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성과급 잔치’ 포르쉐, 그 뒤에 숨겨진 직원들의 결단

2019-04-04 09:05:43

10년 연봉 인상분을 10년 후부터 지급하는 포르쉐의 속사정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포르쉐가 독일 자동차 관련 기업 중 올해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완성차 브랜드 5곳(다임러, 포르쉐, 아우디, BMW, VW)과 4개의 관련 기업(보쉬, ZF, 콘티넨탈, 리퀴 몰리)의 2019년 성과급이 공개됐는데 그 중 포르쉐가 9,700유로로 1위, 9,175유로의 BMW가 2위를 차지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가 4,965유로, 폭스바겐이 4,750유로로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으며, 아우디가 3,630유로로 뒤를 이었다. 차량 윤활유 제품으로 잘 알려진 석유화학회사 리퀴 몰리는 2017년부터 2년 연속 11,000유로의 성과급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2,000유로로 곤두박질쳤다.



◆ 포르쉐의 안정적인 성과급 지급

포르쉐와 BMW는 최근 5년간 독일 완성차 업체 중 성과급 지급 액수가 가장 많은 기업이다. 또한 두 회사 간 액수 차이도 거의 나지 않는다. 그나마 차이라면 포르쉐는 2012년 이후 성과급이 한 번도 줄지 않고 계속 늘었다는 것 정도다. 성과급은 성과에 따라 직원별 액수가 달리 지급되는 게 보통인데 독일 자동차 업계는 직급이나 호봉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같은 액수를 지급한다.

실적이 좋아 연봉 수준의 성과급을 주는 우리나라 대기업과 비교하면 액수는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다르고 올해 다른, 그리고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예상이 안 되는 그런 불확실성이 없다는 점도 포르쉐 직원들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이런 큰 액수의 성과급을 주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절반 정도가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지만 적은 곳은 연봉의 5% 수준이다. 중소기업은 상황이 더 안 좋아 전체의 15% 정도만이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의 떡처럼 자동차 기업의 성과급 얘기는 부러울 뿐이다. 일에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포르쉐의 두툼한 성과급 뒤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희생,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 10년 임금 동결과 근무시간 연장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에 2019년은 특히 중요하다. 오랜 준비 끝에 그들의 첫 번째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2015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미션E라는 이름의 콘셉트카가 공개된 이후 4년 만에 양산형 모델이 소개되는 것으로, 6기통 박서 엔진이 사라진 이후에도 포르쉐가 자신들이 누려온 스포츠카 리더의 자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이다.

포르쉐는 본사가 있는 추펜하우젠에 10억 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공장 라인을 새롭게 만들고 기존의 공장 규모도 늘려야 한다. 또 타이칸 생산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 1천 개를 만들기로 했으며, 바이자흐에 있는 연구개발센터에도 투자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투자가 결정되던 시기 디젤 게이트가 터졌다.

세상을 뒤집어 놓은 게이트로 천문학적 소송 비용과 배상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포르쉐를 포함해 그룹 전체가 돈을 아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타이칸은 포르쉐에게 매우 중요한 모델이다. 계획된 투자가 필요했다. 전기 스포츠카 시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포르쉐 경영진은 결국 노조를 비롯해 직원 모두를 대상으로 제안을 하게 된다. 2016년부터 2025년, 그러니까 10년 동안 임금을 2015년 수준으로 동결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타이칸의 성공을 위해 회사와 노동자 모두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이런 제안이 이뤄졌고, 여기에는 임원도 예외가 없었다. 그리고 사측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당시 소식을 전한 독일 경제지 오토모빌보헤와 인터뷰를 가진 노조 출신 포르쉐 중앙 노동위원회 의장 우베 훡크는 “우리는 경쟁력과 공평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뤄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극적 합의에는 급여 동결만 있는 게 아니었다. 보너스 일부 미지급, 그리고 근무 시간 1시간 연장까지 포함됐다.

이렇게 해서 포르쉐가 아낄 수 있는 돈은 약 2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2,600억이 된다. 하지만 회사도 직원들에게 무조건 양보만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2026년 1월부터 10년간 동결된 임금 인상분이 포함된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매년 판매량을 늘려가며 성공적 시즌을 보냈던 포르쉐였지만 거대한 위기 앞에서, 그리고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변화의 시점에서 사측과 노동자 측은 갈등이 아닌 양보와 단합을 선택한 것이다.



타이칸은 애초 2020년 생산을 목표로 했었다. 하지만 계획은 1년 앞당겨졌다. 그동안 회사는 약속한 투자를 진행했고, 사무직부터 공장 노동자들까지 모두 안정적인 타이칸 생산과 판매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회사를 믿고 임금 인상을 10년간 미뤄준 직원들, 그리고 그런 직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약속을 지켜가는 회사.

회사가 살아야 내 일자리도 존재한다는 상식, 또 회사를 믿고 함께 해주는 직원들이 있기에 기업 성장이 가능하다는 기본을 이해하고 이를 지켜나간다면 그 기업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 타이칸 성공을 위해 어느 때보다 원 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포르쉐의 앞날이 밝아 보이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목록으로

집중분석

더보기

더보기

많이본칼럼

더보기
[첫화면] [PC버전]
ente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