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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 만난 사이’에서 유재석을 빼고 나면 남는 건 무엇인가
기사입력 :[ 2019-09-01 13:59 ]


‘일로 만나 사이’, 남의 일터를 예능 무대로 삼는 것에 필요한 윤리란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2019년 하반기 유재석이 새로 선보인 2개의 예능인 MBC <놀면 뭐하니?>와 tvN <일로 만난 사이>는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교차한다. <놀면 뭐하니?>가 선보인 코너 ‘대한민국 라이브’가 한국인의 교통수단에 동행하며 일터로 나가는 노동자들과 각종 운수노동자, 집배노동자와 소방공무원들의 노동이 숨가쁘게 교차하는 하루를 담아내는 동안, <일로 만난 사이>는 아예 유재석과 그를 잘 아는 동료 연예인이 함께 타인의 노동현장을 찾아가 하루 동안 일손을 거든다. 평범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하루를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예능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은 두 프로그램이 의도치 않게 교차하는 지점이다.

아이템만큼이나 중요한 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의 태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로 만난 사이>의 태도는 과연 어떨까? 이번 주에도 [TV삼분지계]의 세 평론가는 시선이 갈렸다. 정석희 평론가는 ‘자신의 일에 대해 남다른 긍지와 철학을 지닌 사장님들’이 프로그램의 백미라며 <일로 만난 사이>가 앞으로도 ‘한 결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주기를 기대했다. 반면 김선영 평론가는 스타의 힘으로 프로그램의 약점을 돌파하는 전략이 정효민 PD의 전작인 JTBC <효리네 민박>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평가하면서, 스타의 힘을 빼고 나면 남는 게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평가를 남겼다. 가장 시니컬한 평가는 이승한 평론가의 몫이었는데, 타인의 일터에 더 깊게 관심을 주기에는 자기들 이야기를 하는 게 더 바쁘고 중요한 프로그램의 태도가 마치 대학가 농활을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



◆ 제 일에 긍지와 철학을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

‘이게 뭐지? 다큐멘터리야?’ 여백을 견디기 어려운 시청자에겐 마냥 지루할 수 있겠다. 어떤 환경이든 무엇이 주어지든 ‘도전!’을 외치며 달리고 밀치고, 끊임없이 누군가를 깎아내리고 폭로하고, 뭘 먹더라도 먹방을 의식하며 과한 리액션을 남발하고. 여느 예능에 길들여진 시청자에겐 심심타 못해 생경한 그림일 게다. 그러나 빤한 구성과 설정에 질릴 대로 질린 나에겐 감로수처럼 다가왔다.



다큐멘터리면 어떻고 예능이면 어떠랴. 이처럼 선을 지키는 프로그램이 나오길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른다. 초대 손님들도 진행자 유재석과 일로 얽힌 사이이나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관계들인지라 신뢰와 배려가 기본이다. 척하면 압니다. 서로 눈빛이며 손짓 하나로 통하는 사이.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연 누굴 부를 것인가. 한 사람 한 사람 꼽아봤다. 망설임 없이 선뜻 와줄 사람, 군 말 않고 최선을 다해줄 사람, 추후 생색을 아니 낼 사람. 세 손가락을 채 넘기질 못한다. 이번 생은 망했나 보다.



<일로 만난 사이>의 백미는 자신의 일에 대해 남다른 긍지와 철학을 지닌 사장님들이다. 1회 제주 특산물 빙떡에 옥돔을 얹어 먹으라고 알려준 제주 녹차 밭 사장님, 2회 다시 태어나도 생명을 일구는 농부가 되겠다는 무안 고구마 밭 사장님. “사람들이 고생했던 시절을 잊어불면 안 되는디. 두 분은 그런 거 같아. 안 잊어불고. 그래서 보는 우리도 참 기분이 좋아요.” 왜 우리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지, 고구마 밭 사장님 말씀이 정답이다. 초대 손님은 물론 새로이 등장할 사장님들도 기대된다. tvN <일로 만난 사이>는 내내 한결같았던, 앞으로도 한결같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석희 방송 칼럼니스트 soyow59@daum.net



◆ 스타를 빼고 나면 무슨 이야기가 남을까

<일로 만난 사이>를 연출한 정효민 PD의 전작은 JTBC <효리네 민박>이다. 소위 슬로우 라이프 예능, 힐링 예능을 표방하는 프로그램들이 이미 주류를 이룬 방송가에서, <효리네 민박>이 성공을 거둔 핵심 원인은 이효리라는 스타의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예능으로 연장시킨 데 있다. 이효리의 존재는, 연출과 편집, 객원멤버 활용 등에서 나영석 예능의 그림자가 엿보인다는 비판을 받은 <효리네 민박>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힘이었다.

