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3’, 패밀리밴드가 완성한 버스킹 예능의 정점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비긴어게인>은 시즌3에 이르러 완성된 버스킹 예능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물론 매 시즌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버스킹이 저마다 충분한 가치가 있었지만, 버스킹이라는 그 장점을 이번 시즌3, 특히 패밀리밴드가 제대로 끄집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림과 박정현을 주축으로 김필, 임헌일, 헨리와 수현이 함께 하는 패밀리밴드는 이제 어느 도시에 가서도 기타와 바이올린 하모니카를 꺼내들고 음악을 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굳이 세팅을 하지 않더라도 그저 떠오르는 대로 그 장소가 환기시키는 음악을 척척 꺼내 들려주는 버스킹의 자연스러움이 이들에게는 묻어난다.

베로나에서의 버스킹이 특히 빛날 수 있었던 건, 그 음악의 다양한 결을 패밀리밴드가 다채롭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됐던 오래된 스칼리제로 다리 위에서 올라비아 핫세가 주연으로 나왔던 그 옛 영화의 주제곡을 헨리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다, 바로 <시네마천국>의 OST로 연결하는 절묘함이 돋보였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OST ‘Kissing you’나 마침 비가 내리자 하림이 부른 ‘Rainbow bird’도 마이크조차 따로 준비하지 않은 작은 공연이었지만 특유의 공간과 날씨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음악의 맛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날 밤 베로나 에르베 광장에서 제대로 악기를 세팅하고 들려주는 버스킹의 맛은 스칼리제로 다리에서 들려준 자유로움과는 또 다른 집중된 몰입감의 음악을 선사했다. 헨리가 부르는 포지션의 ‘I love you’의 감미롭게 절절한 달달함으로 귀도 마음도 열어주자, 베로나 사람들은 수현이 부르는 카펜터즈의 ‘Top of the world’를 흥겹게 따라 불렀다.

김필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리움만 쌓이네’는 가사는 몰라도 간절한 그리움이 이국의 관객들의 가슴에도 전해지고 있었고, 헨리와 수현이 결국 완성해낸 제이슨 므라즈의 ‘Lucky’는 사랑을 부르는 베로나라는 도시와 너무나 잘 어우러져 분위기를 로맨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여름부터 예고편이 나온 후 방송이 되지 않아 심지어 시청자들의 원성까지 들었던 박정현이 부르는 시아의 ‘Chandelier’가 베로나 광장에 울려퍼졌다.



한 마디로 말해 박정현 아니면 들려줄 수 없는 노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역시 기대한 만큼 놀라운 무대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절정의 가창력에 코러스를 해주던 수현이 멈칫했고, 헨리는 연주를 놓칠 정도였다. 이미 전 날 ‘Ave Maria’로 성스러운 느낌마저 선사했던 박정현은 이번 무대를 통해 역시 ‘갓정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베로나 광장에 모인 관객들은 노래가 끝나자 탄성을 터트렸고, 수현은 언니에서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자신도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귀여운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 패밀리밴드가 <비긴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재미와 가치를 가장 잘 보여줬다 평가되는 건 음악의 다양한 매력을 이들이 들려줬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허밍을 하듯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것이 노래이고, 또 집중해서 모두가 몰입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것 역시 음악이었다. 게다가 이들이 하는 장르의 틀은 클래식에서부터 팝, 가요, 성가를 넘나들 정도로 다채롭고, 악기도 기타와 피아노는 물론이고 바이올린과 하모니카 등 다양하다. 또 현지에서 만난 버스커들과 즉흥으로 어우러지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 들려주기보다는 스스로가 즐기는 음악을 보여주기도 했다. 어떤 음악 프로그램이 이처럼 다양한 음악의 매력을 한꺼번에 선사할 수 있을까.



어느새 금요일 밤이면 <비긴어게인>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생겨난 건 우연이 아니다. 한 주의 피로를 맥주 한 잔 마시며 <비긴어게인>을 보는 것으로 풀어낼 수 있는 건, 그 음악의 다채로운 매력이 끝없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되도록 시즌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건 그래서다. 끝나더라도 바로 시즌4가 이어져 스산해질 계절의 금요일을 계속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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