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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이서진·이승기 투톱 내세우고도 추락한 까닭
기사입력 :[ 2019-09-11 13:56 ]


‘리틀 포레스트’, 도전의식 결여와 안전제일 접근이 낳은 참사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가 새로운 실험에 돌입했다. 긴 세월 속에 당연시된 평일 저녁 10시대 월화드라마 블록에 예능을 편성해 타사 드라마와 맞붙였다. 그냥 일반적인 예능 정규 편성이 아니라 사전제작 드라마처럼 여름 시즌을 겨냥한 16부작이다. 그리고 여론전에 능한 방송사답게 편성되기 전부터 여름 특별 예능을 준비한다며 소문을 파다하게 냈다. SBS의 황태자 이승기와 나영석의 남자 이서진의 캐스팅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뉴스였다. 강원 인제 찍박골의 푸른 자연에서 펼쳐지는 친자연주의 콘셉트는 이 두 명의 이름과 함께하며 더욱 기시감이 깊어졌다.

여기에다 최근 연예대상급의 활약을 보이는 박나래가 합류해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그리고 예능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얼굴인 배우 정소민까지 가세해 신선함도 놓치지 않았다. 그 위에 푸르른 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싱그러운 에너지라는 검증된 흥행 코드를 얹고, 슬로라이프 예능의 핵심 소재인 힐링과 쿡방이 곁들여졌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심심하고 익숙한 그림이 나왔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다시금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데 용기를 얻었던 걸까. 산골의 예쁜 집에서 이서진, 박나래, 이승기, 정소민이 아이들을 하룻밤 대신 맡아주는 <리틀 포레스트>는 착하고 뻔한 육아예능이었다. 파격 편성한 대작 예능이 사골 장르 중 하나인 육아예능 카드를 집어든 것도 특이한데, 5회에 걸쳐 1박2일간 아이들을 대신 맡아서 돌봐준다는 설정부터 애착 형성과 성장을 스토리라인으로 잡는 요즘 육아예능의 추세와 동떨어져 있다. 사실상 아이들의 귀여움을 전시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춘 초창기 육아예능 스타일에 가깝다.

<리틀 포레스트>는 흙을 밟고 뛰놀 일이 부족한 요즘 아이들의 결핍을 듬뿍 채워줄 울타리 안에서 ‘리틀이들’의 일상을 관찰한다. 너무나 사랑스런 아이들의 미소와 재잘거림,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면서 팝콘이나 드라큘라를 떠올리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솔직함, 엉뚱함이 때때로 미소를 짓게 한다. 아궁이 불 떼는 데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의 귀여운 얼굴, 이성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아이다운 모습이 사랑스럽다. 푸르른 자연과 천진한 아이들이 만드는 맑고 순수함, 아이들을 살뜰하게 돌보는 출연자들의 예쁜 마음은 ‘힐링’의 양분이 된다. 하지만 간판부터 배경, 먹을거리까지 아이들의 순수함과 그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과정에 꽂혀 있다 보니 이야기가 ‘착한 예능’이란 좁디좁은 도랑 속에서 흐른다.



육아예능도 역사가 깊어지면서 단순한 귀여움을 넘어서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귀여움만이 아닌 일종의 효용이 한 가지 포인트다. 그런데 1박2일씩 5회 촬영하는 <리틀 포레스트>는 출연자와 아이들이 제대로 애착 형성할 환경이 안 된다. 성장과정도 성글게 포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매 촬영분마다 새로운 아이들이 추가되니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애정을 품는 육아예능의 핵심 재미가 옅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어린이집 알림장 같은 자막 효과인지, 나름 힘을 주고 꾸민 찍박골의 리틀 하우스는 일상의 소소함이 묻어 있는 <삼시세끼> ‘산촌’이나 <윤식당>, <스페인하숙>처럼 판타지와 로망을 자극하는 공간이 아니라 방송을 위해 잘 꾸며진 어린이집처럼 느껴진다.

물론 준비는 허투루 하지 않았다. ‘미스터 리’로 분한 이서진은 요리에 익숙해진 예능 캐릭터를 살려 아동요리지도사 자격증을 따와서 아이들의 식탁을 책임진다. 마찬가지로 요리 잘하기로 유명한 박나래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위한 식탁을 마련하는 쿡방을 펼쳐낸다. 하지만 물놀이 하는 아이들을 멀리서 지켜보던 장면처럼, 꾸밈없는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던 <윤식당>과 <삼시세끼>와 다르게 뒤에 머물며 굉장히 제한된 역할만 수행한다. 캐릭터의 매력과 재미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승기와 정소민도 아동심리상담사 1급을 미리 따올 정도로 진정성을 갖고 준비를 했지만,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재미는 한정적이다. 이 둘은 시도 때도 없는 아이들의 상황극에 잘 맞춰주고, 소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잘 달래고 보듬지만 거기까지다. 이는 매사 열심히 하는 박나래도 마찬가지여서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잘 보살피는 착한 모습 이외에 보여줄 수 있는 볼거리가 없다. 요리로 기여하지만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매력이라 새롭지 않다. 즉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설정이나 볼거리나 출연자들의 활약 등 대부분의 면에서 기존의 것을 넘어선 새로움을 찾기 힘든 예능이다.

시청률 그래프가 이를 증명한다. 많은 기대 속에 6.8%의 시청률로 시작한 <리틀 포레스트>는 5회 만에 3.5%로 절반이 깎였고, 지난 방송에서 1부 시청률이 2.9%까지 내려앉았다. 계속해 시청률이 빠지는 추세다. 파격적인 편성을 무색하게 만드는 도전의식의 결여와 안전제일의 접근이 낳은 결과다. 푸르른 자연과 살고 싶은 집, 육아예능, 이승기, 박나래, 이서진 등 성공의 요소들을 모았지만 서 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익숙한 재료를 너무나 뻔한 방식으로 늘어놓으면서 유의미한 실험결과 도출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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