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장풍’ 조진갑은 ‘인간시장’ 장총찬을 닮은 구석이 있다

2019-05-28 16:22:31



‘조장풍’, 마지막 MBC 밤 10시 월화드라마에 보내는 커튼콜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이제 MBC 밤 10시 월화드라마의 막이 내린다. MBC 밤 10시 월화드라마는 한때 드라마왕국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방송사의 첫 주 첫 시작을 알리는 드라마들이었다. 특히 1990년대 <질투>, <마지막 승부>, <사랑을 그대 품안에> 등의 히트작들을 내놓으면서 트렌디드라마하면 MBC 밤 10시 월화드라마라는 공식이 만들어졌던 시절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시청률 30%를 훌쩍 넘던 영광의 시절은 이제 옛일이다. 최근 들어 MBC 월화드라마의 성적은 시원찮았다. 그리하여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을 마지막으로 MBC 밤 10시 드라마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다행히 <조장풍>은 그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할 만한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비단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꽤 높은 시청률을 올려서만은 아니다. MBC <조장풍>은 그간 대중들이 사랑했던 MBC 드라마의 어떤 맥과 이어진 작품이기 때문이다.



<조장풍>은 조장풍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체육교사 조진갑(김동욱)이 주인공이다. 조진갑은 고교 제자인 명성그룹 외동아들 양태수(이상이)를 혼내다가 폭력교사로 낙인 찍혀 교사를 그만둔다. 이후 특별근로감독관이 된 조진갑은 다시 양태수를 만난다. 이번에는 을의 고충을 들어주는 근로감독관과 갑의 끝판왕 대기업 사장의 관계로 만난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 모든 을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특별근로감독관 조진갑이 이 세상 모든 갑질의 끝판왕인 양태수를 상대로 연거푸 승리를 거둔다. 밑바닥 인생이지만 나름 정신은 건강한 천덕구(김경남)가 그의 왼팔이고, 소심한 근로감독관이지만 늘 선을 넘는 조진갑을 꼼꼼하게 도와주는 이동영(강서준)이 그의 오른팔이다. 그리하여 말썽쟁이 학생들을 벌벌 떨게 했던 조장풍은 이 세상 갑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전설의 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등극한다.

<조장풍>은 갑갑한 현실을 리얼하고 촘촘하게 그리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세상에 없을 법한 의협심 아재 조장풍을 내세워 을의 승리라는 속 시원한 판타지로 사람들의 막힌 속을 잠시나마 뻥 뚫어주는 이야기다. 힘내라 힘! 시청자를 속 터지게 하고, 음험한 이야기에 가두기보다 조장풍의 씨익 웃는 미소처럼 보는 이를 다독이는 작품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조장풍>은 언뜻 1980년대 MBC 월화드라마의 빅 히트작인 <인간시장>을 떠오르게 하는 면이 있다. <인간시장>은 장총찬(박상원)이라는 평범한 영웅을 내세워 당시의 시대상을 꼬집은 작품이었다. <인간시장> 안에는 인신매매, 형제복지원 사건 같은 당대의 어두운 그늘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인간시장>은 장총찬이라는 현대판 홍길동을 내세우면서 이 어두운 사건들을 코믹한 풍자극으로 버무려냈다.

2019년의 조장풍 역시 장총찬처럼 현대판 홍길동과 비슷한 인물이다. 2019년이라고 세상이 아주 좋아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쓰레기 같은 인간을 쓰레기라 대놓고 부르지 못하는 시대다. 하지만 조선시대처럼 의적은 없어도 2019년에는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근로감독관 조장풍이 있는 것이다.



특히 영화 <신과 함께> 이후 억울함의 대표주자가 된 배우 김동욱은 조장풍을 통해 후덕함을 얻은 동시에 배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도 만들어냈다. 김동욱은 타인의 억울함에 공감하면서, 그 억울함을 위해 싸우는 조장풍을 친근하면서도 너무 강하지 않게 조율해 낸다. 만약 <조장풍>의 원안대로 주인공이 40대 중반의 욱하는 남자기만 했다면 조장풍은 너무 마초적이거나 단순한 영웅으로 시시하게 그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김동욱의 부드러움이 가미된 연기 덕에 조장풍이 지닌 타인에게 공감하는 인간적이고 친근한 부분들이 좀 더 돋보였던 것이다.

<조장풍>은 또한 현실의 슈퍼갑을 떠올리게 하는 최서라(송옥숙) 등을 풍자적으로 그리면서 드라마의 잔재미를 주는 데도 성공했다. 또 주미란(박세영), 고말숙(설인아), 천덕구 등 개성 있는 인물들 역시 이야기 안에서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주어졌다. 캐릭터 하나하나를 배려한 작품이라는 의미다. 또 너무 속타지 않게 한 회에 답답함과 명쾌한 해결을 담아낸 것도 인기를 끈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조장풍>은 진심이 엿보인 드라마였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절대 갑 앞에 힘없이 무릎 끓는 을들을 다독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리겠다는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만하면 이제 완전히 막을 내리는 MBC 밤 10시 드라마의 커튼콜을 받을 만한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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