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불타오르지 못하는 ‘불청’, 어쩌다 기력 소진한 걸까

2019-06-27 10:33:44



‘불타는 청춘’의 화력이 시들해지고 있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찍은 ‘불청 콘서트’ 이후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이 아쉽다. 콘서트를 기점으로 힘을 받아 뻗어나가기보다 모아둔 기력을 모두 소진한 듯 <불청>만의 매력인 자연스러움, 합심해서 무언가 만들어가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재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1년 전, 당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싱글송글 노래자랑’을 기점으로 단합되는 분위기가 피어오르고 각자의 역할과 캐릭터를 찾아가는 흐름과는 다른 양태다.

<불타는 청춘>의 가장 큰 특징은 중장년 예능이 아니라 <무한도전> 이후 캐릭터의 진솔함과 관계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유일한 리얼버라이어티라는 데 있다. 예능 선수가 아닐 뿐 아니라, 방송활동이 거의 없는 출연자들이 만드는 <불청>의 하모니는 방송을 의식하지 않는 듯한 자연스럽고 털털한 출연자들의 진정성 있는 태도에서 나온다. 밥을 해먹고, 간단히 게임을 하는 건 여느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하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의지하는 관계와 편안하게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시청자들도 함께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점이 <불청>의 매력이다.

그런데 <불청>의 전성기를 만든 리얼버라이티의 요소가 최근 쇠퇴하고 있다. 그동안의 구심점이 되어준 인물들의 불참이 잦아지면서 별다른 이벤트나 말없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던 가족적인 분위기가 최근 잘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몇 개월 간 새 친구로 합류한 이들의 출연 빈도가 늘면서 그간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한 고정멤버들의 발길이 비교적 뜸해졌다. 한때 김국진을 대신해 사회자 역할을 맡았던 송은이도 콘서트를 기점으로 사라졌다.

지난해 노래자랑 이후에는, 결혼을 발표한 강수지와 김국진 커플의 빈자리를 남은 멤버들이 함께 메워야 한다는 목표가 뚜렷했다. 그러나 지금은 콘서트 전후로 김완선, 김광규, 이연수, 김도균 등 2016년 즈음부터 현존하는 예능 중 가장 에너지와 생기가 넘치는 리얼버라이어티를 만들어낸 주역들이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뭔가 어수선하고 어색하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더욱 비중이 늘어난 새친구의 ‘인간극장’화와 전면으로 올라선 러브라인이다. 방송에선 드러내지 않은 실제 연인관계가 다시 방송으로 투영된 김국진과 강수지 부부나 캐릭터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는 구본승과 강경헌의 ‘보니허니’ 커플의 자연스러움과는 또 다른 최민용과 이의정 노골적인 연애코드는 조금 낯설다. 그리고 러브라인에 해당되지 않는 출연자들의 비중은 대폭 감소했다. 지난 몇 년간 늘 하던 대로 똑같이 여행을 하고 밥을 해먹고 잠을 자지만 무엇을 하든 함께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맡아 서로 조금씩 밀착해 빈자리를 메우던 시절의 에너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불청>이 롱런할 수 있는 이유, 여타 예능과 다른 에너지를 지닌 매력의 원천을 초창기 중장년 솔로와 돌싱 연예인들의 연애 예능에서 강수지와 김국진을 축으로, 이연수, 최성국, 김광규 등의 캐릭터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는 본격 리얼버라이어티로의 전환이라고 보는 입장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불청>은 고정 멤버에 반 고정 멤버와 새로운 얼굴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반가움을 유지한다. 이런 항상성 속에서 <불청> 출연자들은 일종의 가족적인 ‘팜’을 형성한다. <불청>이 선사하는 반가움이란 오랜만에 누구를 만났을 때의 놀라움과 늘 보던 친구를 만났을 때의 익숙함 두 가지다. 그런데 지난 2~3년간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고정멤버들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그 균형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제작진의 의도 혹은 방향이 너무 보이는 스토리텔링으로 채움으로써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재미가 단연 압권이었던 가족적 정서가 서걱거린다.

다음 달인 7월부터 <불타는 청춘>은 3주간 10시부터 12시까지 60분씩 2부로 확대 편성된다. SBS가 월화드라마 편성을 잠정 중단하면서 이뤄진 변화다. 이서진과 이승기의 신작 예능 <리틀 포레스트>가 준비될 시간을 벌어줄 모양이다. 그런데 확대 편성되면서 정수를 잃어버린 예능의 예는 비단 <라디오스타>뿐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정비를 하고 정수만 더 짜 모아야 할 시기인데 훨씬 더 많은 불순물이 노출될지도 모를 상황이다. <불타는 청춘>은 인간적인 정을 기반으로 실제 인물과 방송 캐릭터가 나뉘지 않는 끈끈한 가족적 관계에서 오는 재미가 압도적인 예능이다. 그러니 어떤 변화를 받아들이든 자연스러움과 편안한 익숙함을 쉽게 놓쳐서는 안 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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