이제 개업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은 고로케집 사장은 ‘자존심’이니 ‘고집’을 운운했다.



아마도 이 두 집이 어딘가 이상하고, 그래서 사실은 건물주가 아니냐는 의심이 생겼으며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충분히 미심쩍은 부분들이 많다는 걸 발견하게 된 건 이런 두 사람의 ‘전혀 절실해 보이지 않는’ 이상한 태도 때문이었을 게다. 고로케집 사장은 나오고 있는 논란에 대해 해명 글을 게재하면서 “작가님이 법인사업자로는 방송하기 어렵다고 고로케 사업을 제 개인사업자로 사업자 변경할 수 있냐”고 물었다는 대목을 적시함으로써 논란을 더 키웠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이미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은 최소한 이 집이 법인사업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집을 섭외했다는 건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일이다.

이에 대해 <백종원의 골목식당> 측은 해명을 내놓았다. 가게 명의가 ‘건축사무소’로 되어 있어 애초 제작진은 방송이 힘들다고 했지만, 사장이 “본인이 운영하는 가게고, 건축사무소와는 관계가 없다”고 답함으로써 “상황 상 오해의 소지가 있고, 요식업과 관련이 없는 회사인데다 개인이 하는 음식점이면 명의 변경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해명에도 결국 제작진이 사전에 이 가게가 법인 명의로 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제작진은 고로케집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 ‘임대료를 내는 일 매출 10만원 내외의 영세 식당’이라 ‘도움을 주고자 먼저 섭외 요청을 드렸다’고 했다. 하지만 가게가 오픈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은 집에 ‘일 매출 10만원 내외’라 섭외의 기준이 된다는 것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어느 가게든 오픈한 몇 달 간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 아닌가. 그런 집은 ‘영세 식당’이 아니라 ‘신장개업한 식당’이라고 해야 맞을 게다. 오해의 소지까지 분명히 있는 데다 ‘영세 식당’이라 공감하기 어려운 식당의 섭외. 시청자들이 의혹을 갖게 되는 이유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처음부터 그만한 영향력을 가진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포방터 시장처럼 상권 자체가 위기에 처한 곳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커진 영향력에 맞게 그 수혜를 받을 지역이나 가게 선정에는 더 큰 투명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오랫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여러 다른 이유로 잘 되지 않는 가게를 이 프로그램이 돕고 그래서 상권도 살아나는 모습이다.

확실히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만한 힘을 발휘했고 그만한 능력과 영향력이 있다는 걸 확인시켰다. 하지만 능력이 좋은 만큼 더 요구되는 건 투명성과 도덕성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 능력은 엉뚱한 방향으로 힘을 발휘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더 높은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다. 해명 글만 자꾸 올릴 게 아니라 해명할 필요가 없는 투명성이.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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