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동시 방영 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드라마의 차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최근 SBS에서 금토에 방영되고 있는 블록버스터 드라마 <배가본드>는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방영된다. 사실 지상파들이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는 걸 떠올려보면 <배가본드>의 넷플릭스 동시 방영은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지상파 3사는 최근 SK텔레콤과 함께 웨이브라는 OTT를 만들겠다 선언하지 않았던가. 그건 넷플릭스는 물론이고 향후 디즈니 플러스 같은 공룡 OTT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생겨난 지상파들의 위기감을 반영한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배가본드>는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걸까.

그런데 이런 이례적인 행보는 SBS <배가본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KBS에서 수목에 방영되는 <동백꽃 필 무렵>도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되고 있다. 이 작품은 KBS 드라마 중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되는 첫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상파가 넷플릭스 같은 OTT에 동시 방영을 결정하게 된 건, 지상파 방송3사가 넷플릭스라는 투자자이자 유통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상파 3사는 협의를 통해 한 해 몇 편 한도를 정해 넷플릭스와 협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았다.

이렇게 된 건 tvN이나 JTBC 같은 비지상파들이 일찌감치 넷플릭스와 공동제작, 글로벌 방영을 통해 그만한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특히 tvN은 <미스터 션샤인> 같은 작품이나 <아스달 연대기> 등을 만들 수 있는 동력으로서 넷플릭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냈다. JTBC는 넷플릭스와 계약을 통해 자사 드라마들을 글로벌하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놓았다.



그래서 심지어 이제 몇 백 억이 넘어가는 대작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없이는 어렵다는 업계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430억이 들어간 <미스터 션샤인>이나 540억이 투입된 <아스달 연대기> 같은 작품은 사실상 넷플릭스가 몇 백 억씩 투자하지 않았다면 제작 자체가 어려웠을 드라마다. 250억이 들어간 <배가본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 넷플릭스에 방영되는 한국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한국드라마들 사이에 확연한 차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좀 괜찮다 싶은 드라마들은 여지없이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되는 경향이 생기고, 좀 대작이라 생각되는 작품들 역시 넷플릭스에서 방영된다. 냉정한 현실이지만 현재 방영되고 있는 한국드라마들은 많지만 그 중 주목받는 작품들은 몇몇 작품으로 점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아스달 연대기>, <배가본드>, <동백꽃 필 무렵> 같은 드라마들이 그렇다.

물론 OCN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처럼 일찍부터 ‘OCN 오리지널’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넷플릭스 동시 방영 드라마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tvN, JTBC 그리고 지상파 3사의 드라마들은 이제 괜찮다 싶으면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는 그런 상황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중요한 건 이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저도 모르게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고, 이른바 ‘글로벌 감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네 드라마에도 보다 높은 스케일과 완성도를 요구하게 됐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이런 영향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제 디즈니 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들이 등장하게 되면 이러한 변화는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에 방영되는 드라마들이 이렇게 도드라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자본의 논리가 들어간 것이지만, 여기에 시청자들이 이미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의 각성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이제 우리네 드라마들도 ‘국내용’의 틀을 넘어 글로벌에도 먹힐 만큼의 완성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걸 맞추지 못하면 활짝 열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네 드라마의 입지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tv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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