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진 토크쇼’, 여전히 해결못한 치명적 약점

2012-01-12 11:07:49



- 주병진, 제2의 박중훈이 될 것인가?

[엔터미디어=배국남의 눈] “12년이란 세월이 경우에 따라 길게 느낄 수도, 적게 느낄 수도 있다. 다시 12년만에 무대에 서게 되니 마치 12년 전에 헤어졌던 첫사랑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 12월 1일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 첫 방송을 보면서 그리고 방송 한 달만에 기존 포맷과 보조 진행자를 전격 교체해 새롭게(?) 단장한 ‘주병진 토크 콘서트’를 보면서 떠오른 것은 주병진이 토크쇼 방송직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제2의 박중훈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강하게 밀려온다.

지난 1999년 SBS ‘주병진의 데이트라인’ 이후 12년만에 방송무대에 귀환한 ‘예능의 전설’ 주병진은 많이 설렌다고 했다. 그리고 시청자는 그런 그에게 큰 기대를 했다. 하지만 시청자는 ‘주병진의 토크 콘서트’ 첫 방송 이후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더니 외면으로 치달았다. 이 때문에 5%대 시청률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또한 방송사상 이례적으로 방송 한 달도 안 돼 전격적인 포맷 변화와 일부 진행자 교체를 단행해 반전을 꾀했다.

박찬호 신승훈 김창완 등 사회각계의 관심을 받거나 화제가 되는 인물, 한사람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방식의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지난 5일부터 성격이 전혀 다른 세 개의 코너로 만들어 토크쇼를 진행했다. 화제의 인물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 ‘핫피플’에서 주병진은 이날 게스트로 초대한 이준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에 이야기를 나눴고 개그맨 이병진과 함께 특정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진행하는 약식 인터뷰 형식으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붉은 소파’에선 새해에 서울 서강대교를 걸어서 건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김태현 장동민 김새롬 등 보조MC격인 연예인들과 전문가의 눈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어본 ‘시크릿’ 에선 김재수 박사가 출연해 2012년 지구대격변에 대한 주제로 토크를 진행했다. 세 개의 코너로 새 단장을 한 ‘주병진 토크콘서트’역시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지난달 22일 방송분보다 1.4%로 하락한 시청률 4.5%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토크쇼의 진행자의 전설이자 신화로 통했던 주병진의 명성과 그에 대한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송가에선 수많은 기대와 관심 속에 출발했다가 단명한 ‘박중훈쇼’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큰 기대와 열띤 관심 속에 12년만에 복귀한 주병진과 그의 토크쇼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주병진과 그의 토크쇼의 치명적인 약점은 무엇이길래 시청자가 외면하는 것일까. 토크쇼의 성격과 내용, 인기에 큰 변수 역할을 하는 진행자 주병진과 토크쇼 포맷 등 프로그램 내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시청자가 외면하는 것이다.

토크쇼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예능 장르로 토크 프로그램에 예능의 쇼적 요소가 가미된 프로그램을 지칭한다. 즉 특정 사안이나 주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로운 장치로 잘 포장해 관심을 증폭시키는 장르인 것이다. 토크쇼는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는 이점과 함께 포맷과 진행자, 출연자를 달리하며 새로운 하위 장르를 끊임없이 개발할 수 있는 강점이 있어 주요한 예능 프로그램을 자리 잡았다.

영화인들이 나와 특정한 영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던 1964년 KBS ‘스크린 야설’로 역사가 시작된 한국 방송 토크쇼는 1969년 MBC ‘임택근의 모닝쇼’로 진행자의 이름을 내세운 퍼스낼러티 토크쇼가 첫선을 보였고 1인 진행자와 1인 출연자가 특정 주제나 신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가 1970~1980년대 주류를 이뤘다. 1989년 ‘자니윤쇼’를 계기로 ‘이홍렬쇼’ ‘김혜수 플러스유’등 유명 연예인이 진행자로 나서고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초대해 출연자와 관련된 이슈나 화제 등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이 1990년대 주요한 흐름을 형성하는 토크쇼 프로그램이었다.

