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스티브 유는 팩트라지만 시청자들도 그렇게 느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17년만의 인터뷰. SBS <본격연예 한밤>이 전격 강행한 스티브 유(유승준)의 인터뷰는 그 한 줄만으로도 대중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미국 LA에서 진행된 스티브 유와의 인터뷰는 여러모로 대중들의 의구심을 살만 했다. 그것은 여전히 스티브 유에 대한 대중정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이런 상황에 그와 인터뷰를 하는 것이 무엇을 위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건 그래서 상식적이다.

“저희 한밤은 유승준 씨에 대한 변호의 목적이나 유승준 씨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님을 다시 힘주어 말씀 드리겠습니다. 유승준 씨 논란이 변곡점을 맞은 이 시점에서 지난 17년의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준비한 시간이었는데요...” 대중들이 가질 의구심을 <본격연예 한밤> 측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인터뷰가 ‘팩트체크’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방송 상에서 명백히 했다.

하지만 과연 이 인터뷰를 통해 팩트체크가 됐는가는 의문이다. 먼저 군대를 자원입대하겠다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스티뷰 유는 밝혔다. 자신은 단 한 번도 자신의 입으로 군대를 가겠다 말한 적이 없다는 것.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서 아는 기자분에게 ‘가게 되면 가야죠’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한 거다. 그런데 다음날 1면에 ‘유승준 자원입대 하겠다’ 이런 기사가 막 나오는 거다.”라고 그는 밝혔다.



실제로 당시에 이 보도에 대해서 스티브 유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그다지 주목되지 못했다. 그 후 방송에서 자주 군대에 대한 질문들이 나왔는데 그 때마다 가겠다고 했던 것도 그는 “좀 떠밀렸고”, “너무 어리고 너무 잘하려는 마음에” 그렇게 말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당시 스티브 유가 방송에서 그렇게 말한 것은 “진짜 군대를 가려고 해서 그랬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들은 사실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등 떠밀려서 했던” 말들이라고 했다가 “진짜 군대를 가려고 했다”는 말이 어떻게 일관되다 말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는 미국 시민권을 받고 군입대를 기피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이런 논조를 이어갔다. “그 약속은 진심이었지만,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는 것. 한 마디로 말해 마음은 있었지만 사정이 있어 그걸 실행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사정이라는 것이 ‘아버지와 목사님의 권유’라는 건 다소 구차한 변명처럼 들렸다. 그 권유의 내용도 그렇다. ‘병역의 의무도 좋지만 그것만이 애국의 길은 아닐 거다’라며 ‘미국에서 살면 전 세계로 연예인 활동도 하고 그런 거에 더 자유롭지 않을까’라고 해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는 것이다. 병역 기피를 해서라도 다른 ‘애국의 길’을 찾으려 했다는 이야기일까. 미국에서 살면 전 세계로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결정한 일이라면 그 선택으로 감수해야할 일들 또한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팩트체크라고 하지만 스티브 유가 말하는 내용들은 자신의 입장에 유리한 해명 혹은 변명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선택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것만 누리겠다는 이야기처럼 들렸고, 군대를 가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애국의 길’이라는 말은 궤변처럼 들렸다. 스티브 유처럼 군 기피를 하는 이들 때문에 평범하게 군 복무를 하는 장병들은 얼마나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것인가. 그러면서 애국 운운하고 자신의 선택이긴 했지만 아버지와 목사님의 권유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 얘기하는 건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결국 <본격연예 한밤>이 17년만의 인터뷰를 통해 가져온 팩트라는 건 무엇일까. 어쨌든 방송에 나와 군 입대를 하겠다 말했던 건 사실이고,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미국으로 가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군대를 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본격연예 한밤>에서 스티브 유가 이 사실에 더한 건 ‘개인적인 사정’일 뿐이었다. 어쨌든 팩트로서 자신이 선택한 것이 있다면 거기에 맞는 대가를 치르며 살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왜 개인적인 사정을 토로하고 있는 걸까.

그는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제 정체성이고 제 뿌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정체성과 뿌리를 뽑아버린 건 한국과 대중이 아니라 본인이었다는 걸 왜 그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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