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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이 이성민·설경구 같은 뒷배 없이도 스스로 빛난다는 건
기사입력 :[ 2019-10-01 15:58 ]


‘타인은 지옥이다’ 임시완, 탁월하고 독특한 연기력의 실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임시완이 입대 전에 시청자들과 마지막으로 만난 드라마는 MBC <왕은 사랑한다>였다. 임시완의 왕세자 왕원 연기는 가벼운 퓨전사극 드라마에 적절히 어울렸다. 하지만 왕원은 제국의아이들의 박형식이나, <구가의 서>의 이승기가 연기한들 큰 차이가 없을 법한 인물이었다. 연기의 ABC만 충실히 익히면 무난할, 임시완이라고해서 특별히 빛날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의 윤종우는 임시완의 맞춤복이다. 임시완은 섬뜩한 지옥을 떠오르게 만드는 서울이란 대도시에 올라온 비틀린 청춘의 내면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더구나 윤종우의 성격은 복잡하고 내밀하다. 폭력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평소에 쉽게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표정이나 말투, 분위기를 통해 전달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미 임시완은 겁먹은 짐승과 무서운 괴물을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더구나 독특한 캐릭터와 베테랑 배우들이 포진한 극에서도 이들과 어울리는 동시에 본인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어쨌든 시청자들은 임시완의 시선과 공포의 감정에 동반 승차해 타인이라는 지옥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사실 <타인은 지옥이다>의 윤종우 역이 임시완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라는 건 그의 연기 커리어를 보아온 사람들이면 익히 알 만하다. 임시완은 또래 아이돌스타 출신 배우들에 비해 생채기를 드러내는 섬세한 연기가 탁월했다. 많은 젊은 아이돌출신 남자배우들이 마음의 고통에 대해 울부짖고, 더 오버해서 화내는 연기를 보여준다. 마치 젊은 남자의 연기란 그런 허세쯤 덤으로 얹어야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듯. 특히 무대 위에서 과장된 퍼포먼스 액션을 보여주던 아이돌 출신 남자 배우들은 더더욱 그런 면이 있다. ‘멋짐’에 인이 박힌 것이다.

물론 이들은 뒤늦게 감정 연기의 새로운 면에 눈뜨기도 한다. 아마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웰컴 투 라이프>에서 악질 변호사와 강직한 검사를 오갔던 이재상을 연기한 정지훈이 대표적인 케이스일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연기에서 ‘비’의 무대 위 테스토스테론 냄새를 짙게 풍기던 정지훈은 확실히 달라졌다. <웰컴 투 라이프>에서 두 가지 다른 얼굴, 하지만 인간적인 내면을 지닌 이재상으로 분하며 기존과는 다른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주었다. 더 이상 월드스타 비를 연기하는 정지훈이 아닌,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를 담담하면서 울컥하게 그려내는 정지훈이 된 것이다.



한편 임시완은 처음부터 다른 아이돌스타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그는 스타성으로 배우를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춤추는 아이돌의 이미지로 브라운관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반듯한 캐릭터의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임시완은 첫 연기에도 불구하고 MBC <해를 품은 달>의 허염의 어린 시절 연기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충분했다. 또 KBS <적도의 남자>에서는 우울한 악역 이장일의 어린 시절을 글루미한 분위기로 훌륭하게 연기했다. 오히려 성인 연기자 이준혁의 이장일보다 임시완이 연기한 어린 이장일에게 좀 더 그늘이 보일 정도였다.



이후 tvN 드라마 <미생>과 영화 <변호인>으로 임시완은 명실상부한 배우로 자리매김한 듯했다. 그리고 <불한당>을 통해 설경구와의 케미, 혹은 설경구에 밀리지 않는 젊고 비릿하고 비열한 매력을 보여주면서 많은 팬들을 추가로 확보했다. 더구나 임시완의 성공작에는 아이코닉한 무언가가 있었다. 임시완은 장그래, 진우, 현수를 통과하면서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계 속에서 휘둘리면서 스스로 단단하게 다져지는 젊은 청춘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아마 이 점이 아이돌스타 출신의 또 다른 특별한 배우 엑소의 도경수와 달라지는 부분일 것이다. 도경수가 작품에서 보여준 페르소나는 고립된 세계 안에 갇힌 어른아이 같은 면이 있다. 그 고립된 세계의 도경수 캐릭터들이 이 세계와 부딪치면서 겪는 무겁거나 코믹한 갈등이 이 배우가 그려가는 그림이다.



반면 임시완이 보여주는 작품 속 페르소나는 다르다. 그들은 모범생이고 사회에서 성공하고 싶은 욕망도 있다. 눈치도 좀 있는 편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사회는 그들을 마음대로 흔들고 싶어 한다. 그 안에서 흔들리는 임시완의 페르소나들은 단단해지거나, 비열해지거나, 혹은 추락한다. 임시완은 이 흔들리고 고통 받으며 다시 태어나는 순간의 표정과 그늘을 보여주는 데 탁월하다.

<타인은 지옥이다>의 윤종우 또한 섬뜩한 세계 안에서 흔들리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기존 성공작과 달리 <타인은 지옥이다>는 임시완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사실 임시완의 성공작에는 늘 든든한 뒷배가 있었다. <미생>에는 탄탄한 원작과 함께 주연을 맡은 이성민 같은 회사 상사들이 뒷배였다. <변호인>의 경우 한국인이 겪은 암흑의 시대가 그의 연기를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었다. <불한당>에는 설경구라는 최고의 파트너가 있었다.



반면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임시완의 윤종우는 철저하게 혼자다. 가끔씩 드러나는 윤종우의 어둡고 섬뜩한 내면만이 그의 뒷배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배우는 감정의 떨림이 느껴지는 표정과 호흡만으로 이 작은 이야기를 더욱 긴장감 넘치게 만들 줄 안다. 이승기의 <배가본드>가 물량공세로 보여주는 250억의 긴장감보다 훨씬 더 보는 이를 옥죄게 만드는 긴장감을 만들 줄 아는 배우가 된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OCN, tvN, 영화 <변호인><불한당>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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