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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이승기 액션·수지 미모 호평에도 감정이입 어려운 건
기사입력 :[ 2019-09-23 14:27 ]


‘배가본드’ 이승기, 명실상부한 SBS 황태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의 새로운 금토드라마 <배가본드>는 이승기에 의한 이승기를 위한 드라마다. SBS 입장에서는 <열혈사제> 이후 또 한편의 흥행 기대작이자 이승기가 SBS의 황태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왕좌를 차지할 수 있도록 제시한 마지막 미션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만큼 1, 2화는 다른 무엇보다 이승기의 노력과 변화가 두드러졌다. 기대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 높은 액션 연기와 성실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단련된 몸, 극중 이름인 ‘달건’에 걸맞은 샛노란 염색머리로 건들거리는 연기와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조카를 잃은 슬픔에 후진 없이 온 몸을 내던지는 이승기는 기존의 반듯한 이미지와는 상반되어 꽤나 흥미로웠다.

올해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배가본드>는 기획에만 4년, 제작에만 1년이 걸린 데다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된 우리나라 드라마 시장에서 초대형 프로젝트다. 모로코와 포르투갈을 오가며 100% 사전 제작했으며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더욱 유명해진 셀트리온의 자회사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은 신작이다. 스케일 큰 액션 장면과 대부분 해외에서 찍어 이국적인 풍광이 눈길을 끈다. 아울러 백윤식, 문성근, 이경영 등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배우들이 묵직한 역할로 얼굴을 내비치면서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드라마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로 하나 밖에 없는 조카를 잃은 자칭 무술 18단의 전직 스턴트맨 삼촌 차달건(이승기)이 은폐된 추락의 실체를 찾아내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다가 맞닥뜨린 세계적인 무기상의 로비와 정부의 비리를 쫓는 이야기다. 희생자 중 아이들이 많은 불의의 사고와 대통령의 대응과 인식에서 세월호 사건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여객기 추락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유가족의 일원으로 모로코에 간 차달건은 이륙 직전 조카가 보내온 영상 속 남자를 모로코 공항에서 만나고 남자를 추격하며 액션이 발생한다. 그러면서 테러 사건임을 직감하고 그 소용돌이에 국정원 비밀 요원인 고해리(수지)를 시작으로 몇몇 국정원 인물들과 얽히며 테러의 배후를 함께 쫓는 첩보액션물이다.

그간 스케일 큰 드라마의 액션신이 인정받은 선례가 별로 없지만 <배가본드>의 격투 장면은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선 본 적 없는 골목길의 박진감 넘치는 차량 액션이나 이승기가 건물 옥상을 내달리고 자동차 위로도 뛰어내리는 파쿠르 액션을 선보인다. 10년 전 할리우드 액션 스타일보다는 그 분위기를 안방에 소개하는 수준으로 그치고 만 <아이리스>의 수준을 뛰어넘는 볼거리이자 진일보한 한 걸음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몸 사리지 않는 성실한 액션 연기를 보여준 노력이 엿보이는 이승기가 있다. ‘화려한 액션 대신 가족을 잃은 남자의 감정이 느껴지는 액션을 담으려 했다’는 그는 악에 받친 한 남자의 처절함을 담아 달리고, 맞고 머리가 깨져도 다시 집요하게 달라붙는다. 대역을 포함해 이승기가 보여준 액션 연기는 최근 안방극장에서 만나본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완성도가 높았으며 박진감이 넘쳤다. 참고로, <배가본드>의 액션신은 흔들리는 화면의 쉐이키캠과 헨드핼드 촬영, 빠른 호흡의 편집, 파쿠르 등 액션영화 스타일에 혁명을 일으킨 10년 전 ‘본 시리즈’의 촬영술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 액션 스타일의 압권이 바로 <본 얼티메이텀>에 등장하는 모로코 탕헤르에서 건물 옥상을 내달리며 격투하는 추격신인데, 공교롭게도 <배가본드>도 같은 장소에서 옥상을 뛰어다니며 누군가를 쫓는다.

새로운 시도, 완성도 있는 액션 씬, 성실한 주연들의 연기가 기대를 하게 하지만 걱정되는 지점도 있다. 엄청난 물량을 쏟아낸 보기 드문 대작 첩보물이지만 영화나 미드를 즐겨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어쩌다보니 거악에 맞서게 된 한 사나이의 이야기는 사실 매우 익숙한 설정이다. 세월호 참사,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 비리, 김정남 암살 등이 순간순간 떠오를 만큼 소재 차원에서는 현실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지만 첩보물 치고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전개와 입체감이 부족한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앞으로 어떤 힘으로 <배가본드>만의 새로움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이경영, 문성근, 백윤식, 김민종, 김정현 등이 연기한 조연 캐릭터들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함을 자아내지만, 정작 주연인 이승기와 수지가 맡은 캐릭터가 워낙 단선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감정선 전개가 굉장히 무딘 편이라, 목숨을 건 달건의 집념과 해리의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잘 이입이 되질 않는다. 비행기 사고 유족들을 마치 워크숍 인솔하러 나온 여행사 직원처럼 밝은 미소로 맞이한다거나, 그런 큰 사고가 근무지에서 일어났음에도 전혀 동요나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영사관 직원들, 갑자기 느닷없이 반말하는 사이가 된 해리와 달건의 관계처럼 서걱거리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피드백이 나오더라도 <배가본드>는 수정이 불가한 사전제작 드라마다. 그러니 이런 문제를 덮을 수 있는 힘은 이 시대 진정한 TV스타인 이승기에 달렸다. 그의 변신에, 그의 새로운 모습에, 그의 액션에 얼마나 흥미를 느끼고 빠져들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시청률 10% 이상의 좋은 성적과 많은 화제를 뿌리며 시작했다. 그런 만큼 앞으로의 추이와 함께 이승기가 명실상부한 SBS의 황태자로 거듭날 명분을 획득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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