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와 ‘자연스럽게’는 왜 ‘삼시세끼’를 못 뛰어넘나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예능 <리틀 포레스트>는 동명의 영화에서 제목을 따왔지만 실은 어쩔 수 없이 tvN <삼시세끼-산촌편>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삼시세끼>의 초년 멤버인 이서진이 주요 멤버이고 이 예능 역시 산속의 어느 오두막집에서 일상이 펼쳐지는 일이 주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방영되는 <삼시세끼-삼촌편>의 기분 좋은 지루함과 <리틀 포레스트>의 지루함은 그 결이 다르다. 그것은 비단 염정아의 수다스러움보다 이서진의 툴툴거림이 재미없어서만은 아니다.

사실 편안함을 주기에 <리틀 포레스트>는 너무 많은 것들을 집어넣는다. 이서진을 시작으로 이승기와 박나래는 각기 다른 예능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스타들이다. 다만 이들의 색깔은 좀 다르다. 이서진은 투덜대면서 맡은 일을 잘하는 타입이라면, 이승기는 안방의 모범생이고, 박나래는 흥겨운 싱글라이프의 아이콘으로 자리한지 오래다.



만일 각기 컬러가 다른 이 셋의 조합이 어울렸다면 나름 흥미로운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는 그냥 각각의 프로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스타들을 숲속이라는 힐링 공간에 우겨넣은 인상이다.

이것은 <리틀 포레스트>가 갖고 있는 문제와도 통한다. 너무 많은 예능 코드의 양념을 한꺼번에 집어넣었다. 그 결과 별로 특별한 맛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리틀 포레스트>는 <삼시세끼-산촌편>의 배경을 두고 한때 유행했던 육아예능의 장을 펼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시청자는 숲속에서 편안하게 늘어지는 모습을 보며 대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지, 숲속에서도 계속 육아에 시달리는 장면들을 지켜보고 싶지는 않다. 더구나 출연자들은 정소민이나 이승기를 제외하고는 딱히 육아에 재능도 없어 보인다. 그 때문에 타 프로에서는 나름 빛을 발했던 이서진과 박나래는 무언가 겉도는 느낌이다.



물론 숲속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그 자체로 시청자에게 기쁨을 주기는 한다. 하지만 무언가 이 아이들에게도 미션이 주어진 듯한 설정의 느낌들. 그리고 그 안에서 교훈적인 메시지를 끌어내려는 제작진의 노력, 이런 것들은 결코 달갑지 않다.

거기다 숲속의 아이들과 시청자들이 가까워지려는 찰나에 어느새 또 새로운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초반의 정든 아이들은 어느 사이 슬그머니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이 프로그램은 무언가 모두들 우왕좌왕하고 서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둘 곳이 없어 결국 지루하다.

MBN 예능 <자연스럽게> 역시 지루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연스럽게>는 <삼시세끼>보다는 어찌 보면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힐링 예능의 코드를 녹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역시 <삼시세끼>처럼 전인화가 준비하는 시골마을에서의 먹을거리와 끼니가 중요 포인트다.



그리고 전인화 외에도 은지원, 김종민, 조병규가 이 시골생활에 스며드는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예능 초보인 조병규를 제외하고 다른 캐릭터들은 어째 이 시골에 잘 스며드는 느낌이 아니다. 은지원과 김종민의 마을 사람들과의 교류는 <1박2일> 정도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했다. 이 예능의 힐링 포인트가 되어야 할 따스한 감정의 교류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자연스럽게>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전인화 역시 이 프로그램에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녀는 사극에서건 현대극에서건 빼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훌륭한 배우다. 하지만 이 자연스러운 예능에서조차 그녀가 배우로 느껴지는 건 무언가 섭섭한 일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질감이 있을 연예인과 마을 사람들 사이에 짧은 순간의 만남에서 감정의 교류를 엮는다는 것부터가 억지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특히 그 억지스러움이 화면 밖에까지 전해지는 건 결코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번 3파전의 승리는 <삼시세끼-산촌편>이다. 염정아, 윤세아, 박소담은 밥 먹는 것 외에 이 산속에서 아무것도 고민하지 않았다. 그렇게 식사를 차리다 보면 갑자기 정우성, 오나라, 남주혁 등 게스트가 나타나고, 그들도 이내 산골 마을에 녹아든다.

전편에서도 반복된 이어짐이지만 이번 <삼시세끼-산촌편> 역시 그 지루함 자체가 즐겁다. 그리고 신선하다. 온통 초록 밖에 없는 산골마을에서 화려한 스타들의 너와 나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 하나하나 드러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특이 이번 <삼시세끼-산촌편>의 염정아는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아갈머리 여사 캐릭터와 괴리감이 더욱 커서 더더욱 흥미롭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 속에서 만들어진 스타가 아닌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의 개성들이 드러난다. 자연스러움과 개성을 드러내게 만드는 산골 예능, 그것은 결코 모방하기 쉬운 노하우는 아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MBN,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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