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박신양·고현정·이유리·엄지원을 캐스팅한 건가

2019-02-12 12:05:20



‘조들호2’·‘봄이 오나 봄’, 최고의 배우가 지겹게 느껴질 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KBS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은 나름 기대가 컸던 작품이었다. 전작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폼 잡고 겉멋 든 법정 드라마 사이에서 조들호의 까끌까끌하고 소박한 인간미 캐릭터가 도드라진 특색 있는 작품이었다. <조들호2>는 전작에 비해 좀 스케일이 커졌다. 조들호(박신양)는 거대 재벌 국일기업의 기획조정실장 이자경(고현정)과 대결을 펼친다. 또 악의 무리처럼 보이는 이자경의 뒤에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떠오르는 과거의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 박신양과 고현정 모두 본인의 역할을 소화하기에 딱히 무리는 없다. 박신양은 언제나 그렇듯 안정적인 연기를 기반으로 배우 본인의 개성을 여유롭게 덧붙이는 배우다. 고현정의 이자경 연기는 드라마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이자경은 화려하면서도 특유의 싸늘한 분위기가 존재한다. 몇몇 부분에서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화려한 뮤직비디오 ‘Your body’의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두 주연배우의 존재감 있는 연기에도 불구하고 <조들호2>의 존재감이 딱히 도드라지지 않는다. 약자의 승리라는 누구나 좋아하는 코드를 지녔지만 김빠진 사이다 같다. <조들호2>의 아쉬움은 이 드라마가 담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익숙하다는 데 있다. 재벌가 자녀들의 횡포, 법정싸움에서의 논쟁, 조들호 주변 조연진들의 캐릭터까지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들이다. <조들호2>는 과거 한국사의 비극을 이야기 속으로 끌고 들어오지만 그마저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한다. 때문에 무거운 소재가 시시한 이야기를 짓눌러 그저 드라마가 답답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안타깝게도 <조들호2>는 무거운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풀어가는 MBC <붉은 달 푸른 해> 같은 섬세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비록 드라마의 성격은 다르지만 MBC <봄이 오나 봄>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 역시 비슷하다. <봄이 오나 봄>은 앵커 김보미(이유리)와 은퇴한 여배우 이봄(엄지원)의 몸이 바뀌는 설정부터가 사실 하품이 나오기는 한다. 20여년 전 정준, 김소연의 영화 <체인지>에서부터 2006년 심혜진 박진희 주연의 <돌아와요 순애씨>까지 이 코믹소재의 장르는 꽤나 오래되었다.



<봄이 오나 봄>은 하지만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나 SBS <시크릿가든> 같은 방법을 연구해볼 수도 있었다. 재밌지만 익숙한 소재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의미 있는 울림을 찾는 방법 말이다. 안타깝게도 <봄이 오나 봄>은 그 대신 연기 잘 하는 두 주인공에게 이 모든 책임을 떠넘겨 버린다.

이유리와 엄지원, 두 주인공은 예상대로 <봄이 오나 봄>의 소동극 속에서 최선을 다한다. 이유리는 김보미와 이봄의 성격을 오가면서 코미디에 집중한다. 그 오버된 코믹연기가 만화 속 캐릭터처럼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결코 보는 이를 민망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유리가 보여주는 과장된 캐릭터의 개그연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분명 이 드라마에 분명 있다.

반대로 엄지원은 코미디가 아닌 드라마에 집중해서 김보미와 이봄을 보여준다. 그 때문에 엄지원의 연기 패턴을 따라가면 정신 사나운 <봄이 오나 봄>의 이야기 흐름은 금방 맥이 잡힌다.



문제는 이유리의 개그 연기가 아무리 경지에 올랐다 해도, 엄지원의 연기를 통해 이 드라마의 줄거리가 이해가 가도 큰 재미가 없다는 데 있다. <봄이 오나 봄>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코믹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한들 익숙한 소재를 익숙한 방법으로 반복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결국 두 주연배우의 연기가 반짝 빛날 때만 이 작품은 잠시 한 마리 반딧불처럼 빛을 발하다 이내 빤한 패턴이 반복되면 시들해진다.

사실 <조들호2>와 <봄이 오나 봄>은 지상파 드라마의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증거처럼 보여 씁쓸하다. 2018년 SBS <훈남정음>을 포함해 지상파 드라마는 이미 유행이 지나거나 2~3년 전에 히트했을 법한 소재의 드라마를 편성하는 우를 자주 범한다. 지상파에 어울리는 의미 있는 소재, 전 계층에서 공감하는 이야기를 찾는 대신 과거의 인기코드만 답습하려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에 이르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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