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파당’, ‘나야 나’를 부르는 조선시대 매파를 보노라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월화드라마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을 보다보면 이제 사극과 퓨전사극은 전혀 다른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사극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픽션이라면, 퓨전사극은 일종의 21세기 마당놀이에 가깝다. 마당놀이에 현실적인 요소들이 시공간을 뛰어넘듯 퓨전사극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적 사실의 고증을 퓨전사극에서 기대할 수는 없다. 퓨전사극은 그냥 전통적인 배경의 이야기 속에 시청자들을 울고 웃기는 데 주력한다. 특히 퓨전사극의 경우 익숙한 데 익숙하지 않은 현대적인 소재를 자연스레 이야기에 녹여 넣는 것이 관건인 듯하다.

그렇기에 <꽃파당>의 소재는 나름 매력이 있다. 조선시대의 매파, 그것도 꽃미남 3인방 매파 마훈(김민재), 고영수(박지훈), 도준(변우석)의 활약이란 설정은 흥미진진하다. 더구나 제목 역시 <꽃파당>이니 조선판 <꽃보다 남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소재인 것이다.

혼례 이야기가 주를 이루어서인지 감각적인 미장센 또한 <꽃파당>의 장점이다. <꽃파당>은 한국적인 색 감각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꽤 완성도 높은 솜씨를 보여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외에는 딱히 장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이다. 퓨전사극의 성공 여부는 현대적인 유머감각을 얼마나 사극의 분위기와 잘 믹스하느냐에 있다. 태생적으로 짝퉁사극의 운명을 타고난 퓨전사극의 질감이 너무 가벼워지면 이야기의 휘발성이 너무 강해지기 때문이다.



<꽃파당>의 경우는 아예 대놓고 이것이 우스꽝스러운 조선시대 배경 인형놀이 농담임을 제시한다. 극 초반 꽃파당에서는 매파 경연대회를 연다. 그때 여성 매파 후보생들이 참가해 부르는 노래는 <프로듀스 101>의 ‘나야 나’다. 그리고 이 매파 후보생들이 ‘나야 나’를 부르는 순간, 시청자들은 결정한다. 이 지극히 가벼운 퓨전사극을 버리느냐, 마느냐.

그런데 문제는 <꽃파당>의 이야기가 예능처럼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꽃파당>의 무거운 서사는 개똥(공승연)과 왕이 된 이수(서지훈)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에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마훈과 마훈 집안의 이야기에도 얽혀 있다.

퓨전사극에서 무거운 서사 또한 실은 필수 요소다. tvN의 퓨전사극 <백년의 낭군>이 성공한 데에는 적당히 가벼운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에, 무거운 시대의 서사를 자연스러운 비율로 넣었기 때문이다.



<꽃파당>의 경우는 기본 이야기가 바람에 훅 날아갈 정도로 가볍다. 그런데 무거운 서사들은 정통 사극처럼 비장미가 흐른다. 이질감이 큰 두 서사가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양쪽 날개에 균형이 맞지 않는다.

당연히 어느 관점에 맞춰서 드라마를 보든 흥미가 떨어진다. 가볍게 보다가도 너무 이야기가 무거워지고, 어이없는 코믹 장면 때문에 진지한 서사에 대한 몰입도 또한 떨어진다. 더구나 <꽃파당>은 꽃미남 매파라는 재미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너무 익숙하게 푸는 경향이 있다. 각각의 장면들 자체는 재미난 부분들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전개되는 방식에는 시청자를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부족하다.

주연 배우들의 조금씩 부족한 연기도 화려한 <꽃파당>이 밋밋하게 다가오는 이유 중하나다. 물론 기본 캐릭터 자체도 얄팍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매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의 꼭두각시놀음처럼 느껴질 뿐,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에서 깊이 있는 감정을 느끼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 우려와 달리 꽃파당 막내 고영수를 연기하는 워너원 출신 박지훈은 본인 역할을 충실히 소화한다. <꽃파당>의 장면에 잔재미를 주는 양념 연기에 꽤 괜찮은 재능이 있다. 생동감 있고, 이야기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하지만 고영수의 비중이 높지 않은 <꽃파당>만으로 박지훈의 배우로서의 가능성까지 점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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