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신개념 가족극 ‘위대한 쇼’, 과정도 즐거워야 산다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월화드라마 <위대한 쇼>가 정치쇼를 빙자한 가족극이라는 건 이제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알아차렸을 게다. 달라진 가족의 양태와 쟁점들을 <위대한 쇼>는 정치쇼라는 설정을 끌어와 코미디를 섞어 하나씩 풀어낸다. 이 정치쇼라는 코미디를 빼고 보면 <위대한 쇼>는 우리 시대의 가족이 어떤 의미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를테면 그 질문들은 이렇다. 과연 이혼 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아버지는 과연 진정한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까. 죽기 직전 위대한(송승헌)을 찾아와 하루아침에 아들을 ‘국민패륜아’로 만들어버린 아버지라는 설정이 담아내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해 이 드라마는 어느 날 불쑥 자신의 딸이라며 찾아온 한다정(노정의)을 (물론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있어서였지만)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위대한을 통해 답을 제시한다. 친자 확인 결과 아무런 혈연관계가 아니지만 타인조차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설정은 은근 슬쩍 담아낸다.

어린 나이에 덜컥 아이를 가져버린 미혼모는 과연 아이를 낳아야 할까 아니면 포기해야 할까. 미혼모라는 말은 있어도 미혼부라는 말이 없듯이 그 책임은 오롯이 여성에게만 지워져야 할까. 한다정이 아이를 갖게 되고 그 아이 아빠인 아이돌 연습생이 기획사로부터 퇴출당하면서도 한다정과 아이를 챙기려는 모습은 미혼모의 문제가 당사자만이 아닌 모두가 끌어안아야할 문제라는 걸 드러내준다.



물론 이런 질문과 답변을 하는 방식이 너무 교과서적이지 않게 만드는 건 위대한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덕분이다. 그는 아마도 진심은 다를 것이지만, 자신이 하는 행동들이 하나의 정치쇼이자 ‘가족 코스프레’라고 한다정에게 말하곤 한다. 이런 위대한의 다소 가볍고 속물적인 캐릭터는 드라마의 교과서적 이야기를 오글거리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위대한은 이런 가식적인 정치쇼를 표방하며 시종일관 코믹한 캐릭터를 유지하다 어느 순간 진지한 얼굴을 드러낸다. 바로 그 지점이 이 드라마가 끄집어내는 가족애의 뭉클함이 생겨나는 부분이다. 그 부담감과 현실을 알기에 한다정에게 낙태를 권하던 위대한이 방송에서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아이를 낳겠다는 한다정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대목이 그렇다. 또 학교에서 자신과 친구를 놀리는 아이에게 폭력을 가해 그 부모를 찾아가 무릎까지 꿇고 사죄를 하던 위대한이 그 정황을 알고는 그것이 “정의를 구현”하려 한 것이었다며 그 부모에게 따지는 장면도 그렇다.



위대한은 그렇게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가족 문제와 사회적 편견과 부정 속에서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인물이다. 그런데 드라마가 생각만큼 힘이 붙지 않는 건 바로 이 위대한의 한 방을 만들기 위해 꽤 긴 서사들을 전편에 깔아놓기 때문이다. 그 한 방은 힘이 있지만, 그 한 방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서사의 과정들은 다소 지루하다.

<위대한 쇼>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그래서 그 과정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코미디적 상황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대한이 한 방을 던질 때 만들어지는 감동과, 시대적 의미는 충분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 또한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충분한 웃음이 심지어 시트콤적인 느낌을 줄 정도로 담겨질 때 위대한이 보여주는 반전의 감동도 커질 테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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