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와 유재석에 대한 욕심과 기대가 여전히 과한 걸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유재석을 위한, 유재석에 의한 첫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물론, 다음 주 마왕 신해철의 5주기를 기념한 스페셜 무대가 남아 있지만 기초 드럼 비트를 배우면서 시작한 음악 프로젝트는 일단락됐다. 비록 프로젝트 처음 나온 이야기처럼 제주 오름은 아니었지만 숱한 피처링 군단과 조화를 이루는 매우 짜임새 있는 무대 위에서 김태호 PD에 의한 유재석의 드럼 비트 위로 쟁쟁한 뮤지션들이 함께하는 상상도 못할 음악이 펼쳐졌다.

‘유플래쉬’는 여러 의미부여가 가능한 예능이다. 초기 릴레이카메라를 중심으로 조의 아파트 등등 초반 선보였던 여러 시도들이 반응을 얻지 못하고 어려움에 빠질 시점에 ‘뽕포유’까지 이어지는 <놀면 뭐하니?>의 방향을 설정한 콘텐츠이며, ‘릴레이’라는 확장성을 기반으로 설정을 살렸다. 음악을 소재로 삼으면서 작곡과 연주에 관한 음악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장르와 세대를 넘어 우리 대중음악계를 훑으면서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오늘날 많이 옅어진 연주의 매력과 아날로그 음악의 멋을 알렸으며, 유재석 개인적으로도 여전히 성장스토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참가 명단부터 화려하다. 유희열, 윤상, 이상순, 김이나, 적재, 그레이, 다이나믹 듀오, 리듬파워, 마미손, 원슈타인, 지올팍, 크러쉬, 샘 김, 이적, 선우정아, 정동환, 이태윤, 폴킴, 헤이즈, 픽보이, 한상원, 이상민, 윤석철, 콜드, 자이언티, 수민, 황소윤, 닥스킴, 어반자카파 등등 이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주말 저녁 한 자리에서 절대로 볼 수 없을 쟁쟁한 뮤지션들을 불러 모아 한 자리에 세웠다. 초보 드러머가 유명 뮤지션들과 협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서사와 판 자체의 이벤트와 그렇게 탄생한 수준 있는 음악까지, 충분히 많은 관심을 모을 만한 이야기였다. 그 결과 시청률은 3%대에서 서서히 5%대로 올라왔고, 2049시청률 지표로 따지면 토요 예능 중 1위다.

그런데 어딘가 낯익다. 오늘날 ‘탑골가요’ 탄생에 주춧돌이 된 <무한도전>은 ‘가요제’부터 ‘토토가’ 시리즈까지 음악 이벤트로 큰 재미를 봤었다. 이런 음악 콘텐츠들은 쇼와 가창으로 접근하는 <나는 가수다>나 <복면가왕> 등의 여타 음악예능과 달리 <무한도전>과 출연자들의 캐릭터 성장에 밀접한 영향을 끼쳤다. 하하를 제외하면 뮤지션이 아닌 멤버들은 저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통해 더 나아지는 성장 스토리를 보여줬고, GD를 동묘로 데려간 정형돈으로 대표되는 캐릭터플레이를 가미했다.



함께하는 뮤지션은 아이돌인 GD부터 인디였던 혁오, 1990년대 살짝 잊혀질 뻔한 가수들까지 다양하게 조명해 씬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스케일을 구사했다. 이른바 음악 자체의 감흥에다 스포츠만화와 같은 성장의 감동,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을 소개하는 등 방송의 힘을 선한 영향력으로 활용하며 ‘의미와 성장’이란 김태호 PD 스타일 예능을 구현하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된 소재였다.

‘유플래쉬’도 마찬가지다. 시작점은 유재석과 친하면서 예능에 익숙한 얼굴인 이적, 유희열을 중심으로 굴러가기 시작해서 매주 대한민국 뮤지션들을 다 만난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디씬의 총아나 유명 연주·작곡자들을 대중에 소개하고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라이브밴드 공연의 묘미를 알리는 기회가 됐다. 뮤지션들에게 칭찬을 받을 정도로 일취월장한 유재석의 향상된 드럼 실력은 음악이란 직관적인 콘텐츠와 함께하면서 클라이막스를 터트린다. 그리고 유재석을 골탕 먹이거나 낯선 상황에 몰아넣는 것에서 시작해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이승환과 하현우와 함께 신해철의 5주기를 추모하는 의미와 뭉클한 감동을 얹는다. 참여 뮤지션의 스케일은 물론, 내포된 여러 의미 덕에 음악씬 전반을 둘러보고 아우르는 이벤트로 확장한다.



이는 <무도>시절 가요제에서 경험한 바 있고, 동묘 베토벤 박현우 작곡가, 이건우 작사가, 시청률 부스터 송가인 등이 활약하는 ‘뽕포유’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장과 증폭을 할 예정이다. 손스타가 말한 드럼인구 증가는 가장 확실한 긍정적인 피드백이며, 20년 만에 한 무대에서 연주한 긱스도 <무한도전>식, 그러니까 김태호 PD니까 가능하고 관심가질 이벤트였다.

흥미롭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드럼독주회에서 유재석의 손에는 마이크가 아닌 드럼 스틱이 들려 있었다. 유재석이 톱 MC로 등극한 이래 진행롤을 맡지 않은 유재석을 볼 수 있는 최초의 쇼였다. 이런 변화들이 주변의 쟁쟁한 인물들로부터 무수한 도움과 맞물려 쉰을 바라보는 유재석은 다시금 영어로 지니어스, 우리말로는 영재가 되어 처음부터 하나하나씩 쌓아간다. 간단히 말해 <무한도전>식 스토리텔링이 작동했다. 예전 가요제나 토토즐 시절처럼 가요계를 통째로 집어삼키고 차트 줄 세우는 정도는 아니지만 애초에 <놀면 뭐하니?>가 <무한도전>의 유재석을 위한, 유재석에 의한 실험이었단 점에서 반은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반은 아직 남아 있는 걸로 보인다. 음악을 통한 성장서사와 음악 프로젝트를 통한 감동 주조가 과연 젊은 세대도 붙잡을 수 있는 미래의 예능일까. 인지도를 바탕으로 유명인들과 콜라보하는 방식이 새로운 실험일까. 프로그램에 쏟아지는 호평과 성적 사이의 괴리가 느껴지는 건 새로움에 대한 갈음을 여전히 남겼기 때문이 아닐까. 김태호 PD와 유재석에 대한 욕심과 기대가 여전히 과한 탓이 아니라면 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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