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모닝 택시’ 이용할 준비 되셨나요?

2019-08-16 09:47:10



경형·소형 택시, 플랫폼 택시로 부활할 수 있을까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우리나라에서 택시 하면 떠오르는 대표 차종은 중형차입니다. 물론 준대형 택시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제네시스 G90, 기아 K9처럼 대형 차량을 이용하는 고급 택시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택시는 쏘나타, K5 등의 중형 택시입니다.

중형 택시는 어떻게 우리나라 택시의 주류로 자리 잡았을까요? 앞으로도 그럴까요? 향후 플랫폼 택시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되면 지금보다는 더 차종이 다양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 생각보다 다양한 택시 종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택시의 종류는 경형, 소형, 중형, 대형, 모범형, 고급형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각각의 구분 기준도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요금제도 택시 종류에 따라 다르고요. 하지만 택시 면허의 약 96%가 중형 택시 면허로 사실상 중형 택시가 우리나라 택시 업계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형 택시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것은 정부 정책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택시 자체가 고급 교통수단의 성격이기도 한데다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소형 택시를 고급화된 중형택시로 바꾼다는 방침에 따라 중형 택시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시간이 흐를수록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택시=중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소형·경형 택시를 아시나요?

하지만 그동안 다른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의 욕구는 다양하고 관련 법규는 이미 마련되어 있으니 택시 사업자가 다른 차급의 택시를 운영하려고 하면 못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실제로 성남시는 2010년 기아 모닝으로 경형 택시를 시범 운행하기도 했고 서울시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소형 택시가 운행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형, 소형 택시는 모두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운영이 중지되었습니다.

과거 경형, 소형 택시가 소비자의 호응을 얻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수요와 공급을 적절하게 연결하기 어려워서입니다. 경형, 소형 택시는 중형 택시보다 요금이 저렴하지만 대신 공간 면에서는 불리합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소비자 간 선호가 극명히 갈릴 수 있으며, 같은 소비자더라도 상황에 따라 선호하는 택시 종류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회 영업 기반의 택시 영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는 소비자에 따라, 때에 따라 적합한 택시를 선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택시를 타고 싶어도 마냥 소형 택시가 지나가길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요. 또한 전화를 통한 호출이 가능하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경형, 소형 택시라는 옵션을 인식하고 콜을 부르는 행위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지는 기간 동안 적극적인 마케팅 캠페인이 필요한데 이러한 것도 없었습니다.

거기다 당시에는 중형 택시 요금이 지금보다 저렴해서 소형, 경형 택시 요금의 메리트가 크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 플랫폼 경형/소형 택시는 어떨까?

최근 들어 상황이 변화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택시를 호출하는 플랫폼이 대중화되었으며, 정부는 플랫폼 운송 사업/플랫폼 가맹 사업의 육성에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서 새로운 형태의 택시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여러 가지 잠재적인 후보 중에 소형/경형 택시는 어떨까요? 이미 관련 법규는 존재하고 있는 데다가 플랫폼 택시에는 합리적인 수준의 요금제를 허용할 것을 공표한 만큼 이전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요금제 설정이 가능합니다.

과거 경형/소형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콜을 불러야 했으며 소비자들이 이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일종의 학습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택시 호출 플랫폼이 대중화된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택시 호출 플랫폼에 하나의 옵션으로 추가하면 충분히 상황에 따라 소비자에 따라 쉽게 호출할 수 있습니다.

당시보다 택시 요금이 대폭 인상되었기 때문에 소비자가 경형, 소형 택시를 선택할 유인도 늘어났습니다. 특히 요즘은 준중형 차종 정도만 되더라도 충분히 공간이 넓어져 가격만 저렴하다면 굳이 중형 택시를 선호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주에서는 아이오닉 전기차 택시가 소형 택시로 운영되기도 했고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는 싱가포르에서 택시로 이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경형을 택시로 사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을 수 있지만 단거리를 이동한다면 경형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꼭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에서 그랩을 호출하면 모닝과 같은 경형 차량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것을 고려하면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충분히 이용할 만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강남처럼 수요가 많은 특정 지역 내에서 1~2명이 이동할 때는 괜찮은 옵션일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나 경형이라 골목까지 잘 들어가 준다면 말이죠



◆ 택시 차종의 다양화가 역동성 강화로 이어지길

물론 소형, 경형 택시가 플랫폼 택시로 부활할지는 소비자 선호와 사업성을 자세히 검토해야 판가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에 이러한 택시들이 활성화되지 못한 데는 택시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연비 면에서도 중형차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차급을 낮춘 것만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게 쉽지 않았던 이유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플랫폼 택시가 제대로 활성화된다면 소비자 선호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택시가 등장할 것이라는 겁니다. 택시 서비스의 종류가 다양화됨에 따라 꼭 경형, 소형 택시가 아니더라도 택시 차종도 자연스럽게 다양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소비자 선호와 필요에 따라 앞으로 소형, 경형 택시는 물론 길가에서 간혹 볼 수 있었던 SUV/미니밴 택시나 전기차/하이브리드 택시를 상황에 따라 손쉽게 선택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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