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식당’이 계속 열릴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도시어부>와 <연애의 맛2>가 문을 닫고, <뭉쳐야 찬다>가 일요일로 자리를 옮기면서 목요일 예능 편성표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tvN에서 새로운 여행 예능을 시작했고, 곧 돌아오거나 기대되는 프로그램들이 준비 중이지만 어느 정도 휑하게 비게 됐다. 그런 이때 전통적으로 목요일과 연이 없던 MBC에서는 <신기루 식당>이란 파일럿 프로그램을 2회 편성했다.

<신기루 식당>은 이국적인 한국, 이국적인 한식, 이국적인 직원들 그리고 딱 하루만 열리는 마법 같은 공간이란 캐치플레이즈를 내걸고 강원도 인제의 자연 속에서 단 이틀간만 문을 여는 야외 식당을 차리는 이야기다. 미슐랭스타 레스토랑 셰프 출신의 조셉과 페어링을 담당하는 홀매니저이자 전통주 소믈리에 던스틴을 중심으로 정유미, 박준형, 라비 등의 연예인들이 함께 도와 주변 들판과 산과 밭에서 채집한, 너무 흔해서 미처 몰랐던 우리 식재료들과 전통주로 코스 요리를 만든다.



마치 비밀의 정원에 들어선 듯한 자연친화적인 환경의 ‘신기루 식당’에서의 한 끼 식사는 북유럽의 어느 유명한 식당이나 포틀랜드의 정원 파티에 온 듯한 미식 판타지를 자극한다. 음식보다는 좋은 사람들, 편안함, 행복 등에 포인트가 있어서 먹방이나 쿡방이라기보다 힐링 프로젝트에 가깝다. MBC도 예쁘고 감성적인 화면과 콘셉트의 예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관련 파인 다이닝 문화나 음식에 관심이 있거나 자연주의 콘텐츠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경우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로망이 있다. 단 하나의 높은 문턱만 넘으면 말이다.

<신기루 식당>의 가장 큰 특징은 요식업계에서도 쉽지 않다는 대중친화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먼 파인 다이닝을 예능의 소재로 삼았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요식업계에서는 아직은 낯설고 생소하고 조금은 부정적인 오해도 덧씌워진 이 문화는 분명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법한 소재는 아니다. 물론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 셰프와 소믈리에가 한식과 전통주를 재해석하는 한류 콘텐츠로 볼 수 있지만 쿡방과는 거리가 먼 것이 음식 조리 과정이나 멤버들의 성장서사는 아예 생략된다. 흔히 파인 다이닝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핀셋으로 꽃을 뿌리거나 구리 소스팬을 들고 다니며 손님 앞에서 음식 설명을 하는 플레이팅과 서빙에만 참여한다. 주방을 드러내지 않는 파인 다이닝이다보니 볼거리는 더욱 제약된다.



그런데 아무래도 파일럿이다보니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한 접시에 담아면서 <신기루 식당>이 가진 ‘메뉴의 특색’이 더욱 모호해진다. 최근 파인 다이닝의 기조는 덜어내기, 본질에 충실한 과감한 해석이다. 그런데 <신기루 식당>은 자연 속으로 들어간 여행 예능의 볼거리도, 외국인 전문가의 한국 식문화 사랑도 듬뿍 담고, 음식과 음료의 조화가 매우 중요한 페어링에 대해서도 알려줘야 하고, 파인 다이닝의 미식 경험이 주는 즐거움도 전파해야 하고, 팝업 식당을 꾸려가는 이야기 등등 2회 동안 많은 것을 담으려다보니 정작 음식이든 사람이든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한다.

요리에 직접 참여를 안 하니 출연자들도 겉돌고, 손수 꾸민 변화도 아니기에 팝업 스토어를 함께 준비해서 꾸려가는 성취의 감동도 없다. 안 그래도 마이너한 소재인데 포인트가 없으니 실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쉽게 가지 못하는 것처럼 접근성이 떨어진다.



<윤식당>은 나영석 사단이 동화 같은 세상을 만들어 그 울타리 속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펼쳐간다. <현지에서 먹힐까?>는 이연복 셰프 아래 연예인들의 성장 서사와 실제 장사가 어떨지 궁금증이 있었다. <골목식당>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풍경과 선한 영향력이 있다. 하지만 <신기루 식당>은 한국말 능숙한 벽안의 남자들이 한식과 전통주를 주물러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맛있는 음식,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조셉의 말대로 ‘뷰티풀’하고 ‘해피스마일’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그 볼거리를 소개할 수 있는 한 줄이 없다. 긴장을 만들어내는 상황이 고장 난 휘핑기일 정도로 이야깃거리가 부족하다.

아예 조셉과 던스틴에게 집중했다면, 아예 파인 다이닝을 파고들었다면, 혹은 파인 다이닝 대신 제철 로컬 푸드로 함께 만들어가는 자연주의 스타일의 팝업스토어로 바꾸거나 난이도를 낮춰서 출연자들의 성장 서사가 깃들 수 있게 했다면 조금 다른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신선하고 용기 있는 시도가 잘 전달되지 못해 아쉽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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