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유플래쉬 유재석, 어쩌다 끼친 가요계 선한 영향력

[엔터미디어=정덕현] 드럼은 항상 밴드의 뒤편에 자리하는 악기였다. 하지만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유플래쉬’를 보다 보니 드럼은 뒤편에 있는 게 아니라 중심에 있는 악기였다. 다른 악기들과 노래를 모두 아우르고 끌어안는 악기. 유재석은 농담으로 “이젠 드럼이 맨 앞으로 올 때가 됐다”고 말했지만 그게 그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게 된 건 <놀면 뭐하니?> 때문이었다. 유재석의 작은 드럼 비트 하나로 이토록 다양한 음악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니.

그 작은 비트는 힙합이 되기도 하고 달달한 발라드 듀엣곡이 되었고 또 재즈가 되기도 했다. 유희열이 “역대급 콜라보”라고 했듯이 이 릴레이 프로젝트에는 어마어마한 천재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만일 비즈니스로서 접근해 이런 콜라보를 하려 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지만, 뮤지션들은 처음에는 난감해하는 듯 했지만 차츰 저마다 재미와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이런 저런 시도들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그건 어쩌면 뮤지션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들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이번 ‘유플래쉬’로 그간 우리네 음악에서 소외되어 있거나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이 새삼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건 유재석의 스승인 손스타가 언급했듯 드럼 같은 어쿠스틱 악기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이다. 손스타는 “덕분에 방송 보고 드럼 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점점 어쿠스틱 악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형 덕분에 드럼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을 통해 다양한 세션들이 참여하면서 그 악기들이 가진 저마다의 매력들이 소개된 바 있다. 이상순이나 적재가 더한 기타의 매력과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 이태윤이 들려준 베이스의 중후한 맛, 한상원의 펑키한 재즈 기타, 이상민의 드럼과 윤석철의 빈티지한 피아노 등등이 그것이다. 늘 완성된 형태로만 접하던 음악을 과정을 따라가면서 알게 된 악기들의 매력이다.



게다가 음악이 우리와 그리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것도 이번 프로젝트였다. 유재석처럼 드럼을 단 한 번도 쳐본 적 없는 인물의 비트가 이렇게 음악으로 만들어지고, 나아가 흥미를 느낀 유재석이 한상원의 제안에 재즈 라이브 공연을 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물론 유재석을 리드하고 맞춰준 한상원이 있어 가능한 무대였지만, 그래도 차츰 재즈의 그 자유분방함을 즐기며 빠져드는 유재석의 모습은 그것이 바로 음악이라는 걸 실감하게 했다. 다른 연주자들과 눈빛으로 합을 맞춰가고, 신나는 펑키 그루브에 저 스스로 빠져 몰입해가며, 이에 한상원도 또 관객들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그 광경은 음악이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순간을 보여줬다.



유재석이 의도한 건 아니었을 테지만 그가 쏘아올린 작은 비트 하나는 의외로 우리네 가요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다양성’을 이끌어낸 면이 있다. 어쿠스틱 악기들과 늘 뒤편에 있는 연주자들, 또 장르적으로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음악들이 그 작은 비트 하나로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게 소개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건 어쩌면 진짜 ‘드럼 지니어스’일 지도 모를 유재석 덕분이 아닐까 싶다. “성장판이 안 닫혀 있다”는 얘기가 실감날 정도로 투덜대고 난감해 하면서도 도전하고 성장하는 유재석으로 인해 가능했던 일들이라는 것. 물론 이런 창대한 결과를 그려낸 건 결국 김태호 PD의 놀라운 실험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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