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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공장 무혈입성하는 중국 전기차,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기사입력 :[ 2019-10-06 09:58 ]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는 군산 공장, 이대로 괜찮을까요?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정확하게 지난해 10월 첫 주였습니다. 바로 다음자동차의 이 코너를 통해 ‘군산 공장을 제대로 활용해야 합니다’라는 취지의 칼럼을 썼었습니다.

그 칼럼의 내용은 군산 공장을 우리나라의 미래차 역량을 하나로 모은 컨소시엄 형태의 미래차 파일럿 공장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아주 잘하는 2등, 즉 ‘패스트 팔로워’였던 우리나라는, 판도가 뒤집히는 미래차 시대에는 리더로 역전할 수 있는 훌륭한 리소스를 갖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21세기에 유일하게 성공한 자동차 제작사인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하만을 포함한 삼성, LG, SK, KT, 네이버, 카카오 등을 모으면 자동차 체제 통합, 전기, 전자, 통신, 빅데이터 등 미래차의 핵심 기술들을 이처럼 망라하고 있는 나라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기업들 사이의 경쟁의식 때문에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경우 군산 공장을 정부가 산업 합리화 지역으로 지정하여 정부 주도의 컨소시엄으로 구성한다면 우리나라의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것이 제 의견이었습니다. 기간 산업체의 공장 폐쇄와 지역 경제 및 고용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긴급 조치가 발동되는 것은 통상 및 공정 거래법 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했던 데에는 위기감이 작용했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주주 가운데 하나인 중국 상해기차에게 군산 공장을 인수할 의향이 있는가를 타진하기도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대차를 비롯한 기존의 자동차 제작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비 자동차 업종 대기업에게도 인수 의향을 타진했었다는 정보도 있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전자의 경우는 중국 자동차 회사에게 국내 산업에 무혈입성을 허용하거나 후자의 경우도 그렇지 않아도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대기업들 사이에 알력만 더 커지는 부작용이 우려되었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듯이 일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MS오토텍 계열인 명신을 중심으로 하는 컨소시엄이 중국 전기차를 군산 공장에서 조립하기로 한 것입니다.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위에서 상해기차에게 군산 공장을 매각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중국 자동차 산업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기반에 무혈 입성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나쁜 것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미래의 먹거리인 전기차 생산으로 진입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것은 순수하게 제 우려입니다만 컨소시엄을 진행한 명신, 정확하게는 명신의 지배 회사인 MS오토텍의 독특한 배경입니다. 명신은 물론 MS오토텍과 그 계열사들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에 차체 부품을 납품하는 부품회사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MS오토텍의 소유주인 이양섭 회장은 1987년에 현대자동차 사장, 1990년에 현대증권 회장을 역임한 골수 현대맨입니다. 그렇다면 MS오토텍은 현대차그룹과의 관계를 사업적으로나 인맥의 관점에서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것이 논리적인 추론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현대차의 턱 밑에 비수와도 같은 중국의 전기차 조립 공장을 세운다는 것.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뉴스는 더욱 점입가경입니다. 그 조립 생산 차량들이 전부 국내 판매용이라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무역 장벽을 우회하면서 FTA 효과를 이용해 수출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이용하는 것이겠거니 생각했었습니다. 그래도 부품의 가짓수가 적고 모듈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의 특성 상 차체 부품을 생산하는 MS오토텍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군산 지역의 기존 부품 업체들에게는 여전히 미래가 어둡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내수 판매용이라고 하니 이제는 아예 시장 잠식까지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범 현대계의 회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말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합니다. 제가 그렸던 군산 공장 활용 시나리오들 가운데 최악입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미래의 먹거리부터 중국에게 문을 열어준 셈이고 그것이 바로 내수 시장까지 공략당하는 지경이 된 것입니다.

현대차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요? 혹시 기아차 모닝과 레이를 동희오토에서 하청 생산하듯이 이 군산 공장에 하청을 주어 저렴한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겠다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것은 바가지를 하나 싸게 살 수 있다고 해서 둑을 허물고 저수지를 내어 준 격이 아닐까요?

설마 이것만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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