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순박한 핀란드 친구들을 이렇게 소비할 줄이야

2019-01-25 15:53:42



패키지여행이 된 핀란드 친구들의 두 번째 한국 방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순박한 핀란드 친구들을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신년 특집 이벤트로 ‘다시 보고 싶은 친구들’을 준비했다. 이 특집은 시청자들의 투표와 여행지 추천으로 진행됐는데, 남다른 한국사랑과 순수함이 가득했던 핀란드의 페트리 친구들이 지난해 11월까지 방문한 14개 팀 중 무려 과반에 가까운 46%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다시 한 번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핀란드 편이 인기가 좋은 것은 꾸밈없는 순수함과 먹방 빌푸, 리액션과 막걸리 사랑의 빌레, 4차원의 사미 등 확실한 캐릭터와 함께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과 리액션에서 진정성이 물씬 풍겨왔기 때문이다. 이들의 휘둥그런 시선에는 순수함이 있었다. 그들이 표현한 즐거움, 놀라움, 행복함은 초대한 우리의 기분을 매우 좋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들은 방송을 끝나고도 한국 사랑을 이어가면서 진정성과 감동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

빌레는 한국에서의 여러 경험을 갖고 본격적으로 핀란드산 막걸리를 제조하고 빌푸는 크리스마스에 한식을 준비하고 김치를 담그는 등 한국 문화에 심취했다. 두 번째 촬영을 위해 방문한 제작진들에게 한식 사랑에 푹 빠진 이 둘은 함께 (개선의 여지는 많지만) 한식을 차려냈을 정도다. 캐릭터의 매력도 중요하고, 흥미로운 볼거리도 중요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지속가능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근원 동력은 바로 이 지점이다. 한국을 보러 와서, 너무나 좋아해주기. 우리의 일상에 감탄과 애정을 표현해 주는 것이 오늘날 ‘외국인 예능’의 핵심 정서다.



한 번도 관심 가져본 적 없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 경기 시청률이 무려 16~20%대에 이르고(이 정도 시청률 수치와 화제성은 현재 JTBC 드라마 ‘SKY 캐슬’ 정도만 비벼볼 수 있다), BTS는 국가의 자부심이다 보니, 파리와 덴마크에 차린 포차에 우리나라 문화를 잘 알고 좋아하는 셀럽과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기현상까지 방송으로 만들어내는 현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볼거리 측면에서 이제 반복되는 루틴이 확연한 어느 정도 뻔한 예능 콘텐츠가 됐음에도 여전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덕분에 핀란드 친구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국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잠시 휴가를 왔다갔을 뿐인데 꿈처럼 혹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처럼, 공항과 호텔에서부터 다니는 길마다 사람들이 인사하는 ‘우리 인생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들의 두 번째 한국 여정을 보면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제작진이 이런 포인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가이드와 여행사는 보이지 않지만 일종의 패키지여행이 됐다. 여행지에서 좌충우돌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나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인간적인 매력이 나타나고, 우리의 시선으로는 보이지 않는 일상의 묘미가 이방인의 색다른 시각으로 인해 발견되는데, ‘시청자 추천’이란 미명 하에 한국 관광과 예찬을 강요한다. 전주 한옥마을, 현재 핫하다고 미디어에서 연일 등장하는 익선동, 고속도로 휴게소 등등에 데려가는 것 자체가 이건 어떠냐고 자꾸 묻는 행위다. 이들에게 검증받기보다는 우리의 현재나 관광자원이 이들에겐 어떻게 느껴질지 한발 떨어져 지켜보는 것이 보다 흥미로울 텐데, 엄지를 치켜드는 것 이외에 다른 반응을 보일 여지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코스들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루틴이라 할 수 있는 한복 체험, 한옥 마을 구경, 산낙지 먹방, 고급 한정식집 방문과 한식 요리 교실, 막걸리 술집 등등이라 상투적이며, 다른 방송에서도 너무나 많이 다룬 볼거리다. 그래서 두 번째 방문임에도 오히려 첫 번째 방문보다 더 겉핥기식으로 정해진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는 인상이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나누는 느긋한 휴가라기보다 출장에 가깝게 느껴진다.

신년특집 직전 블레어의 가족이 한국을 방문한 호주 편은 그간의 루틴을 조금 벗어난 볼거리가 있었다. 물론, 가족이 등장했기에 친구들끼리 뭉쳤을 때만큼 예능적 캐릭터나 상황이 돋보이진 않았으나, 블레어의 동생들은 우리가 핫플레이스라고 말하는 망원동 같은 곳을 찾아가고 예쁜 카페에서 사진 찍고 한강에서 라면을 먹으며 서울에 살아가는 또래들이 할법한 일상을 호기심 어린 눈과 열린 마음으로 체험했다. 또, 건축가인 아버지의 시선을 통해 서울의 건축과 도시 환경을 서양 건축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색다른 기회를 가졌다.

허나, 큰 기대와 반가움을 갖고 만난 핀란드 친구들은 한국 사랑의 과식에 빠지고 말았다. 어렵게 그리고 반갑게 만난 친구들을 이렇게 너무나 뻔하고 익숙한 관광 코스, 매번 봤던 이미지 속에 가둔 점이 아쉽다. 두 번째니 더 여유를 갖고 한국을 스스로 알아가게 뒀으면, 우리 일상을 조금 더 경험하고 그 차이나 놀라움을 말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KBS2 <미수다>는 외국인 예능의 흥망성쇠를 다룬 역사책이다.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좋아한다니 라는 호기심, 대견함으로 시작된 그 뜨겁던 열기가 식어버린 이유를 역사를 통해 상기할 필요가 있다. 관찰예능의 핵심은 리얼리티와 일상성이다. <국경 없는 포차>처럼 아예 노선을 한류 프로파간다로 잡고 리얼리티의 극작법을 빌려와 성공한 예능이 아닌 이상, 노골적인 보여주기는 시청자들에게 피로로 다가올 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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