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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레이스 전용 트랙은 일반도로와 무엇이 다를까
기사입력 :[ 2019-09-30 10:45 ]
레이스 트랙을 만들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한국에선 자동차 레이싱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선 많은 자동차 레이스 대회가 꾸준히 개최된다. 그럴만한 장소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용인 스피드웨이’와 ‘인제 스피디움’,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처럼, 국제자동차연맹(FIA)의 기준을 만족시키는 제대로 된 서킷이 있다. 체험이나 안전, 운전 교육을 목적으로 들어진 ‘BMW 드라이빙센터(영종도)’ 같은 장소도 주목할 만하다.



많은 사람이 서킷의 존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서킷 그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빠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첨단 기술이 필요하듯이, 서킷이나 트랙을 만드는 것도 대단한 기술을 요구한다. 서킷은 일반 건축과는 다르다. 기획 단계부터 훨씬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 목적과 서킷을 달릴 자동차의 종류다. 어떤 종류의 대회를 유치할 것인지, 어떤 자동차(투어링카, 포뮬러, 랠리카, 모터사이클)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지에 따라서 구조와 디자인이 달라진다. 여기서 말하는 ‘구조’란 트랙의 총 길이, 최대 직선거리, 커브의 수와 안전지대 등이다.



서킷을 설명할 때 용어의 정의가 중요하다. 우리가 혼용해서 쓰는 ‘코스’와 ‘서킷’, ‘트랙’은 세부적으론 각기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코스’란 자동차 경기를 위한 일반도로 또는 트랙과 고유의 시설물을 말한다. ‘서킷’은 상설 또는 비상설로 시작과 끝 지점이 동일하고 자동차 경기를 위해 폐쇄된 코스를 의미한다. ‘트랙’은 자동차 경주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전용 도로다(지면의 외곽선에 의해 정의).

모든 부분이 확실한 용어를 가진 것처럼, 서킷의 모든 부분이 확실한 목적을 위해 디자인된다. 레이스 트랙의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미적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초안 스케치 이후 컴퓨터 전용 프로그램으로 각 구간의 속도를 계산하고 최적의 레코드 라인 등을 시뮬레이션 한다. 서킷을 달리는 차종(경주차 클래스)에 맞춰 가속과 감속 구간, 코너의 회전각을 여러 차례 수정한다. 경사와 회전각도 지형 조건과 그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등을 최대한 조율해서 결정한다.



‘배수를 목적으로 한 트랙의 가로 방향 경사도는 다음과 같다. 직선의 횡단면 경사도는 중심선과 가장자리 사이를 기준으로 1.5% 이상, 3% 이하여야 한다. 곡선부에서 뱅크는 10%를 넘어서는 안 된다. 진입 속도 시속 125km 이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반대 방향 경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2015 자동차 경기 국내 규정집>의 모터레이스 서킷 공인 규정의 한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2019년 최신 규정 및 검수의 조건과는 약간 다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런 예시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서킷의 모든 부분 안전과 주행 성능을 충분히 고려한다는 점이다.



물론 서킷을 디자인하는 것과 서킷을 시공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여기엔 토목, 건축, 기계, 배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협동 작업이 필요하다. 한 분야의 의견보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지식과 노하우,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만큼 서킷의 시공은 특수성을 고려한다. 트랙의 기초 토목공사의 규모와 시공 방법은 일반도로와 유사하다. 단, 서킷 하부 다짐 정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일반 고속도로에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문제가 서킷에서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킷의 트랙을 포장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레이스 트랙에 사용되는 재료는 고분자 개질 아스팔트(Styrene butadiene styrene)다. 스티로폼 컵을 만드는 재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재료를 사용하면 아스팔트의 녹는점이 올라간다. 그래야 여름철 뜨거운 날씨뿐 아니라 엄청나게 끈적거리는 자동차 타이어의 스트레스도 견딜 수 있다. 서킷용 아스팔트는 섭씨 160도로 달궈서 작업한다(일반 고속도로 90~145도).

일반적인 트랙은 세 겹의 아스팔트로 구성된다(미국 자료 기준). 기본 바탕은 두께가 50mm이며 중간은 38~40mm 정도다. 기술자들은 트랙에 중간층마다 울퉁불퉁한 부분이 있는지 단면자기측량기로 세밀하게 측정한다. 실제로 아주 작은 범위의 오차만이 허용된다. 마지막 층은 최소 38mm 이상 두께로 포장한다. 일반 고속도로는 무게 50t이 넘는 트럭의 극단적인 세로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훨씬 두껍게 포장된다. 하지만 트랙은 레이스카의 코너링 가로 하중 더 강하도록 시공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벌 서킷처럼 경사진 선회가 있는 서킷을 만들기가 훨씬 어렵다. 중장비가 동원되어 여러 각도로 복잡하게 작업을 요한다.



서킷은 트랙의 시공뿐 아니라 시설 전체에 해당하는 규정이 있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의 경우 각 서킷에 적합한 경주차와 조건에 따라 1~6등급까지 나눠 라이선스를 발급한다. 서킷의 상황이나 전통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등급은 포뮬러 1(F1)이 달릴 수 있고 2등급은 그 외 포뮬러와 그룹 C, SR1‧2 LMP1‧2가 포함된다. 3등급은 스포츠카 그룹 CN과 E를 포함해 그룹 GT1‧2‧3 클래스다. 4등급은 특정 그룹 차(N, R, A, SP)와 투어링카(1.6L급 이하)이고 5등급은 대체 에너지 자동차, 6등급은 오프로드 자동차 전용 서킷이다.

서킷을 등급에 따라 나누는 기준 중 지속기간당 최소 거리(km) 항목도 흥미롭다. FIA 국제 경기를 위해서 트랙은 최소 2km 이상이 필요하다. 2시간 45분 경기를 기준으로 포뮬러 1은 3.5km 이상, 2시간 45분~12시간을 기준으로 투어링카는 3~4km, 스포츠카는 3.5~4.7km 이상의 트랙을 요구한다. 물론 무엇보다도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드라이버, 레이스 오피셜 및 서비스 요원, 관객을 위한 적절한 방호 조치가 필요하다. 이런 모든 안전 사항을 결정하는 것은 트랙의 각 포인트에 도달하는 경주차의 속도와 코스의 특성이다(트렉 레이아웃과 종단면, 지형, 주행 궤적, 인접 건축물). 안전 설비의 형태는 지형 공간과 충격 각도로 결정한다. 예상 충돌 각도가 작을 경우 평탄한 수직 장벽을 쓰고 충돌 각도가 클 경우에는 에너지 분산장치나 장벽을 함께 사용한다.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는 요즘은 모터스포츠의 계절이다. 푸른 하늘 아래 서킷을 자유롭게 달리는 자동차를 보기만 해도 즐겁다. 서킷은 ‘자동차가 자유롭게 달리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많은 규칙과 기술적 설비가 필요하다. 자동차 서킷은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만큼이나 복잡한 최첨단 기술의 산물이다. 그리고 만드는 사람과 타는 사람 모두에게 대단한 도전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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