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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베를린과 ‘부자’ 프랑크푸르트, 이유 있는 모터쇼 쟁탈전
기사입력 :[ 2019-09-26 09:40 ]
모터쇼 흥행 참패한 프랑크푸르트, 기다렸다는 듯 참전한 베를린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2019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막을 내렸다. 지난 12일부터 22일까지 열흘간 자동차 축제의 현장을 찾은 관람객 수는 약 56만 명. 공식 개막에 앞서 95개국에서 약 7,800명의 언론인이 박람회장을 누비며 신차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 언론은 이번 모터쇼가 흥행에 실패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다음 개최지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 최근 들어 가장 적은 방문객

유럽의 대표적 모터쇼라면 봄에 열리는 제네바모터쇼, 그리고 가을에 열리는 파리오토살롱과 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있다. 그중 가을 모터쇼는 짝수 해에는 파리에서, 그리고 홀수 해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진행된다. 3개 모터쇼 모두 유럽은 물론 세계 최고의 자동차 박람회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프랑크푸르트모터쇼는 독일인들에게 단연 최고로 여겨진다. 1989년에 열린 프랑크푸르트모터쇼는 자그마치 120만 명이나 방문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최고의 모터쇼가 올해 체면을 구겼다. 찾은 사람들이 크게 준 것이다. 2015년 모터쇼 당시 박람회장을 찾은 사람은 93만 명에 이르렀다. 디젤 게이트 소식이 첫날부터 전해져 흥행에 어려움이 예상된 것을 생각하면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2017년에는 감소하긴 했지만 81만 명이 찾아 평균 수준이 유지됐다. 그러나 올해는 56만 명으로, 2017년과 비교해 31%나 줄었다. 예상 밖의 결과였다. 이처럼 관람객이 크게 준 이유는 뭘까?



◆ 관람객 감소의 이유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참여 브랜드가 줄었다는 점이다. 일본 여러 브랜드와 우리나라의 기아차는 물론, 유럽에서 영향력이 큰 포드, 그리고 프랑스 르노와 푸조, 이탈리아의 피아트 등이 불참했거나 작은 이벤트를 펼치는 소극적으로 참여에 머물렀다. 그 바람에 독일 차 중심의 박람회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부분이 관람객 감소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당장 구매하고 싶은, 구매가 가능한 다양한 실영역의 자동차들보다는 전기차와 콘셉트카 등, 미래 자동차에 집중한 구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모터쇼 관련 기사에서 전기차에 너무 집중된 점을 지적하는 반응도 여럿 보였다.

포르쉐 타이칸, 폭스바겐의 ID.3와 같은 독일산 전기차가 그나마 대중의 관심을 끌었지만 이런 정도로는 사람들을 모터쇼 현장으로 끌어오기 어려웠다. 전기차가 관람객 유인 동력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의 설문 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최근 ‘3년 안에 전기차를 살 생각이 있느냐?’고 독자들에게 물었다. 1만 6천 명 이상의 응답자 중 19%만이 ‘그렇다’고 답했으며, 60% 가까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히 엔진 자동차에 있는데 모터쇼가 전기차와 콘셉트 카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다 보니 간극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 같은 일부 독일 언론들은 외부적인, 그러니까 환경 관련한 대규모 시위를 이번 모터쇼 흥행에 가장 큰 어려움을 준 요인으로 꼽았다. 이미 지난주 소개한 것처럼 모터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박람회장 주변에서 벌어졌다. 환경 이슈가 뒤덮은 요즘의 유럽 분위기에서 모터쇼 현장을 찾는 것 그 자체에 사람들이 부담을 느낀 것이다.

물론 이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도 있다. 과거에는 최신 자동차, 첨단의 자동차를 보기 위해서는 박람회장을 찾는 것이 거의 유일한 길이었지만 요즘은 다양한 경로로 신차 정보를 얻고 있다. 앞으로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과 같은 기술을 통해 집에서 더욱 생생하게 자동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가족들과 함께 현장을 찾아 입장을 기다리고 종일 둘러보며 돈을 쓰는 수고도 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용론이 목소리를 높여도 모터쇼는 매력적인 자동차 축제다. 수많은 자동차를 직접 현장에서 비교해 보고 앉아 보는 체험을 소중하게, 즐겁게 여기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그래서 이 축제를 자신들의 도시로 끌어오려는 시도가 지금 독일에서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 모터쇼를 되찾아 오려는 베를린

프랑크푸르트모터쇼가 흥행에 실패했다는 소식과 함께 베를린, 함부르크, 쾰른 같은 독일의 도시들이 대안으로 거명되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베를린이다. 1897년 8대의 자동차가 베를린의 한 호텔에 전시됐고 이것을 독일 자동차 박람회의 시작으로 본다.

이듬해인 1898년에는 13개 모델이 전시됐으며, 1899년에는 13개국 100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 국제 자동차 박람회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1905년에는 황제 빌헬름 2세가 박람회의 오픈을 알리며 국가적인 행사로 격상된다. 그러다 1951년 자동차 박람회가 처음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게 된다. 베를린은 1949년 동독 정부가 들어서며 모터쇼 개최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으로 바뀌었고, 그 대안으로 프랑크푸르트가 뽑힌 것이다. 그리고 베를린은 68년 만에 원조 독일 모터쇼 도시의 명성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베를린시의 이런 시도는 이번 모터쇼가 열리기 수개월 전부터 모터쇼를 주관하는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와 협상을 하고 있다는 빌트지의 보도로 다시 확인됐다. 젊은 도시, 스타트업과 문화의 도시, 350만 명의 시민이 거주하는 대도시라는 점을 내세워 모터쇼를 가져오려 하고 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시의 방어 역시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음식, 숙박, 교통 등 2주 동안 엄청난 돈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사용된다.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은 물론, 도시의 명성과 경쟁력 차원에서도 모터쇼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부자 도시답게 더 많은 투자를 통해 모터쇼에 지켜내겠다며 방어를 자신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베를린으로 옮기는 것을 찬성하는 전문가도 있고, 반대로 프랑크푸르트가 가진 접근성과 인프라의 경쟁력을 잘 활용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모터쇼를 둘러싼 두 도시 간 팽팽한 줄다리기는 과연 누구의 승리로 끝이 날까? 결과가 무척 궁금해지기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어느 도시에서 열리든 모터쇼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 토막 정보 : 독일에서 열리는 자동차 박람회를 습관처럼 프랑크푸르트모터쇼라고 부르고 있지만 정식 명칭은 국제 자동차 전시(Internationale Automobil Ausstellung, 줄여서 IAA)다. 파리모터쇼와 달리 독일 모터쇼에는 정식 명칭에 지명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독일에서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라고 부르지 않고 이아아(IAA)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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