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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버스, SUV 시장 씹어먹지 못해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이유
기사입력 :[ 2019-09-28 10:07 ]


팰리세이드, 모하비, 트래버스, 그리고 익스플로러 – 기묘한 공생관계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이젠 출시하면 대략 6개월 대기?’ 요즘 신모델이 나오면 성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기아차 소형 SUV 셀토스가 주변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대박을 친 반면 현대차 소형 SUV 베뉴는 그렇게 폭발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여전히 출고 대기가 반년 이상이랍니다. 그리고 기아차 모하비 더 마스터도 누적 계약이 1만대가 넘어 역시 반년 대기랍니다. 대박 상품에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은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모든 상품이 대박을 칠 수는 없습니다. 시쳇말로 쪽박을 찬 상품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략 중박 정도를 치는 제품이 요즘 같은 대박 주도 시장에서는 정말 중요합니다. 왜냐 하면 모델 하나에 의존하는 시장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으며 다양한 선택의 폭이 보장되어야만 안정된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모하비가 명맥을 지켜오다가 팰리세이드가 대박을 치면서 부활한 대형 SUV 시장은 이 흐름이 안정적인 시장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델들이 추가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마침 연달아 새로운 모델들이 출시되는 것은 그런 면에서 매우 좋은 흐름이었습니다.

팰리세이드는 대형 SUV 시장의 엔트리 모델 역할을 담당합니다. 3,500만원 아래부터 시작하는 팰리세이드는 가격 경쟁력과 6기통이라는 상징성,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 등으로 이해하기 쉬운 성공작입니다.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존재하는 모하비 더 마스터는 유일한 6기통 터보 디젤에 후륜 구동 기반 바디 온 프레임 모델이라는 독특한 존재입니다. 여기에 이번에 젊고 강인해진 디자인과 ADAS 기능 추가로 확보된 상품성 등으로 국산 대형 SUV의 기함이나 스테디셀러의 역할로서 시장의 안정감을 담당합니다. 가격대는 사양의 대폭 강화로 인상되어 300~500만원가량 인상된 4,700~5,400만원이지만 가격에 저항감이 크지 않다는 점이 모델의 강력한 이미지를 대변합니다. 긍정적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수입 SUV의 베스트셀러인 포드 익스플로러가 있습니다. 포드 익스플로러의 성공은 상당한 의미를 갖습니다. 5,000만원대 중반에 가격이 형성된 익스플로러는 국산차와 수입차 시장의 간격을 비약적으로 좁혔습니다. 익스플로러 이전에는 같은 가격으로 수입차를 사려면 세그먼트를 하나 또는 두 단계를 희생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익스플로러는 그 간격을 반 단계 정도로 줄였습니다. 특히 폭스바겐이 디젤 게이트 이후 자취를 감추면서 수입차와 국산차 시장의 간격이 더 멀어진 시장의 퇴행 과정을 멈춘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쉐보레 트래버스가 등장합니다. 분명 수입 모델이지만 우리나라에 생산 기반을 가진 자동차 제작사의 제품입니다. 그래서 수입품을 국산차 시장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지엠이 쉐보레 브랜드를 한국수입자협회에 가입시키면서 정체성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수입차 시장의 모델인데 국산차와 가까운 모델로 말입니다.

트래버스의 제품 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이미 많은 칼럼과 시승기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모델의 성패가 단순히 한 모델의 성패 이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트래버스가 대성공을 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평타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러면 대형 SUV 시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내와 수입 브랜드가 동시에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시장이 될 것입니다. 이런 세그먼트가 하나 탄생하면 그 다음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즉, 수입차와 국산차의 벽이 부쩍 희미해지는 시장의 융합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입차와 국산차는 그 원산지가 아니라 역할에 따라 시장에서의 자리매김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국산차가 대중적 주류 시장을 담당한다면 수입차는 다양성을 담당하여 각각 규모의 경제와 부가가치 중심의 사업 모델로 공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은 다양성에서 생존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공생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쉐보레가 이것을 해낼 수 있을까요? 지켜봅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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