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이준호·유재명이 법 현실 딜레마 다루는 기상천외한 방식

2019-03-25 11:36:34



‘자백’의 압도적 몰입감, 이준호와 유재명에 점점 빠져드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5년 전 은서구 공사장에서 양애란 씨를 살해했습니까?” tvN 주말드라마 <자백>에서 던져지는 이 질문은 마치 형사가 용의자에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건 변호인이 피고인에게 묻는 질문이다. 그것도 법정에서. <자백> 2회의 이 엔딩장면은 이 작품이 얼마나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우리네 법 현실의 딜레마를 다루는가를 잘 드러낸다.

이런 질문을 변호인인 최도현(이준호)이 살인사건 용의자로 피고인석에 선 한종구(류경수)에게 던지게 된 건, 엉뚱하지만 그를 변호하기 위해서다. 병을 깨 잔인하게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고 피해자의 옷을 벗겨 불에 태우는 등, 한종구가 용의자로 지목된 ‘김선희 살인사건’은 여러모로 5년 전 ‘양애란 살인사건’과 유사해보였다. 하지만 5년 전 살인이 더 잔인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두 살인사건의 범인이 다르다는 걸 의심하게 했다.

게다가 “이번엔 아니에요”라고 부지불식간에 툭 튀어나온 한종구의 말에서, 최도현은 5년 전 자신이 변호해 무죄로 풀려난 한종구가 당시 양애란을 살해했던 진범이라는 심증을 갖게 된다. 또한 당시 무죄로 한종구가 풀려나면서 그 책임으로 형사 옷을 벗어야 했던 기춘호(유재명)는 당시 한종구가 진범이라고 확신하게 된 이유로 진범밖에 알 수 없는 범행정보를 그가 알고 있었다고 최도현에게 전한다.



그러면서 기춘호는 자신이 처한 딜레마를 말한다. 한종구가 이번 김선희 살인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고 증거도 갖고 있지만, 5년 전 일을 생각하면 그대로 누명을 쓰고 (과거의) 죗값을 치르게 하고 싶다는 것.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번 살인사건의 진범은 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도현에게도 딜레마를 남긴다. 한종구가 5년 전 양애란 살인사건의 진범이라는 게 밝혀져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최도현은 법정에서 한종구에게 5년 전 사건의 진범이 그냐고 묻게 된다. 여기서 만일 한종구가 자백을 하면 그는 이번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걸 밝힐 수 있게 되고,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과거사건 또한 처벌받지 않게 된다. <자백>이 이런 기상천외한 상황을 가져와 하려는 이야기는 명백하다. 진실과 법 현실 사이의 딜레마를 끄집어내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 ‘자백’인 것은 누군가 법정에서 말하는 진술이 얼마나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질문한다. 5년 전 한종구의 자백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그 거짓 자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증거가 제시되지 못함으로써 그는 무죄로 풀려났다. 5년 후인 현재 그의 자백은 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범행사실을 시인하는 그 진실 자백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라는 법 현실로 인해 그를 처벌할 수 없게 한다면 과연 이런 법으로 정의는 가능할 것인가.



<자백>은 단 2회 만에 법 현실이 가진 딜레마를 5년 사이에 벌어진 두 사건을 통해 담아냈지만, 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 여겨진다. 그것은 어떤 이유에 의해서인지 사형수가 되어 감옥에서 지내고 있는 최도현의 아버지와,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법조계로 들어 오게된 최도현의 이야기가 사실상 이 드라마의 진짜 메인스토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형수가 된 채 침묵하고 있는 아버지의 사연은 죽을 위기에서 심장수술을 한 최도현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그것은 어쩌면 지금 현재 벌어진 김선희 살인사건의 살인자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사건과 인물들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아주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그 진실이 우리네 법 현실의 딜레마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진중한 메시지로 이어질 거라는 점에서 <자백>은 여러모로 드라마 <비밀의 숲>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재연해낸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 것인지 잘 알 수 없고, 겉으로 드러난 인물의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간만에 보는 잘 짜인 이야기구조를 가진 드라마다. 다음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풀어낸 큰 그림이 계속 기대되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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