<일로 만난 사이>에서도 같은 지적이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의 레퍼런스로는 이효리의 말대로 KBS <체험 삶의 현장>이나 MBC <무한도전-극한 알바> 편을 언급할 수 있겠지만, 노동과 힐링을 연결했다는 점에서 tvN <삼시세끼>, <윤식당> 등 나영석 예능의 영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정효민 PD는 이번에도 그 유사성의 약점을 톱스타의 힘으로 극복한다. <효리네 민박>이 이효리라는 독보적 스타의 삶에서 출발했듯이, <일로 만난 사이>는 유재석이라는 시작점에서부터 이야기를 뻗어 나간다.



요컨대 연예인들 사이뿐 아니라, 연예인과 일반 시민 사이의 가교 역할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하는, 그 자체로 예능계의 허브와도 같은 유재석의 독보적 위치 위에서 탄생한 프로그램이 <일로 만난 사이>다. 좋게 말하면 두 프로그램 연속으로 스타의 장점을 기막히게 활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를 빼고 나면 과연 무슨 이야기가 남을까, 라는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이 같은 한계는 <일로 만난 사이>에서 스타의 힘으로도 극복하기 어려운 이야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작위적인 연출이 끼어드는 순간마다 두드러진다. 2편부터 난데없이 끼어든 뮤지컬 신이 단적인 사례다. 안 그래도 생계를 위한 누군가의 일터가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스타들의 ‘힐링 프로젝트’ 배경이 된다는 데서 오는 불편함을 피하기 어려운데, 정작 노동자들이 노동현장과는 전혀 동떨어진 역할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참을 수 없는 얄팍함에 채널을 돌리게 된다.

김선영 칼럼니스트 herland@naver.com



◆ 본말이 전도된 농활처럼

제주 녹차밭에서 촬영된 1회, 일터로 가는 길에 이효리가 묻는다. “이 프로가 <체험 삶의 현장>이랑 다른 게 뭐야?” 유재석은 답한다. “다른 게 있지. 이건 토크가 좀 가미가 되는 거지.” 그러자 이효리가 다소 심드렁한 말투로 말한다. “그때도 토크는 많이 했어.” 뭐라 반론하려던 유재석은 잠시 생각을 고르다 말한다. “그러게, 다른 게 없네.”

물론 KBS <체험 삶의 현장>에도 이래저래 토크가 있었지만, tvN <일로 만난 사이>와는 결이 달랐다. 그때는 일터를 방문한 뜨내기 일꾼 연예인들이 그 일이 본업인 사람들과 토크를 나눴다면, <일로 만난 사이>는 주로 일하러 간 연예인들끼리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본질적인 차이랄까. <체험 삶의 현장>의 포커스는 연예인들에겐 낯설고 고된 일을 매일같이 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노동에 맞춰져 있었지만, <일로 만난 사이>의 포커스는 어디까지 유재석과 ‘일로 만난’ 동료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고민이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맞춰져 있다. 자연스레 원래 그 일을 매일같이 하고 있는 일터의 주인들은 뒷배경으로 물러나게 된다.



그러니까 일종의 본말이 전도된 농활 같은 거다. 농촌의 일을 거들며 농민들과 연대하겠다고 내려가지만, 사실은 자기들끼리 단합하고 친목을 다지고 돌아오는 MT처럼 소비되는 대학생들의 농활 활동 말이다. 1회의 제주 녹차밭이나 2회의 무안 고구마밭은 스타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이야기할 때 멋진 배경을 제공하는 무대로 소비되고, 고도의 노동집약적 산업인 농업에 대한 농민들의 고민 같은 것들은 원경으로 빠진다.

그나마 유재석과 티격태격하는 식으로 예능호흡을 맞추며 끊임없이 일할 때는 토크 그만하고 일을 하자고 잔소리를 한 이효리와 이상순이 게스트였던 1회에는 그나마 조금 나았지만, 유재석과 맞장구를 치는 방식으로 예능쿵짝을 맞추는 차승원이 게스트였던 2회에서는 포커스가 더 오롯이 두 사람에게로만 맞춰진다. 농촌을 떠나는 젊은이들을 대신해 한국의 농촌 곳곳에서 일손을 메워주고 있는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나, 이미 그들을 고용하지 않고는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린 농촌의 현실에 대해 한 마디 물어볼 법도 한데, 타인의 노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엔 너무 바쁜 모양이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영상·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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