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남’이 1인2역 여진구 통해 묻는다, 진정한 왕은 누구인가

2019-01-29 11:21:00



같은 여진구 맞아? ‘왕이 된 남자’의 폭군과 광대

[엔터미디어=정덕현] “그 새 천한 광대놈이 네 전하가 된 거냐?” 폭군 이헌(여진구)이 광대 하선(여진구)을 두들겨 패는 소리에 달려온 장무영(윤종석)에게 이헌은 그렇게 묻는다. 똑같은 얼굴의 하선이 이헌을 대신해 왕 노릇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는 장무영은 그 놀라운 상황에 말을 잇지 못한다. 이헌은 장무영에게 칼을 드리우며 죽이려 하지만, 하선은 그는 아무 잘못이 없다며 살려 달라 애원했다.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는 폭군 이헌이 궁으로 돌아오면서 일으키는 파란이 그려졌다. 이헌은 장무영에게 하선을 산 속으로 데려가 호랑이 밥으로 던져주라고 명했고, 장무영은 명대로 하선을 산 속 구덩이에 밀어 넣었다. 하선은 중전이 선물한 나침반을 보며 살아야겠다 다짐하지만 어깨를 다쳐 구덩이 바깥으로 빠져나올 수조차 없었다.

하선을 통해 조정을 바로잡고자 했던 이규(김상경)는 하려던 모든 일들이 수포로 돌아갔다. 신치수(권해효)를 궁지로 몰아넣고, 셈이 빠른 주호걸(이규한)과 함께 시행하려던 대동법 시행도 이헌은 멈춰버렸다. 본래 이헌 또한 언젠가 시행하려 했던 대동법이었지만 그는 그것을 다름 아닌 하선이 했다는 사실 때문에 용납하지 못했다.



결국 이규는 모든 걸 포기하고 사직을 청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운심(정혜영)과 주호걸을 인질로 잡아 놓고 “자네가 내게 등을 돌리면 목숨처럼 여기는 자들의 숨통을 끊어 놓을 것이고 목숨을 걸고 행하고자 하는 일들은 모조리 무로 돌아가게 만들걸세”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 이규는 결국 이헌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하선과 중양절에 함께 시간을 보내며 진정한 연심을 갖게 된 중전 소운(이세영)은 이헌이 돌아오면서 위기를 맞게 됐다. 자신이 없는 사이 소운이 하선과 관계가 좋아진 걸 확인한 이헌은 질투심에 불타며 합방일에 중전을 강제로 눕히고는 “내 확실히 알려주겠소. 중전이 진정 누구의 여인인지”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헌은 ‘가짜’이자 ‘천한 광대’라고 했지만 이규는 그 천한 광대가 폭군 이헌보다 더 ‘왕 같았다’는 사실을 회고했다. 공납에 고통 받는 백성들을 위해 신하들에게 일갈하며 대동법을 시행하게 했던 그였고, 자신을 문 사냥개조차 죽이지 말라며 생명을 귀히 여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그였다. 반면 돌아온 진짜 왕은 전혀 왕 같은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 천한 광대라고 말한 하선에게조차 질투를 느끼고 폭주하는 모습이니.



가짜인 광대지만 진짜 왕 같고, 진짜 왕이지만 전혀 왕 같지 않은 그 상반된 모습이 던지는 질문은 “진정한 왕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조선사회에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었지만, 이제 그런 게 원칙적으로는 사라진 시대 누가 권력을 쥐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나라의 풍경을 <왕이 된 남자>는 같은 얼굴을 가진 광대와 왕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놀라운 건 이제 겨우 20대 초반의 여진구라는 배우가 말 그대로 ‘북 치고 장구 치며’ 펼쳐놓은 한 판 1인2역의 세계다. 같은 여진구가 맞나 싶은 폭군과 광대를 넘나드는 연기는 두 사람이 마주하는 장면에서 폭발적인 긴장감을 만들었다. 부드럽고 순수한 모습의 하선과 폭력적이고 광기마저 보이는 이헌의 선명한 대비가 있어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진정한 왕’에 대한 질문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과연 누가 천하고 누가 귀한가.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가. 이런 질문들이 여진구의 놀라운 1인2역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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