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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성능 패스트백 완성도는 이 정도 수준이다
기사입력 :[ 2019-10-10 10:36 ]


기술적으로 가장 복잡한 차종, 패스트백의 진화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최근 등장하는 많은 자동차 중에서 디자인, 혹은 기술적으로 가장 복잡한 차종은 무엇일까? 평가의 관점에 따라 분명히 다르겠지만, 내 생각엔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신제품 몰이로 치열하게 경쟁 중인 고성능 패스트백(Fastback)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장에 새롭게 추가된 ‘BMW 8시리즈 그란 쿠페’를 비롯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포르쉐 파나메라’, ‘아우디 A7’ 같은 차들이 대표적이다.

패스트백은 차의 지붕이 트렁크 뒤끝까지 유선형으로 연결된 구조를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쿠페’와 비슷한 디자인 영역이다. 하지만 최신의 패스트백은 ‘4도어’란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까, 엔진 룸과 실내 공간, 트렁크를 3박스 형태로 명확하게 구분한 디자인이 주류다(해치백 디자인으로 예외인 차도 있다). 그러니까 요즘의 프리미엄 패스트백, 혹은 고성능 패스트백은 ‘뛰어난 달리기 성능을 갖춘 날렵한 디자인의 세단’인 셈이다.



의미를 풀어본다면 딱히 새로울 것이 없다. 이런 디자인의 차가 등장한 것도 최근은 아니다. 패스트백은 이미 193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디자인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CLS를 통해 ‘4도어 쿠페’라는 요즘의 형태로 새롭게 인식된 것도 벌써 16년이나 흘렀다(2003년). 그런데도 이젠 유행처럼 더 빠르게 번지고 있다. 4도어 패스트백은 우리에게 여전히 새롭고 흥미로운 장르다. 시장의 기준과 소비자의 요구가 날로 변한다. 기술적으로 가장 복잡한 차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차들은 소비자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날렵하면서도 기능적으로 뛰어난 외관 디자인, 넉넉한 크기와 안락한 실내 공간, 첨단 기술로 구현된 편의 장비, 뛰어난 주행 성능이 공존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과정에는 상반되는 개념이 존재한다. 예컨대 차의 덩치를 키우고 휠베이스를 늘려 실내 공간을 키울 때는 차의 주행 환경에 많은 요소(공기 저항, 코너링 성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제품을 경험하고, 개발자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고성능 4도어 패스트백이 기술적인 관점에서 대단한 도전임을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다. 3박스 형태를 세련되고 멋지게 풀어내는 공식이다. 여기서 특히 개발자(디자이너)들이 강조하는 것이 사각지대를 줄이는 디자인이다. 패스트백 자동차는 승객의 시야를 제한하는 많은 요소를 가진다. A, C 필러는 지붕의 각도 때문에 크게 기울어져 있고 차의 전체 유리창 면적은 상대적으로 작다. 실제로 패스트백 디자인은 다각도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이런 종류의 차를 지난 15년 넘게 지속적으로 경험하면서 그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세대가 거듭할수록 문제점이 점점 줄어든다.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나 아우디 뉴 A7 같은 최신형 차들을 통해 이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완전히 새로운 BMW 8 시리즈 그란 쿠페의 경우 ‘고성능 4도어 패스트백’ 분야에서 거의 완성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난달에 포르투갈 알가르브 지역에서 840i 모델을 시승했다(6기통 가솔린 터보, 340마력, 51.0kg·m, 뒷바퀴 굴림). 좁은 시골 길부터 고속 국도와 시내 구간을 지나며 차의 여러 부분을 살폈다.

인상적인 부분이 꽤 있었다. 먼저 운전석에서 시야의 제한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차의 디자인상 A, C필러가 두툼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측면 밸트(숄더) 라인도 높아서 분명 아주 쾌적한 시야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필러에 달린 내장재를 다각형 형태로 다듬어서 승객이 어떤 각도로 밖을 바라보든지 시야를 가리는 면적을 최소화했다. 아웃사이드 미러의 위치나 각도, 자동차 주변 360도를 볼 수 있는 카메라 등도 불편함 없는 좋은 구성이다. 차의 디자인적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부분에서 노력한 흔적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차의 크기와 그에 따른 실내 공간, 그리고 주행 감각의 절묘한 조화였다. 뉴 8시리즈 그란 쿠페는 차의 길이가 5,082mm에 달한다. 시장에 있는 타사의 프리미엄 고성능 4도어 패스트백(4,950~5050mm)에 비하면 차의 길이와 휠베이스(3,023mm)가 가장 큰 편에 속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내도 그만큼 넓다. 뒷좌석은 아주 충분한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을 확보했다.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없는 모델의 경우 머리 공간을 최대로 확보해 뒷좌석에서도 답답하지 않았다. 이런 대형 패스트백에서 커진 실내는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큰 덩치와 긴 휠베이스가 운전 감각을 둔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840i를 운전할 때 감각은 달랐다. 운전자에게 착 달라붙었다. 중형 스포츠 세단을 운전하듯 매끈한 감각을 발휘했다.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차의 덩치는 부담스럽지 않았고, 코너를 돌 때 긴 휠베이스가 차의 회전을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조건이 분명하게 시너지를 발휘했다. 강력한 엔진 출력을 안정적으로 노면으로 쏟아내도록 도왔다. 저속에서 급격하게 말리는 코너부터, 빠른 고속 주행까지 모든 주행 환경이 안정적이었다.

코너링의 한계가 뛰어났고, 동시에 운전자에게 전해지는 감각도 무척 자연스러웠다. 많은 차를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지만, 제품을 만들 때 한 가지 방향이 아니라 상반되는 많은 부분을 조율해서 정확한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 차처럼 여러 조건이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선 보이지 않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최근 등장하는 많은 프리미엄 고성능 패스트백 들이 저마다의 경쟁력을 탄탄하게 갖추는 데 힘쓴다. 세단이나 SUV가 지겨운 소비자를 겨냥해 잠시 한눈팔 흥미 요소를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다. 마케팅으로 차를 포장하기보다, 자동차 본연의 ‘기본기’에 충실하게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첨단 기술 실현과 제작 노하우를 접목할 수 있는 제조사만이 구현할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최근 등장한 자동차 중에 ‘기술적으로 가장 복잡한 차종’이라는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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