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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쿡방 역사 새로 쓴 염정아와 좋은 사람 바이러스
기사입력 :[ 2019-09-09 13:42 ]


‘삼시세끼’ 초심으로 돌아간 승부수, 어떻게 통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삼시세끼-산촌편> 두 번째 게스트로 참여한 오나라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짧은 방송 소감을 남기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는 표현을 썼다. 여기서 말한 ‘좋은 사람’은 ‘산촌편’을 아우르는 볼거리의 정수이자 <삼시세끼> 시리즈의 초심이다. 여배우들이 출연하니까 여성예능이라고 불리지만, 성별에 가려져선 안 될 포인트가 바로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이란 세 배우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매력, 좋은 사람들이 함께 일궈나가는 일상이다.

2년 만에 돌아온 <삼시세끼>는 첫 촬영지인 정선 산골로 들어가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라는 본연의 콘셉트를 다시금 꺼내들었다. 제작진의 포부대로 초심으로 돌아간 프로젝트다.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없다. 볼거리나 익숙함 모든 면에서 시리즈상 가장 결핍된 환경이다. 설정 자체도 익숙한데다, 어촌과 농촌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먹거리도 없고, 섬마을의 독특한 풍경과 문화도 없다. 일거리도 단순 밭일이고 동물 식구도 단출하게 닭뿐이다. 염소까진 아니더라도 나영석 사단의 예능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동네 개나 고양이조차 없다.



산촌의 텃밭이 슬로라이프 로망을 자극할 순 있겠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그들이 보여준 스페인에 가서 하숙집을 하고 휴양지에서 특별한 식당을 차리는 스케일과 비교해보면 참 소박하다. 아기자기한 살림살이와 능수능란한 요리 솜씨를 내보이면서 인기를 끌었던 이서진, 차승원, 에릭 등과 달리 염정아는 요리와 동시에 뒷정리를 하고, 무엇을 먹을까보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어떻게든 써먹겠다는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다. 본인은 인지 못하겠지만 쿡방의 고착화된 접근법을 허물었으니 역사의 또 한 장을 개척한 셈이다.

방송 분량의 절반을 좌우지하는 식사 메뉴는 감자전, 생열무 비빔밥, 얼큰콩나물국, 달걀 소시지 부침, 꽁보리 비빔밥, 김치콩나물국 등등 기본 재료를 조금씩 변형한 일상 밥상이다. 놀라운 한 상도, 특이한 도전도, 요리에 욕심을 내는 출연자도 없다. 심지어 양도 잘 못 맞춘다. 그런데 몇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단조로운 설정 속에 대단한 에피소드 없이도(물론 정우성으로 포문을 연 전략은 대단했다) 시청률로 재미있음을 증명했다.



<삼시세끼>의 매력이 자연이 주는 편안함, 만족감과 같은 행복이라면, ‘산촌편’은 이미 깊은 친분과 호감이 있는 출연자들의 솔직 담백한 면면으로 그 매력을 극대화한다. ‘너무 제 몫을 못하는 것 같다’는 고민을 풀어내는 염정아는 극중의 카리스마나 도도함, 도회적인 외모와 달리 열정과 푸근함이 있는 친해지고 싶은 언니다. 웃음이 많고 예쁜 윤세아는 “자기자리를 굉장히 묵묵하게 잘 지키는 친구”라는 염정아의 평가대로 뒤에서 안 보이는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랑스런 둘째를, 박소담은 씩씩 싹싹 하지만 오버하지 않는 귀여운 막내가 되어 사이좋게 지낸다. 위계는 있지만 선후배의 선을 적당히 지키면서 친근하게 소통한다.

이런 관계는 요리를 할 때 잘 드러난다. 각자의 영역을 나눠서 분업하기보다 다 같이 협업하는 방향으로 일을 처리한다. 지시하는 절대권자 셰프가 있는 주방과 달리 손이 비는 사람이 재료를 준비하고, 요리를 하고, 그 사이 뒷정리를 한다. 먼지가 거슬리는 염정아는 방에만 들어오면 부지런히 쓸고 닦고, 박소담은 알아서 이불을 깔고, 윤세아는 늦은 밤 안주상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치우는 것처럼 모두, 스스로 알아서 빈자리를 채운다. 게스트로 온 오나라도 마찬가지로 제일 먼저 일어나자 혼자서 지난밤의 흔적을 말끔히 정리했다. 이런 점이 여성의 특성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는 이들의 미소를 자아내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며 배려하는 모습임은 분명하다.



‘산촌편’은 여자라서 가능한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남자들보다 더 힘을 쓰고,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데는 신경을 덜 쓴다. 꾸밈이 없다. 화제가 될 만한 레시피를 준비해오기보다 작업 동선을 편하게 하기 위한 구조변경 안을 고민해오는 식이다. 세수도 안 하고 카메라에 서기도 할 정도로 편안한 차림은 망가짐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의 영역이다.

<삼시세끼>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볼거리 확장 차원에서 메뉴부터 에피소드, 배경까지 매우 다양해졌다. 그런데 ‘산촌편’은 작정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담백하게 본질로만 승부를 본다. 미션, 에피소드, 인테리어와 조경 대신, 사람, 자연, 소소한 일상의 행복과 같은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금 전면에 내세운다. 물론,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다른 슬로라이프 예능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산촌편’이 남다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는 자연이나 여배우를 내세워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모습과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오나라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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