1990년 중후반부터 토크쇼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토크쇼가 선을 보였고 1인 중심 진행자도 2~3명으로 늘어났고 출연자 역시 다수 출연자로 바뀌었다. 또한 게임과 개인기, 춤과 노래를 토크와 함께 등장시켜 예능적 요소를 강화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최근 토크쇼는 진행자가 1인에서 6인까지 그리고 여기에 3~4명의 고정 보조MC도 투입되는 형태까지 매우 다양해졌고 출연자 역시 1명에서 20여명에 이르는 다양한 규모를 선보인다. 토크쇼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특정 주제를 정해 놓고 하거나 출연자의 개인적인 사생활을 늘어놓는 것으로 대별되고 진행방식도 게임방식, 퀴즈쇼방식, 대담방식, 시청자의 질의응답 방식 등 여러 가지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이처럼 토크쇼는 포맷에서부터 진행자, 진행 방식까지 급변하고 있다. 토크쇼는 시청자의 기호와 취향의 변화, 시대적 트렌드, 예능 코드의 진화를 담보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또한 토크쇼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진행자, 출연자, 토크의 내용, 토크를 전달하는 방식 등이 있다.



주병진은 12년만에 방송에 복귀하면서 시청자를 사로잡을 경쟁력 있는 무기를 전혀 갖추지 못했고 ‘주병진의 토크콘서트’는 진행자, 출연자, 토크의 내용, 토크 전달방식에서 다른 토크쇼를 압도하는 강점은 드러내지 못하고 갖가지 문제점만을 노출시켜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선 12년 만에 복귀한 주병진은 변화된 방송환경과 예능 및 토크쇼의 트렌드, 시청층에 대한 대비와 이에 대응하는 진행자로서의 스타일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약점을 노출시켰다. 주병진은 ‘예의 있는 토크쇼’를 표방했지만 그 속내를 보면 개성 없는 무색무취 그리고 말재롱을 간간히 구사하는 평면적이고 단선적인 진행 스타일로 일관했다.

토크를 풀어내는 주병진의 진행 스타일에선 출연자에게 꼭 끄집어내야 하는 내용을 날카롭고 집요하게 예인해내는 예리함이나 집요함은 없었고 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들을 평이하게 풀어내는 진부함만 가득했다.

박찬호 신승훈 김창완 등 1인 출연자로 진행했던 토크쇼에선 이미 시청자가 알고 있는 내용들을 지루하고 장황하게 전개시켰다. 그리고 포맷이 변화된 5일 ‘핫피플’ 코너에선 병역 의혹 등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철거민 단체에 대한 문제 있는 언행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이준석 한나라당 비대위위원을 초대해 질문 어조만 강경했지 내용은 밋밋한 질문으로 일관하고 이위원의 답변에 상당부분 의문이 드는데도 예리하게 파고들지 못해 결국 합리화와 면죄부 장으로 토크쇼를 전락시키는 우를 범했다.

여기에 밋밋한 주병진의 진행 스타일을 압도하며 토크쇼의 관심을 증폭시킬 출연자 토크 내용의 화제성과 폭발성, 대중이 그동안 보지 못한 의미의 표출 역시 찾을 수 없었다. 또한 최근 토크쇼의 주류로 떠오른 토크의 진행방식의 다양한 재미적 장치의 강화나 시청자의 공감을 유발할 수 있는 예능적 장치 역시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새롭게 단장된 ‘주병진의 토크콘서트’는 3개의 전혀 다른 코너, ‘핫피플’‘빨간 소파’‘시크릿’이 성격이 전혀 다른데다 주병진 토크쇼의 연관성이나 일관성을 유지하는 요소가 없어 매우 산만하게 전개되는 문제점을 야기했다. 코너와 코너의 연결이 부자연스럽고 3개의 토크쇼 코너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독창적인 예능적인 장치도 부족한 편인 것도 큰 문제다.

주병진이라는 예능의 전설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 전설이 시청자에게 힘을 발휘하려면 옛날 명성만을 구태의연하게 반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유효성과 의미를 담보한 모습을 보여야한다. 12년만에 토크쇼로 돌아온 주병진이 침체에서 벗어나 도약하기위해 반드시 명심해야할 부분이다.


칼럼니스트 배국남 knbae@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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