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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공유 좋아한다는 공효진 향한 강하늘의 똥개 전략이란
기사입력 :[ 2019-09-26 14:55 ]


대작들 속에서 소소한 ‘동백꽃’의 놀랄만한 매력의 비밀

[엔터미디어=정덕현] “그냥 첫 눈에 반해버렸구요? 저는 뭐 작전이니 밀당이니 어우 난 이런 거 모르겄구 그냥 유부녀만 아니시면은 올인을 하자 작심을 혔습니다.”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황용식(강하늘)의 이 대사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잘 드러낸다. 조금 모자라 보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의외로 그 구수한 시골스러움과 순박함이 매력으로 보이기도 하는 인물. 그는 동백(공효진)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걸 대놓고 털어놓는다. 이를 애써 거부하며 신중하지 못하다는 동백의 말에도 그의 직진은 꺾일 줄 모른다. “저는요 신중보다는 전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혀요. 긴가 민가 간만 보다가는 옹산 다이아 동백씨 놓쳐요. 기다 싶으면은 가야죠.”

동백은 용식의 말이 ‘돌직구’ 정도가 아닌 ‘투포환급’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노상방뇨 금지’라고 적힌 담벼락 앞에서 이런 직진 고백이라니. 하지만 부양해야할 아이가 있고 혼자 살아내야 할 일만도 만만찮은 동백에게 용식의 이런 투포환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만일 멀쩡한 총각과 사귀게 됐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동네사람들이 그잖아도 술집을 하고 있는 동백에게 던지는 편견어린 시선은 더더욱 악의적이 될 게 뻔한 일이다. 그래서 먼저 선을 긋는다. “용식씨 저 미리 찰게요.”



하지만 그럼에도 용식의 투포환급 구애는 단념을 모른다. 동백은 결국 그를 단념시키기 위해 핵폭탄급(?) 발언을 한다. “인생, 드라마랑 달라요 용식씨. 미혼모는 뭐 취향이 없을까봐요. 생짜 총각이 애 딸린 여자 좋다고 그러면 다 노난 거예요? 결정적으로 황용식씨가 제 스타일이 아녜요.” 동백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말에 자신이 그 스타일이 되겠다는 용식에게 동백은 결정적인 한 마디를 보탠다. 동백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공유’라는 것. “공유요 공유. 저는 그 나쁜 남자가 이상형이에요. 근데 용식씨는 돈도 막 꿔주게 생겼어요. 저는 차도남을 좋아하거든요. 센스 있고 세련되고 또 까칠하고 막 튕기고 그런 사람 남자 아시죠?”

그 장면은 다분히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를 염두에 뒀다. 그 특유의 배경음악이 흐르면서 용식은 마치 비수가 꽂혔다는 듯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사람이 어떻게 도깨비를 이겨요?” 그렇게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용식이 아니다. 돌아가려던 용식은 그러나 다시 돌아서 이렇게 말한다. “동백씨 저어기 그 개도요, 젤로 귀여운 거는 똥개여요. 본래 봄볕에 얼굴타고 가랑비에 감기 걸리는 거라구요 나중에 나 좋다고 쫓아 당기지나 마요.”



이 시퀀스는 <동백꽃 필 무렵>의 이번 편 부제로 붙은 ‘똥개의 전략’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용식은 공유 같은 드라마 속 판타지는 아니지만 지극히 현실적으로 늘 옆에 있어주고 지켜주는 그런 인물의 매력을 어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물주가 가게 가득한 낙서들이 지저분하다 지적하자 대뜸 동백의 가게에 페인트칠을 해주겠다고 나서고, 그렇게 칠을 하다 발견하게 된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메시지를 보고는 동백에게 “무조건 지킬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도깨비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늘 옆에서 지키는 남자가 되겠다는 것. 그것이 ‘똥개의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이것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같은 몇 백 억 단위의 대작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동백꽃 필 무렵> 같은 상대적으로 소소한 작품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도시의 세련됨도 없고 부와 능력을 겸비한 차가운 매력을 드러내는 판타지적인 인물도 없다. 하지만 의외로 용식 같은 시골스러운 순박함으로 무장한 인물이 주는 매력이 적지 않다. 이른바 ‘촌므파탈’이 용식의 전략이자 이 드라마의 전략이라는 것.



특종을 잡으려는 언론이 찾아와 보호해주겠다며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마지막 목격자인 동백에게 공익을 위해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하자, 동백은 그것이 보호가 아닌 낙인이 될 거라며 거부한다. 하지만 자꾸만 들이대는 언론에 용식은 한 마디로 일갈한다. “사람 같잖게 보지 마셔요. 이 카멜리아 그리고 동백씨 이렇게 아무나 와서 들쑤셔대는 그런 데 아닙니다. 동백씨 이제 혼자 아니고요. 내가 사시사철 불철주야 계속 붙어 있을 거니까...” 그래도 ‘언론탄압’이니 뭐니 하는 언론에 용식은 결국 화를 낸다. “동백이 건들지 말라고 했어. 앞으로 동백이 건드리면 다 죽어. 아슈?” 그 진심이 가득한 얼굴에 동백의 마음도 살짝 움직인다.

동백은 살아오면서 늘 자신이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용식은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다. “저도요 다이아나비가 살아온대도 임수정이가 저 좋다고 덤벼도요, 동백씨랑 안 바꿔요.” 그 말에 동백은 “뭐 내가 자기건가”라고 말하며 부정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 숨기지 못한다. 그것이 <동백꽃 필 무렵>이 취하고 있는 ‘똥개의 전략’이다. 판타지로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 옆에는 실제 없는 도깨비 대신, 늘 옆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용식이 같은 따뜻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전략이 의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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