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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에서’, 이 정도로 반려식물에 대한 로망 자극할 수 있겠나
기사입력 :[ 2019-08-29 16:50 ]


‘꽃밭에서’가 더욱 사랑받기 위해 필요한 것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새로운 시도는 얼마든지 환영이다. 다채널 다매체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정체가 오래가고 있는 예능판에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했다. 가드닝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내세운 JTBC <꽃밭에서>는 국내 최초로 가드닝을 소재로 한 예능으로 신현준, 윤박, 이승윤, 정혁 등이 초보 가드너가 되어 성장하는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라이프스타일과 예능의 접목에 관심이 많은 JTBC 예능국의 또 다른 작품이다.

오늘날 눈에 띄는 트렌드 중 한 가지는 단연 식물이다. 인테리어의 필수품이자 ‘반려식물’의 개념으로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북유럽과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인도어가드닝은 인스타그램을 타고 정원은커녕 베란다가 없는 주거공간에서, 때로는 혼자 사는 적막한 환경에 주로 노출된 젊은 세대에게 자연의 정취, 초록의 안도감과 같은 정서를 널리 전파하며 식물 애호가들을 만들어냈다. 식물은 이제 고루한 취미나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성의 향유가 잘 사는 수단이자 기준이자 가치가 된 오늘날 각광을 받는 슬로라이프의 표상인 동시에 ‘힙’한 감성을 담은 생활 오브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니 식물에 대한 로망을 더욱 키워줄 수 있는 가드닝을 방송으로 가져온 점은 꽤나 흥미로운 시도다.

그런데 첫 회는 이런 기대와 사뭇 다르게 진행됐다. <꽃밭에서> 첫 회는 만나서 미션을 부여받고 완수하기까지 여타 예능과 비교해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돼 따라가기 벅찼다. 고정관념일 수도 있지만 가드닝이 천천히, 부지런히, 그리고 일상의 일부이자 삶의 태도를 가꾸는 슬로라이프의 영역에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그 격차는 더 크게 느껴졌다.

1회는 초보 가드너들이 ‘구립 구산동 도서관 마을’의 한 공간을 맡아서 가드닝을 체험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모든 준비를 시공업체가 준비해놓고 진행도 하는 상황에서 계획된 구획 안에서 조경을 맛보는 정도로 진행되다보니 작업 속도는 처음 부딪히는 예능 초보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담을 틈도 없이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방송에서는 4명이 오롯이 다 해야 하는 일처럼 설명됐지만 다른 전문 인부들이 일하는 모습이 계속 화면에 걸리고, 심지어 완성된 조경을 감상할 틈도 없이 마무리됐다. 뿌듯함을 느끼고 돌아보는 여유도 없이 양평의 또다른 정원을 꾸미러 장소를 옮겼다.

가드닝의 특성과 즐거움이 살아난다기보다 엄청난 물량의 일거리 앞에서 좌절하고, 결국은 힘을 모아서 하나씩 처리해가는 미션 완수형 스토리를 가진 일반적인 리얼버라이어티 예능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호흡이 빨랐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하고 있는지, 잘 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노동력을 기꺼이 투여한 출연자들의 성의와 제작진의 의도는 분명 진심이겠지만 진정성이 화두인 오늘날 예능에서 가드닝에 대한 아무런 애호 없이, 식물과 자재에 대한 공부 없이, 식재법에 대한 이해도 없이 단순히 분갈이 하는 수준으로 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뛰어든 접근이 가드닝의 로망을 진정성 있게 전할 수 있는 길인지 의문이 들었다.

가드닝은 처음이지만 농사, 경작을 소재로 한 예능은 심심찮게 있었다. 결국에는 쿡방으로 변질되다 사라진 KBS <인간의 조건 -도시농부>도 있고, 출연자들이 실제로 거주하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님에도 무리한 설정으로 진정성에 의문을 샀던 tvN <식량일기>도 있었고, 농사짓는 고교생 한태웅 군과 연예인들이 함께 농사를 짓는 <풀 뜯어먹는 소리>는 계절에 따라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도시농부>, <식량일기>와 <풀 뜯어먹는 소리> 사이의 차이가 바로 진정성이다. 식물 가꾸기의 특성상 몇 주에 한번 있는 촬영시간에만 와서 열심히 한다고 진정성을 확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꽃밭에서>는 가꾸기보다 설계와 시공에 초점을 맞췄는지 모르겠지만, 과연 이 과정이 가드닝이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즐거움이나 로망일까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은 내 몸을 움직이고 애정과 시간을 들여 가꾼 공간에서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멋을 마주하는데 즐거움이 있다고 한다. 정원을 가꾸면서 갖게 되는 정서적 밀착도, 작은 변화에서 얻는 소소한 기쁨, 다채로운 증상과 대응에 대한 팁, 성실하게 몸을 움직이는 노동의 보람 등을 기대했는데, <꽃밭에서>의 가드닝은 가꾸기보다는 조경 설계와 시공을 맡은 업자의 일거리에 가깝다. 게다가 식물 가꾸는 법 같은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정보나 팁을 제공하는 전문성도 없다. 가드닝을 조경이 아니라 슬로라이프 콘텐츠로 바라보는 데 동의한다면 나영석 사단이 늘 일정한 시공간의 울타리를 치고 작은 세계를 만드는 이유를 한번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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