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끼고 디테일 잡고, 가상현실에 푹 빠진 자동차회사들

2019-06-30 13:55:37

가상현실(VR)로 자동차를 만들고 파는 시대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자동차 분야에 다양한 방법으로 녹아들고 있다. VR은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상호 작용이 가능한 인터페이스다. 쉽게 말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물이, 특정한 환경에 존재하는 것처럼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관련 기술을 이용한 제품 개발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주목받은 것이지만 기술적 완성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것은 최근에 일이다. 특히 자동차처럼 복잡한 프로세스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에서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일반적인 고객은 차를 사기 전에 쇼룸에서 제품을 접한다. 이 자리에서 차의 크기와 색상, 기능적인 것을 실제로 경험한다. 하지만 쇼룸에 준비된 제품은 한정적이다. 원하는 색상이나 옵션, 트림을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선 최근엔 VR 기술을 자동차 쇼룸에 도입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쇼룸에 들러 VR 장비를 착용하고 원하는 자동차를 가상의 세계로 불러내어 경험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VR 기술의 수준을 강화하면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일도 실현 가능하다. 폭스바겐의 경우 미래 모빌리티 개발을 시작으로, 최근엔 실제 양산 제품의 완성도를 강화하는데도 VR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폭스바겐 ‘버추얼 엔지니어링 랩’이라는 부서의 경우 VR을 이용해 실제 양산 차를 개발하는 과정 전반에 참여한다. 제품의 컨셉이 정해지고 평면 디자인이 3차원적 렌더링으로 변화한 순간부터 가상 세계로 데이터를 불러들여 간접적으로 제품을 경험한다.



이렇게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은 자동차를 완성차 수준으로 미리 경험하는 것은 다양한 장점이 있다. 디자인 측면에선 사전에 발견하지 못한 디테일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전석에서 시야, 버튼의 위치와 거리, 색상이나 재질의 조화, 인포테이먼트 시스템의 인터페이스 등 실제로 제품이 존재할 때 느낄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체크하고, 개발 전에 수정한다. 이런 전략은 개발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VR 장비를 모듈화해서 다양한 개발자가 동시에 작업이 가능한 VR 솔루션도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AI 컴퓨팅 분야의 선도 기업인 엔비디아의 경우 홀로데크(Holodeck)라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 기술은 개별 VR 디바이스를 장착한 여러 사람이 한 프로젝트를 공유하면서 의사 결정을 보다 쉽고 빠르게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사실적으로 구현된 각종 부품을 실시간으로 차에 적용하면서 참가자 모두의 의견을 기록한다. 또 개발 전에는 확인이 불가능한 주간 및 야간, 도로나 날씨 등에 변화에 따를 변수(빛 반사 등)도 미리 확인이 가능하다. 참가자 모두가 다른 지역에 있어도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온라인 공유문서’처럼 타인이 작업하거나 결정한 사항을 나중에 확인할 수도 있어서 개발 프로세스가 한층 유연해진다.



최근엔 VR을 넘어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기술을 도입하는 제조사도 등장하고 있다. 볼보자동차의 경우 핀란드 하이엔드 증강현실 헤드셋 제조사, 바르요(Varjo)와 함께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서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은 프로토타입 개발과 디자인, 능동형 안전 기술 평가이다. 혼합현실은 증강현실(AR)이 지닌 현실감과 가상현실(VR)이 지닌 몰입감을 융합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현실의 정보를 기반으로 가상의 정보를 혼합하여 한층 정교한 피드백을 끌어낸다.



예컨대 테스트 트랙에서 운전자가 실제 자동차를 타고 운전하는 동안 VR 헤드셋을 착용한다. 운전자의 눈은 물리적으론 스크린으로 막혀있지만, 스크린 속에 이미 해당 주행 환경이 기록되어 있다. 가상현실에서 실제 차를 타고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테스트의 장점은 가상현실에서 자동차 외부에 모든 요소를 임의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에선 아무것도 없는 넓은 공터를 달리는 중이지만, VR 헤드셋을 쓴 운전자는 날씨의 변화나 갑자기 등장하는 장애물, 집중력 분산 요소 등 운전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직접적으로 경험한다.



이처럼 가상현실(VR)을 기반으로 확장하는 신기술은 앞으로 자동차와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단지 새로운 기능이나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차를 만드는 공정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품 개발에 필요한 시간이나 비용이 줄어든다. 그만큼 소비자가 혜택을 제공받을 확률도 높아진다. 더불어 수년 후 개발될 모든 결과를 사전에 테스트하면서, 제품의 완성도도 크게 높일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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